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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나 보고 말해

이불이 허리에 걸쳐 있어 잘빠진 허리 근육이 그의 호흡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모습은 어둠 속에서 더욱 야릇하게 보였다.

민도준은 움직이지 않은 채 눈꺼풀을 들어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갓 잠에서 깬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누가 하도 문질러대서 말이야.”

권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치려 했다는 걸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깰까 봐 그랬죠.”

“그래?”

끝음을 살짝 올린 남자의 말투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민도준은 그제야 눈을 감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또 내가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 줄 알았잖아.”

순간 귀까지 빨개진 권하윤이 낮게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 않네요.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자요.”

“난 자고 싶은데 하윤 씨는 자고 싶지 않은 가 봐?”

더 이상 민도준을 속일 수 없다는 걸 발견하자 권하윤은 결국 사실을 고했다.

“사실, 민승현이 이미 눈치채서 외박한 게 들키면…….”

한참 동안 말하던 권하윤은 이 모든 게 민도준과는 상관없다는 걸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민도준은 남이 어떤 고통을 느끼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히려 남이 고통받는 모습, 세상이 혼란에 빠진 모습을 고대한다면 모를까.

때문에 잠시 생각하던 권하윤은 곧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민승현이 이미 우리 관계까지 의심하고 있어요. 그러다 정말 제가 바람피운 상대가 민도준 씨라는 걸 눈치챌까 봐 그래요. 영예로운 일도 아닌데 아려지면 곤란하잖아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민도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 게다가 입가에 알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려 있어 권하윤은 말하면서 점점 자신 없는 듯 고개를 숙였다.

“말 다 했어?”

권하윤은 이내 고개를 뜨덕였다.

“그럼,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권하윤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민도준은 그녀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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