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끝 연애 시작: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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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특별한 만둣국
병원 대문까지 다다랐을 때 이진은 이를 갈았다. 도망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고 끝내 윤이건한테 손목이 잡힌 이 상황에 뭔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그녀는 사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핑계로 탈의실에 갔다가 윤이건을 따돌릴 생각이었는데 끝내 윤이건을 피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했다.순간 윤이건이 병원에 자기 사람을 얼마나 많이 심어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대체 뭐 하자는 거예요?”화가 치밀어 올라 고개를 홱 돌린 이진은 무표정한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그와 동시에 병원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은 어느새 그들에게 눈빛을 보내왔다.본인 체면이 중요하지 않다고 마구 대하는 남자가 원망스러웠다.“말했잖아. 고마워서 식사 대접하고 싶다고.”윤이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손끝에서 느껴지는 여자의 차가운 피부에 미련이 남았는지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윤 대표님, 대표님이 사랑하는 그 여자 이제 다 회복됐으니 퇴원할 수 있어요.”이진은 눈썹을 치켜뜨며 윤이건에게 암시했다.“그래서?”“그래서 앞으로는 저한테 들러붙지 말았으면 좋겠어요!”윤이건이 이혼 서류에 사인하는 걸 거절한 이후부터 두 사람은 끊임없이 서로 엮였다. 그게 우연이든 고의든 이진은 화가 나고 그저 윤이건에게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는 생각뿐이었다.“그게 지금 이 상황과 무슨 상관이지? 연서가 퇴원하는 거랑 내가 이진 씨한테 감사 인사 하는 거랑은 모순되지 않을 텐데.”'이름 한번 애틋하게 부르네.’속으로 중얼거리며 윤이건의 손에 힘이 빠진 틈에 이진은 곧바로 자기 손을 빼내더니 입을 꾹 다문 채 남자의 반응을 기다렸다.‘동작 하난 빠르네.’윤이건은 나지막하게 웃더니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했다.“병원 와서 유연서 퇴원 수속 밟아.”하지만 비서에게 명령하면서 시선은 여전히 이진의 얼굴에 고정했다.통화가 끝난 걸 확인한 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문을 나가 차에 올랐다.이렇게 된 이상 두 사람의 질긴 인연도 끊어진 셈이니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는 게 얼마 남지 않았고 그렇다면 집에 돌아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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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불청객의 방문
윤이건의 이런 행동이 이진은 이해되지 않았다.아무리 미각을 잃었다고 해도 만둣국 하나에 스타 셰프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식사가 끝난 뒤 이진은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그러면서 갑자기 윤이건이 집사더러 만둣국 조리법을 기록하게 하던 생각이 나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가사도우미가 다급하게 달아가 문을 여는 모습에 이진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어렵사리 찾아온 휴가가 누군가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드라마를 잠시 멈추고 일어서는 순간 눈앞에서 유연서가 걸어왔다.“이진 씨, 그동안 잘 지냈어요?”유연서의 마음에도 없는 한마디에 이진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대충 대답했다.하지만 그때.“연서 아가씨, 얼른 앉으세요. 제가 바로 과일 내다 드릴게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방금 문을 열어준 가사도우미가 유연서를 보자 활짝 웃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마치 집안 안주인을 반기 듯이.“고마워요, 아주머니.”이에 유연서는 당연하다는 듯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이진의 반대편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 모습에는 손님이라는 거리감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이진은 그 상황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보아하니 지난 3년간 그녀는 많은 것을 놓친 듯싶었다.적어도 그녀가 집에 있을 때 유연서를 마주친 적은 없었으니까.그런데 손님이 손님 자각이 없으니 그녀도 거리낄 게 없었다.아예 다리를 꼰 채 방금 멈췄던 드라마를 다시 재생했다.“이건 오빠는 집에 있어요?”흔하디흔한 레퍼토리에 이진은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이진 씨만 있는 것 같은데 다행이네요. 전에 제 수술 해준 거 고마워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의사로서 응당해야 할 일인데요 뭘.”쌀쌀맞은 대답에 눈빛은 여전히 티브이에만 고정되어 있었다.이진은 솔직히 눈앞의 유연서가 순진한 척 연기하는 여우 같은 여자든 뭐든 딱히 관심 없었다. 별로 마주치지도 않는 데다 마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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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미안하지만 주인은 나야
물론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짐작하긴 했으나 가사도우미한테까지 이런 무례한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화가 나 웃음이 나왔다.“아주머니, 지금 그런 태도로 저한테 말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말을 마친 이진은 낮은 한숨을 내뱉고는 티브이를 꺼버렸다.그저 조용히 드라마나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이진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싸늘한 눈으로 유연서와 아주머니를 번갈아 훑어봤다. 그 모습에 방금 전 무례를 범했다는 걸 인지했는지 아주머니도 조금 수그러들었다.“어찌 됐든 연서 아가씨는 손님이잖아요. 작은 사모님께서 그런 일을 저지르시면 안 되죠.”“지금 저더러 작은 사모님이라고 하셨죠?”이진은 팔짱을 낀 채로 가볍게 입을 열면서 눈앞의 두 사람을 다시 한번 훑었다.솔직히 이런 더러운 꼼수에 놀아난다는 게 같잖고 설명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지만 이 일을 이대로 넘길 마음은 없었다.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말이 나온 순간 아주머니는 흠칫 몸을 떨었고 작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원래 자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유연서는 입술을 깨물었다.“유연서 씨가 이 집에서 어떤 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인은 저예요.”아주머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눈앞의 여자가 이제 더 이상 3년 전 그저 고분고분하던 여자가 아니라는 걸 잊고 있었다니.“제가 주인이니 방금 전 일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는 있겠죠? 미안하지만 두 사람 당장 이 집에서 나가주세요.”“나가달라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이런 결과를 초래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한 아주머니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아주머니 해고됐다고요. 그리고 유연서 씨…….”이진의 눈빛은 유연서 쪽으로 향했다.“여기는 그쪽 환영하지 않아요.”저택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히는 사이 아주머니는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게다가 유연서도 이진이 이렇게 제멋대로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아주머니, 미안해요.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다 저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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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실 수 있어요?
유연서는 윤이건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게 아니다. 그저 그 상대가 자기라는 이 상황을 처음 겪을 뿐.유연서는 착한 사람 코스프레라도 해서 아주머니의 호감을 얻으면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거란 생각에 나섰지만 눈앞의 상황에 더 이상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매번 그녀의 말이라면 껌뻑 죽던 윤이건의 그녀의 간단한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다는 거였다.‘이건 오빠가 이러는 건 처음인데. 설마 이진 때문인가?’유연서의 눈빛은 이진에게로 옮겨졌다. 그리고 소파에 기대 재밌는 구경거리를 감상하기라도 하는 듯한 이진의 태도를 보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솔직히 윤이건이 아주머니를 해고한 건 그녀 본인의 문제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경고를 주기 위함이었다.윤씨 저택 하인들은 이진에게 태도가 나쁘다기보다는 무시하는 데에 가까웠다.물론 이진은 그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윤이건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역시나 아주머니가 해고된 뒤로 저택 안 사람들이 이진을 대하는 태도는 아예 180도 바뀌었다.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 행동이든 아니든 그들은 적어도 이진을 윤씨 가문 작은 사모님으로 대했다.그날 밤 유연서는 윤씨 저택에 남아 식사하게 되었다.그녀는 윤이건이 요청한 스타 셰프를 보는 순간 깊은 감동을 받았다.속으로는 자기가 퇴원한 걸 축하하기 위해 준비한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후각을 자극하는 맛나는 산해진미 사이 낀 만둣국은 그야말로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2층에서 내려온 이진은 주인 석에 놓인 만둣국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동요했다.그녀는 흘깃 윤이건을 스쳐봤지만 그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순간 속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만둣국 외의 모든 음식은 단지 들러리라는 걸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그리고 사람들이 모였을 때, 윤이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만둣국으로 손을 뻗었다.이진은 옆에 앉아 수프를 음미했지만 솔직히 곁눈질로 계속 윤이건의 반응을 살폈다.그런데 수프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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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결혼을 강요당했나?
저녁식사 내내 유연서는 밥이 코로 넘어가는 기분이었다.분명 평소에는 먹기도 어려운 귀한 음식들이었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무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그리고 겨우 식사가 끝나자 유연서는 윤이건을 따라 2층 서재로 향했다.이진도 마침 휴식할 생각에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도중에 하필이면 유연서와 마주치게 되었다. 마치 주권이라도 행다하는 듯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며 경계하는 유연서를 보자 그녀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대체 정신 연령에 어느 단계에 멈췄는지 의문이었다.한편, 서재. 테이블 앞에 앉아 유연서를 빤히 쳐다보는 윤이건의 표정은 약간 멍해있다.유연서의 화상이 그저 뜨거운 물에 데인 상처라는 걸 안 순간부터 유연서에 대한 그의 마음은 조금씩 변했다.“이건 오빠, 전에 나 회사 출근하라고 하던 건 어떻게 됐어? 나 앞으로 무슨 일하면 돼?”유연서의 말에 윤이건은 흠칫 놀랐다.그때 그가 이 요구를 동의한 건 그저 이진을 얼른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뇌를 거치지도 않고 한 약속이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확실히 너무 뜬금없는 부탁에 동의했다 싶었다.“내가 내일 인사팀에 얘기해 놓을게. 잠시 동안은 먼저 비서 일을 맡으면 돼.”그 말에 유연서는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비서는 아무래도 윤이건의 옆에 붙어있기에 그를 매일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면 오늘 시간도 늦었는데…….”“응, 내가 기사님한테 말해뒀어. 너 안전하게 집까지 모시라고.”솔직히 오늘 밤 집에 머물고 싶다는 뜻으로 말을 꺼낸 거였는데 윤이건은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였다.그리고 곧바로 비서를 불러오는 걸 보자 유연서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음날, 유연서가 YS 그룹에 출근도장을 찍은 뒤 신입 비서가 왔다는 소문이 인사팀에서부터 회사 전체에 퍼졌다.“갑자기 회사에 사람을 꽂는 일이 흔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비서직은 처음 있는 일 아니에요?”“그것뿐인 줄 알아요? 그 유연서라는 신입 회사 출근할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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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뻔뻔한 태도
대답 대신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케빈을 보자 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가 향한 곳은 당연히 YS 그룹이었다.솔직히 웃긴 건,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그녀가 YS 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마침 유연서는 서류 뭉치를 들고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윤이건을 찾으러 가려던 그때 마침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부탁 좀 할게요. 혹시 프로젝트 매니저님께 연락해 줄 수 있어요? 일적으로 얘기할 게 있어서요.”가던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진이었다.그녀는 그 시각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얘기하고 있었다.“이진 씨?”이진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려 할 때 이 비서가 마침 그녀에게 다가왔다.“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혹시 윤 대표님 찾으러 오셨어요? 제가 보고드릴까요?”비서가 당연하다는 듯 꺼낸 윤이건의 이름을 듣자 이진은 잠시 동안 머뭇거렸다.그녀가 오늘 YS 그룹에 온 건 일 때문이지 다른 목적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윤이건이 그녀가 이곳에 왔다는 것마저 모르길 바랐다.하지만 거절의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비서는 당연히 그녀가 동의한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윤이건에게 보고하려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다가갔을 그때, 그 앞에서 유연서와 마주치게 되었다.“이 비서님, 방금 보니 이진 언니가 온 것 같던데 혹시 이건 오빠 찾으러 왔대요? 저 마침 이건 오빠 찾으러 가던 참이었는데 제가 대신 보고드릴까요?”잠시 망설이며 난처해하는 이 비서를 보자 유연서는 낯빛이 확 변하더니 날카로운 말투로 따져 물었다.“왜요? 혹시 제가 그렇게 간단한 일도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그 말에 이 비서는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그는 윤이건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온 부하이기에 당연히 유연서가 자기 대표한테 어떤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때문에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쉽사리 거절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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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증거를 내 놔
직원의 말에 이진은 화가 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이 회사에 좋은 분위기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요?”이진은 화를 참을 생각이 없었다. 참아야 할 이유도 없었고.눈썹을 치켜뜬 채 빤히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거절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했다.그 아우라만으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이미 잔뜩 겁을 먹고 유연서를 바라봤다.그리고 상대의 눈빛을 받은 유연서는 그녀를 속으로 쓸모없는 년이라고 욕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어째 됐건 이런 상황에서 좋은 사람인 척 분위기를 풀어야 했으니 말이다.“이진 씨, 프런트 데스크 직원과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요? 속이 너무 좁은 거 아니에요?”“그렇다면 유연서 씨 뜻은 같 잖은 사람한테 무시 당해도 그저 웃어넘겨야 한다 그 말이에요?”이진의 눈빛은 유연서의 웃는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지만 그 가식적인 웃음만 보면 온몸에 소름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이진 씨, 그건 너무 억지 아니에요? 여기 YS 그룹이에요.”“그래서요?”이진은 이를 갈며 겨우겨우 잇새로 한 마디를 토해냈다. 마지막 남은 인내심도 이젠 모두 바닥났다.“그러니 윤 대표님 마음 하나 돌리겠다고 이렇게 찾아와 직원에게 진상 부리는 짓은 삼가 주셨으면 해서요.”‘돌고 돌아 또 윤이건이었어?’이진은 너무 어이없이 이젠 체념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유연서의 일편단심에 감탄했다.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방금 꺼내다 만 명함을 다시 꺼내 프런트 데스크 위에 올려놓았다.“저 AMC 대표 이진입니다. YS 그룹에 찾아온 건 프로젝트 매니저님을 찾아온 거고요.”이진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홀에 있는 프런트 직원들은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하나둘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유연서의 낯빛도 이미 새하얗게 질렸다.‘저 여자 의사 아니었어? 그런데 그 베일에 싸인 회사 대표라니?’하지만 이내 주먹을 힘껏 그러쥐며 마음속 분노를 가라앉히더니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이진 씨, 명함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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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정리가 필요해
회사 대표의 말에 의심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아무리 아니라고 한들 대표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높은 분을 몰라뵙고…….”방금까지 큰소리치던 직원은 이미 얼굴이 잿빛이 되어 목소리마저 떨렸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 이진이 계약서를 다시 손에 들며 입을 열었다.“황 매니저님…….”담담한 한마디에 깃든 뜻은 아주 명확했다.이진의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와 싸늘한 눈빛을 보자 윤이건의 눈에는 일순 감탄의 빛이 언뜻 지나갔다.하지만 눈빛이 황 매니저를 향했을 때 미간에는 싸늘한 기색이 맴돌았다.“잔금 모두 메워요.”이진은 윤이건을 힐끗 바라봤다. ‘뭐 아예 쓸모없지는 않네.’지금껏 그렇게 오랫동안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차라리 대표실로 직접 찾아가 직접 해결하는 게 더 효율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홀에는 일순 침묵이 흘렀다.옆에서 구경하던 직원들은 윤이건을 보자 하나둘 제 자리로 돌아갔다. 대표님에게 찍혀 보너스를 받지 못하면 안 되니까.하지만 황 매니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자 이진은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보아하니 이번 사태가 간단한 건 아닌 듯싶었다.역시나 황 매니저가 휘청거리더니 기어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돈이 모자랍니다…….”“뭐라고요?”매니저의 말에 윤이건은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고 이진은 곧바로 계약서를 덮었다.이것도 사실 예상했던 일이었다.그렇지 않다면 YS 그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계약금을 연체할 배짱이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대표님, 죄송합니다. 이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몇 분 전만 해도 위세를 떨던 매니저는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벌벌 떨었다.더욱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굴었다.“인사팀에 가서 퇴사 수속 밟으세요! 앞으로 YS 그룹의 그 어떤 계열사도 들어갈 수 없을 겁니다!”그 결정에 황 매니저는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물론 업계에서 매장된 수준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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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기업 미팅 파티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에요?”YS 사무실 내에서 이진은 소파에 앉아 담담한 눈빛으로 윤이건을 바라봤다.“프로젝트 매니저 건은 빠른 시간 내에 조사해 볼 거고 연체된 비용은 즉시 보충할게.”이에 윤이건은 차 두 잔을 따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이진을 슬쩍 훑었다.처음 보는 이진의 오피스룩 차림에 윤이건은 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약간의 카리스마가 섞여 있는 동시 여전히 아름다움을 겸비하고 있었다.“좋아요. 그러면 소식 기다릴게요.”하지만 이진은 윤이건이 건넨 찻잔 둘레를 슬쩍 만지더니 입에는 대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이건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서서더니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점심 같이할래?”“윤 대표님, 우리처럼 작은 회사의 돈도 연체했으면서 밥얘기가 나오나요? 저는 돈이 없을뿐더러 먹고 싶은 마음까지 없어서요.”이진의 이 한마디 덕에 이틀 뒤 이 일은 그나마 해결되었다.이진은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그때, 케빈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왜 그래? 복권이라도 주웠어? 아니면 여자 친구를 주었나?”케빈이 그 자리에 굳는 모습에 이진은 피식 웃었다.“보스는 항상 보면 저만 놀린다니가요!”말하는 동시 케빈은 손에 든 계약서와 수표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보스, 그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미 감방 갔대요. 투자 비용을 글쎄 개인 용도로 감춰놨더라고요. 그리고 나머지는 여기에 있어요.”하지만 수표를 힐끗 보니 연체된 금액보다 돈이 더 많은 게 아니겠는가?그리고 고개를 들어 케빈을 보는 순간 그가 오늘 왜 유독 기뻐하는지 알아차렸다.“나머지 연체 금액은 윤 대표님이 다 메웠어요. 그리고 전에 계속 돈을 연체해 프로젝트에 지장을 줬다고 조금 더 보내줬어요.”‘일 처리 하난 참 빠르단 말이지.’수표를 손에 쥔 이진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다.‘오늘 저녁 고기 국수나 해줄까? 이젠 파트너 관계도 됐겠다 너무 싸늘하게 대할 필요는 없으니까.’“아 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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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즐기면서 살다
윤이건도 민시우가 자기를 비꼰다는 걸 알아챘지만 그도 사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다.이건 뭐 이진이 지금껏 너무 꽁꽁 숨긴 걸 탓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자기를 탓할 수밖에 없었으니.“내가 언제 솔로였던 적 있어?”오히려 되돌아온 윤이건의 공격에 민시우는 정색한 얼굴로 맞받아치며 불만을 토로했다.민시우는 이 바닥에서 윤이건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엔터 회사 대표이고 평소에 점잖지 못한 것 같지만 막상 진지해지면 그의 능력과 총명함에 혀를 내두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아마 업계가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민시우 곁에는 그의 말처럼 여자가 끊였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 또한 없다.그의 말대로라면 한 번뿐인 인생 즐기면서 살기 위해 태어났다고 하는데, 윤이건은 그의 그런 생각에 한 번도 뭐라 한 적도 뭐라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그의 사전에서 연애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해야 하는 거였으니.그 생각을 하다 보니 그의 눈빛은 저도 모르게 이진을 향했다.이진은 다른 회사 대표들과 사업적인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살짝 쳐든 턱,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오늘의 스타일까지 더해지자 마치 우아한 흑조 같았다.그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유연서는 마침 윤이건이 자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걸 발견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달려왔다.하지만 뭐라 말하려던 찰나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한 윤이건의 시선을 따라 봤더니 그 시선의 끝에는 이진이 서있었다.순간 밀려오는 질투에 유연서는 이를 악물었다.오늘 윤이건이 그녀를 파티장에 데려오긴 했지만 들어서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거의 교류가 없었다.그녀는 손에 든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 솔직히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생소한 단어들이 오가는 대화에 도무지 낄 틈이 보이지 않았다.한참을 머뭇거리던 그때, 유연서는 갑자기 속으로 냉소하더니 이진을 향해 걸어갔다.“이진 씨…….”그 시각 이진은 마침 다른 회사 대표와 협력에 대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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