공유

제116화 내가 왜 하윤 씨 좋아하는 줄 알아?

“말했잖아, 표현이 좋으면 내가 보호해 주겠다고.”

민도준은 목소리를 낮추며 야릇한 말투로 권하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오늘 밤 표현이 좋았거든.”

나지막한 목소리가 고요하고 쌀쌀한 자정의 공기에 애틋함을 더했다. 분명 한참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만 아까 전 몸을 섞을 때보다도 더욱 가까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권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일부러 화를 내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

“좀 진지해져 봐요.”

“이것도 진지하지 않아? 내려와서 들어볼래?”

민도준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눈을 들어 권하윤을 쳐다봤다. 마치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듯 거침없는 눈빛이었다.

권하윤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요동쳤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을 잃지 않았다.

“민승현 아직 맞은 켠 방에 있어요. 제가 나가면 그곳을 지나야 해서 발각돼요…….”

“그러면 뛰어내려, 내가 받아줄게.”

민도준은 말하면서 팔을 활짝 폈다.

그 동작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높이를 살폈다.

‘여기 2층인데 뛰어내려도 문제없겠지?’

하지만 그녀가 답을 얻기도 전에 전화 건너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제수씨, 설마 진짜로 뛰어내리려고 한 건 아니지?”

그제야 상대가 농담했다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부인했다.

“그럴 리가요. 뭐 타이타닉의 You Jump I Jump도 아니고, 저 죽는 거 무서워요.”

민도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고집은.”

민도준이 떠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권하윤은 다급히 물었다.

“오늘 왜 희연 언니 만났어요?”

평소 같았으면 절대 이렇게 선 넘는 질문은 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주체할 수 없었다.

어두운 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갑자기 배짱이 커진 지도 모른다.

순간 민도준에게 정말로 입맛을 바꾸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지자 그녀의 배짱은 점점 사라졌고 결국 불안으로 변했다.

아래에 있던 민도준은 어느새 담배를 또 하나 꺼내 불을 붙이더니 입을 열었다. 담배 연기가 묻은 목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