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0화 외박

그 뒤로 이어진 검사는 상상을 초월하여 권하윤은 수치스러운 나머지 벽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리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게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욕실로 끌고 가 불합격이라고 결론지은 부위를 깨끗이 씻겨줬다.

하지만 거친 손길은 마치 그녀에게 벌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욕실 안 유리에 희뿌연 수증기가 점차 끼더니 조금씩 커졌다 물방으로 되어 흘러내리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옆에 놓인 욕조로 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관계가 어느새 겨우 끝났다.

“웅-”

헤어드라이기의 바람 소리에 정신을 잃었던 권하윤은 잠에서 깨어났다. 어렵사리 베개에 머리를 붙였더니 잠을 방해하는 소리에 권하윤은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힘들고 졸려 방해받고 싶지 않은 그녀는 머리를 베애 아래에 파묻으며 중얼거렸다.

“시끄러.”

베개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잠깐 멈추어 겨우 다시 잠들까 하던 그때 웬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빼냈고 소음은 다시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너무 힘든 나머지 권하윤은 누꺼풀을 들지도 못한 채 “짜증 나”라는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다시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 방 안은 이미 캄캄했다.

권하윤은 반응한 뒤에야 여기가 민도준의 개인 별장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머리맡에 놓인 시계를 보니 시간은 벌써 새벽이 다 되어갔다.

어렵사리 민승현을 진정시켰는데 만약 그녀가 외박까지 했다는 걸 알면 분명 또 화를 낼 게 뻔했다.

힘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허리가 갑자기 조여왔다.

‘응? 잠깐만. 이거…….’

권하윤은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침대의 절반을 차지한 채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자고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곁에 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권하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몇 번이나 함께 몸을 섞었지만 잠까지 함께 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한 데다가 민도준의 잠을 방해라도 할까 봐 할 수 없이 다시 잘이에 누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