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끝 연애 시작: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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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어딜 가나 있는 사람
객실로 도망쳐 온 이진은 이미 정리된 침대 위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리고 뭐라도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욕실로 달려가더니 이내 옷 벗는 소리와 물줄기 소리가 쏴아아 흘러나왔다.저녁 내내 남자의 품에서 잤다는 생각만 하면 이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게다가 방금 남자의 손이 턱에 닿았다는 게 너무 싫었다.한참 뒤 욕실에서 나온 이진의 턱은 이미 벌겋게 되어 있었다. 남자의 스킨십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샤워 덕에 조금 진정을 되찾아 그나마 다행이었다.이진은 짐을 대충 정리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케빈에게 전화를 했다.물론 다시 이 집에 들어와 살아야 한다는 게 싫었지만 앞으로 3개월 동안 더 이 곳에서 지내려면 짐은 정리해야 했다. 그러던 끝에 전화 건너편에서 케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무슨 일이에요?”“전에 말했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일정 앞당길 수 있어?”“보스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그거 말하는 거예요? 전에 거절했잖아요?”“일정 잡고 티켓 예약해 줘.”케빈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진은 명령조로 말했다.건너편의 케빈은 그 말에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이내 명령을 받들고 전화를 끊었다.사실 전에는 초대장이 날아왔을 때 그녀는 전혀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콩쿠르 사이트에 올라온 참가자 명단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이영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그녀의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씩 올라갔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그 시각 윤이건의 비서가 스케줄 일정과 비행기 시간을 그의 핸드폰으로 보내왔다.“윤 대표님, 이번에 열리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대표님께서 후원자로 참석하셔야 합니다.”…….이틀 뒤, 이진이 비행기 일등석에 탄 순간 익숙한 얼굴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윤 대표님은 참 이상하게 어딜 가나 항상 보이네요.”이진은 화가 난 듯한 말투로 자리에 털썩 앉았다.하지만 이진을 보는 순간 놀란 건 윤이건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이 탑승한 비행기는 중간에 경유하는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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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상관 안 해요
이진은 끝내 체념했다. ‘이 사람 진짜 미친 건가?’하지만 아쉽게도 상대방이 미쳤다는 사실이 불쌍하다거나 그의 미친 짓에 함께 동참할 생각은 없었다.“윤 대표님이 이야기에 이렇게 관심이 있는 줄 몰랐네요. 그런데 제가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기도 하고 좀 피곤해서요.”말을 마친 이진은 상대가 대답하기도 전에 거짓 웃음을 짓더니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워버렸다.윤이건은 눈 앞에 벌어진 황당한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그는 단 한번도 살면서 누군가에게 먼저 나서서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며 말해본 적도 없었고 더욱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당한 적도 없었다.하지만 눈을 감고 있는 이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본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그리고 그가 뭐라고 말하려 할 때 전화벨이 울렸다.귀찮은 듯 눈살을 찌푸리고 핸드폰을 손에 든 순간 액정에 뜬 이름이 눈에 들어왔고 그는 낮게 웃음을 터뜨리고 전화를 받았다.“윤 대표님…….”“이영 씨, 무슨 일이죠?”한번도 이영의 이름을 부르지 않던 그는 일부러 이진에게 들려주기 위해 다정하게 이름 세 글자를 불렀다.하지만 그 상황을 알리 없는 전화 건너편의 이영은 부드러운 목소리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이건 오빠…….”아예 대담하게 호칭을 바꾸면서도 긴장되긴 했는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윤이건은 그 호칭을 들은 순간 낯빛이 어두워졌다.“이건 오빠, 오빠가 이번 피아노 콩쿠르 후원자라는 거 알아요. 혹시 제가 그 콩쿠르에 나간다는 거 알고 있어요?”솔직히 이영이 콩쿠르에 나가는지 윤이건은 몰랐다. 혹은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하다.하지만 목적을 위해 전화를 끊으려는 충동을 눌러 참았다.“그래요, 알아요.”“그러면 혹시 저한테 힘 좀 실어주면 안 돼요? 저한테 이번 콩쿠르가 엄청 중요해서요.”현재 방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이영의 손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예전 같았으면 윤이건한테 전화를 걸면 윤이건은 아예 받지 않거나 그녀 혼자 한참 동안 떠들어댈 때 대충 몇 마디 하다가 인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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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너 이름이 뭐야?
처음 받아보는 대접이라 새로워서 그런지 윤이건은 이진한테 더욱 이끌렸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손을 뻗어 이진의 얼굴을 살짝 만졌다. 순간 온기가 그의 손에 느껴졌다.지난번 병원에서 이진 허리에 있는 흉터를 보는 순간 그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그리고 일부러 물에 데인 화상과 불에 탄 화상에 대해 알아봤다. 물론 이진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사실이 그에게 있어서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었다.그가 한참 동안 기억 속에 빠져 있을 때, 이진이 잠꼬대를 하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에 놓인 손을 꽉 붙잡았다.그 감촉에 윤이건의 눈은 한층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복잡한 심정을 애써 숨겼다.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고 난 뒤 180도로 변해 있는 이 여자를 깊은 눈으로 바라봤다.“대체 나한테 뭘 더 숨기고 있는 거야?”이진한테 잡힌 손을 천천히 빼낸 그는 이진의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었다.요즘 들어 그는 종종 어릴 적 겪었던 그 화재 현장을 꿈에서 본다.코를 자극하는 매캐한 냄새와 활활 타오르며 일렁거리는 불길 속에서 그는 여기서 죽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 순간 그보다도 더 마른 어린 여자애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손을 잡고 화재 현장에서 몸을 피했다. 그러던 그때 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지면서 불길이 세게 번졌고 귓가에 귓가에서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아!”윤이건은 그때 어린아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을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얼마간 지난 뒤 두 사람은 겨우 불길 속에서 도망쳐 나왔다.그때의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서 어둑어둑했지만 윤이건은 여자애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한다.연기 때문에 군데군데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여자애는 여전히 예뻤다.“너 이름이 뭐야…….”갈라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물었지만 그는 아쉽게도 여자아이의 대답을 듣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병원에 누워 있었고 그 여자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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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저 충분히 의심해도 되죠?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윤이건의 날타로운 턱 선이 눈에 들어왔고 곧이어 옅은 미소를 띤 입꼬리가 보였다. 게다가 남자의 셔츠에 축축한 흔적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방금 전 자기가 자던 자세를 떠올린 이진은 지금이라도 당장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왜 그래? 잠 제대로 못 잤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던데…….”윤이건의 조소 섞인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자 이진은 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어서서 도망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도망치기 전 윤이건에게 이미 손목이 붙들리고 말았다.“도망치는 것 말고 좀더 창의적인 방법은 없어?”“그게 윤이건 씨랑 뭔 상관인데요? 그리고 도망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니까 그랬죠!”이진은 고개를 홱 돌려 윤이건을 째려봤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 이를 갈며 손을 뿌리치려고 마구마구 흔들어 움직였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방의 힘 때문에 의자에 털썩 앉고 말았다.“이…….”하지만 욕지거리가 입술 사이로 튀어나오려던 그때 윤이건의 얼굴이 갑자기 가까워졌다.“자기야, 우리 지금 비행기 안이야. 도망쳐 봤자 갈 곳도 없잖아.”이진은 눈을 계속 깜박깜박거리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솔직히 양심적으로 말하면 남자의 생김새는 두말할 것 없이 잘생겼지만 아쉽게도 입만 열면 깨는 게 문제였다.이진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윤이건 씨도 우리가 비행기에 있다는 걸 아시는 모양이죠? 다른 사람들이 오해할 행동 하지 마세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하지만 말하다 보니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윤이건의 입가에 걸린 미소도 점점 어색해졌다.둘뿐인 일등석에서 누가 본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걸 이진도 알아차렸는지 입을 닫고 상대를 천천히 밀어냈지만 또다시 윤이건에게 손이 잡히고 말았다.“이진 씨, 우리 아직 합법적인 부부인데 남이 오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않나?”‘합법적인 부부이긴 개뿔.’이진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눈앞의 이 사람이 왜 날이 갈수록 이렇게 낯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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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이번엔 무조건 이겨
다음날.피아노 콩쿠르 현장에서 이영은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준비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남자의 대시를 받고 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지도. 그녀의 신분과 외모 덕에 남자의 관심을 받지 않는 게 더욱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그녀는 이렇게 대접받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리 자기에게 대시해오는 사람들은 모두 성에 차지 않았지만.그런데 이영이 무대 화장을 끝냈을 무렵, 익숙한 실루엣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로 다가갔다.“이건 오빠, 정말 와줬네요.”그녀의 기억 속에 윤이건은 이런 행사에 참가한 적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어제의 약속도 있었겠다 이렇게 눈앞에 나타난 걸 보니 당연히 자기를 위해 온 거라고 생각했다.순간 이 남자가 자기를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생각에 몹시 흥분됐다. 게다가 윤이건이 왔으니 자기가 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오늘 있을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연 중 하나다.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다면 상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었다.때문에 이영은 이 기회에 윤이건에게 더 접근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진이 문쪽에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그 순간 이영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저 년이 여긴 왜 왔지?’그녀의 기억 속에 이진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콩쿠르에 참가한다는 건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윤이건을 본 순간 이영은 뭔가 생각난 듯 콧방귀를 뀌더니 친절한 미소를 띤 채 이진에게 다가갔다.“언니, 이혼해서 속상한 건 알겠는데 여기까지 쫓아와서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까지는 없잖아.”일부러 강조하는 양 마지막 한 마디를 천천히 말한 이영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 쪽으로 눈길을 보내오자 씩 웃었다.하지만 이진은 그녀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짓는 게 아니겠는가?“이영아, 네 머릿속엔 온통 남자 생각 아니면 남자에 관한 일뿐인가 보네.”이진은 팔짱을 낀 채 이영을 위아래로 훑어봤다.“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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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때 그 사람이 이진이었다니
심사위원 석 중앙 자리에 앉아 이영을 보며 웃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진이었다. 그리고 윤이건은 그녀의 옆의 귀빈 석에 따로 자리했다. 이영이 경악했다면 윤이건은 이진을 보는 순간 놀랐다고 하는 게 맞다.결혼생활 3년 동안 그는 상대방이 피아노에 관해 얘기한 걸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다음으로 이영 참가자를 모시겠습니다.”사회자의 말에 이영은 그제야 흠칫 놀란 듯 현실로 돌아왔다.입술을 깨물며 이진을 째려보는 그녀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저 년은 왜 매번 나보다 잘난 건데!’하지만 귀빈석에 앉아 있는 윤이건에게 추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영은 눈 딱 감고 무대 위에 올랐다. 그녀는 이번 기회에 윤이건의 마음을 사로잡을 생각이었다.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에 이영은 어색하게 미소를 쥐어 짜냈다.그리고 심사위원 석에서 마침 그 모습을 본 이진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연주 도중 이영은 두 구간이나 실수한 것도 모자라 박자와 음마저 모두 무너져 그야말로 연주라 할 수 없는 연주를 선보였다. 그 모습을 한참 지켜보던 이진은 끝내 참지 못하겠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이영 씨, 그만하시죠.”“뭐?”연주 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와 함께 뚝 끊겼다.이영은 아직까지 자기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에 자아도취하고 있었는데 이진의 말을 듣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기교를 너무 많이 욱여넣다 보니 밸런스가 깨지고 그 기교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음과 리듬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다 무너져 형편없네요.”개인감정을 배제하더라도 이영의 실력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실력이었다.“이진! 네가 뭔데 날 무대에서 내쫓는데.”이성을 잃은 이영은 무대 위라는 것도 잊었는지 발끈했고 그 모습을 본 관중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수군대며 비웃느라 바빴다. 자기를 떠받들던 관중들의 웃음소리에 이영은 주먹을 그러쥐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넌 무슨 자격으로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데!”그리고 그 한 마디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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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나 후원자야
이진이었어?그렇다면 그가 지금껏 은혜를 베풀어온 상대조차 틀렸다는 말 아닌가?전화를 끊은 윤이건은 복잡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왔다.그리고 때마침 이진의 연주도 끝이 났다.물론 자의로 무대에 오른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음악을 할 때마다 늘 음악 속에 푹 빠지곤 한다.무대 아래에서 들려오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에 이진은 입가에 살짝 미소 지으며 공손하게 인사했다.고개를 드는 순간 마침 귀빈석에 앉아 있는 윤이건과 눈이 마주친 그녀는 눈썹을 치켜뜨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시비라도 거는 듯이.“이제 무대는 다시 우리 참가자 여러분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사회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진행을 시작했고 이진은 싱긋 웃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서 있는 이영은 아예 보지 못한 듯 슥 지나쳤다.2시간 동안의 경연이 진행된 후 곧바로 결과가 발표됐고 이영은 당연히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뭐 실력 문제라 결과가 이렇게 된 건 큰 문제가 없었지만 참가자 신분으로 공공연히 심사위원에게 시비를 건 행위를 사람들은 당연히 고깝게 보지 않았다.게다가 전에 이영 주위를 맴돌던 남자들은 이 시각 이진의 사인을 받기 위해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이진 씨, 연주 정말 잘 들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우시던데요.”“이진 씨,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같이 연주할 수 있을까요?”“이진 씨, 혹시…….”미소로 응대하느라 이진의 얼굴이 거의 굳어질 즘 썰물처럼 몰려들었던 사람들도 다 빠져나갔다. 하지만 다시 호텔로 돌아가려 하던 그때 윤이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도 늦었는데 같이 식사나 하는 게 어때?”이진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그 옆을 슥 지나쳤다.그 모습에 윤이건은 화가 나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지구 전체를 둘러봐도 아마 이런 태도로 그를 대하는 여자는 이진 외에 없을 거다.하지만 며칠 지내보니 윤이건은 이진에게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이진이 곁을 지날 때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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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난 자기 편이야
하지만 비상구 모퉁이를 돈 순간 이진은 마침 이영과 마주쳤다.세상 바닥이 아무리 좁아도 그렇지 어쩜 이런 일이 있는 건지.이영도 이곳에서 이진과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지 잠깐 놀란 표정을 짓는가 싶더니 방금 전 콩쿠르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 생각 나기라도 한 듯 얼굴을 팍 구겼다.“이진! 너 대체 무슨 뜻이야? 내가 콩쿠르 참석한다는 걸 알고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나 엿 먹인 거야?”말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라왔는지 그녀는 한걸음 더 앞으로 다가갔다.“너 이건 오빠랑 이미 이혼했잖아. 그런데도 미련 못 버리고 이젠 날 그 앞에서 망신까지 주는 거야?”어이없는 말에 이진은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스스로 북 치고 장구 치는 것도 모자라 약간의 피해 망상까지 섞여 있는 사람과 뭘 말한단 말인가?‘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냥 지나치자.’낮은 한숨을 쉬고 돌아설 때 이영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곧바로 글썽글썽한 눈으로 그녀 뒤를 바라봤다.“이건 오빠, 오빠가 좀 시시비비를 가려줘 봐요. 제가 우연히 언니랑 여기서 마주쳤는데 언니가 갑자기 저한테 막 시비 걸면서 괴롭혔어요!”뒤에서 가까이 다가 오는 남자의 발소리에 이진은 순간 짜증이 확 밀려왔다.왜 저 남자와는 끝없이 엮기는 지 의문이었고 이영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더욱 꼴 보기 싫었다.이에 갑자기 이영의 속박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녀를 바닥으로 밀쳤다.“그래, 내가 너 괴롭혔어.”눈 깜짝할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인지라 이영은 바닥에 넘어진 채로 멍하니 있었고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러더니 고개를 홱 쳐들어 자기를 내려다보는 이진을 보더니 얼굴을 확 붉혔다.“이진! 너 뭐 하는 거야!”“윤 대표님한테 내가 너 괴롭혔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네 말대로 해줬는데 이 정도면 체면 봐준 거 아닌가?”이진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내리깔고 이영을 보더니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윤이건은 마치 온 세상에 이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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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진짜 매형이 됐나?
그 일이 있은 뒤 이진은 비행기에서 내리기 바쁘게 케빈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도망쳤다.하지만 오피스텔로 도망치려던 생각도 잠시 윤 씨 저택에 물건을 놔뒀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며 방향을 바꾸었다.그런데 웬걸. 별장 문 앞에 도착해 보니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손에 든 카메라를 보니 그들의 신분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도망치려던 그때, 기자들은 그녀를 겹겹이 둘러쌌다.“이진 씨, 윤이건 대표님과는 정말로 이혼하신 겁니까?”“AMC와 YS 그룹은 앞으로 합작할 가능성이 있습니까?”“윤이건 씨가 병원에서 유연서 씨 곁에 있다는 말이 나오던데, 그에 대해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쏟아지는 질문에 이진의 머리속에 웡웡 울렸다.게다가 곧 윤이건이 도착할 시간이었기에 마음도 급했다.“저와 윤이건 씨에 관한 일은 앞으로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기자님들의 물음도 그때 답변 드리겠습니다!”말하는 동안 기자들 틈에 사이에 있는 빠져나갈 공간을 발견한 이진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하지만 도망에 성공하기도 전 기자의 말에 그녀는 우뚝 걸음을 멈췄다.“윤 대표님 오셨어!”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진은 기회를 엿봐 그 틈에라도 도망가려 했으나 기자들은 끈질기게 그녀의 발길을 막더니 윤이건과 함께 한 곳으로 몰았다.“저와 이진 씨의 혼인에 관해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윤이건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꼬리를 올렸다.그 미소를 보는 순간 이진은 갑자기 불안감이 휘몰아쳤다.“저와 이진 씨는 화목하게 결혼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혼할 생각도 없고요!”남자의 입에서 말이 떨어진 순간 기자들은 떠들썩해졌고 이진은 마치 머리를 쿵 세게 맞은 것처럼 얼어붙었다.‘이 사람이 대체 뭐라는 거야?’그리고 그때 한참을 나타나지 않았던 윤 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나타나 기자들을 쫓아냈다. 한순간 윤이건과 이진만 남게 되었다.“윤이건 씨!”이진은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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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바라고 바라던 사람
유연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의사들에게 그녀를 잘 보살필 것을 명령한 윤이건은 곧바로 병실로 나와 이진에게 전화했다.야릇한 사진 때문에 원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진은 하필 그 일을 벌인 주인공에게서 전화가 오자 당연히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어쩌겠는가 그 일에 대해 상의는 해봐야 하기에 이진은 눈을 홉뜨더니 이내 수신 버튼을 눌렀다.“왜요?”어제 비행기에서 내린 뒤로부터 윤이건은 이진을 보지 못했다.계속 한 지붕 아래에 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상대의 휴식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때문에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돌이켜보자 윤이건은 자기도 모르게 이진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빛마저 부드러워졌다.“나 지금 병원이야…….”“병원이요? 어디 다쳤어요?”이 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이진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지금 이 남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진의 그런 변화를 눈치챈 윤이건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서연이가 많이 아파. 방금 병원에서 모든 검사했는데 이유를 못 찾았어.”‘이런 미친놈을 봤나.’이진은 들려오는 남자의 대답에 이를 갈았다. 이건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뭐요? 저 한테 봐달는 거에요?”“응, 올 수 있으면 좋고.”“윤 대표님, 그게 사람한테 부탁하는 태도예요?”상대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녀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동안 숨소리만 들려오더니 끝내 낮게 깐 음성이 들려왔다.“부탁할게.”벌써 외투를 걸치고 있던 이진은 상대의 한 마디에 잠시 멈칫했다. 윤이건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은 유연서를 위해 한 거란 것만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왠지 모르게 답답했다.이진은 입을 뻐금 거리다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집을 나섰다.그리고 그 시각 전화 건너편에서 윤이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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