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생은 반드시 해피엔딩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693 챕터
제81화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내 머리는 아직도 조금 어지러웠지만, 의식은 있는 상태였다. 나는 민정의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괜찮다며 다독였다.“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잘못은 허겸이 한 거지. 난 그 사람 바람피운 사실을 너한테 말해준 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 단지 그 쓰레기가 너랑 안 어울리는 거지.”민정이는 더 슬프게 울었다.이때 정아와 세희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그 둘은 나를 보고, 급히 다가와서 괜찮냐며 이것저것 물었다.“지영아, 몸은 어때? 머리는 계속 아픈 거야?”“배는 안 고파? 가서 밥이라도 사 올까?”“온도 더 높여줄까? 안 추워? 감기까지 걸리면 안 되는데!”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배고프지도 춥지도 않아, 그냥 머리가 살짝 어지러울 뿐이지.”정아는 속상해하며 말했다.“우리 불쌍한 지영이, 두 달 동안 어떻게 이런 일만 생겨? 머리 상한 거만 벌써 두 번째야, 혹시 머리 상한 거 때문에 멍청해지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나는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 너희들 한 사람씩 바꿔가면서 나 책임지면 되지 뭐.”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알게 되었다.허겸은 나를 해코지하려고 일부러 엄기준더러 나한테 접근하게 했고, 기회를 찾아 날 납치하고 돈을 갈취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바다로 날 내 던진 후, 그 돈을 갖고 해외로 도주할 계획이었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배인호한테서 걸려 온 전화로 내가 살 수 있었던 거고, 나의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은 배인호는 내 휴대폰 위치추적 후, 나를 구하러 몇 명을 데리고 같이 온 것이었다.“그 뒤로 한참 널 찾았는데 찾지 못해서, 인호 씨가 나한테 또 연락이 온 거야. 나보고 허겸한테 전화 좀 해보라고 해서 전화했더니 허겸이 내 전화 끊어버리더라.”민정이는 휴지로 눈물을 닦으며, 얼굴에는 온통 분노로 가득 찼다.“나는 허겸이 이 정도로 독하고 이기적인 사람인 줄도 몰랐고, 본인이 잘못해 놓고는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릴 줄도 몰랐어. 심지어 허겸 부모님은 날 찾아와서 사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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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배인호를 오해하다 
그의 과분한 관심에 놀란 나는 입을 열었다.“저 혼자서도 물 부어 마실 수 있어요.”조금 전까지 온화하던 그의 말투는 순식간에 차갑고 시크하게 변했다.“다쳤으면 그냥 누워나 있지 왜 센 척이야?”그냥 물 하나 부을 수 있다는 게 왜 센 척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컵을 받아 들고 말없이 물을 마시며, 속으로는 배인호처럼 시크하고 차가운 남자의 부드러운 섬세함은, 그가 좋아하는 여자만 누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그렇다면 서란은 앞으로 배인호의 그 차가움 뒤에 숨겨진 따뜻함을 매일 누릴 수 있는 행운의 여자겠네?“허겸은 어떻게 됐어요?”나는 물을 마시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지금 경찰서에 수금돼 있어. 절차 다 밟으면 아마 형을 선고받을 건데, 무기징역은 피할 수 없을 거야.”담담하게 말하던 배인호는 갑자기 대화 화제를 돌렸다.“그리고 그 엄기준, 그 사람은 너 납치 계획까지 다 불었어.”“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배인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뭐가 다행인 건데?”나는 어리둥절했다. 나쁜 사람이 정의의 심판을 받는다는데 그럼 다행인 거지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배인호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남자라 생각했다.그는 계속해 말했다.“술집에서 낯선 남자한테 연락처를 줘서 다행이라는 거야, 아니면 그 사람이랑 영화 보고 고기 먹으러 가게 된 게 다행이라는 거야?”“…”나는 말문이 막혔다. 만약 내가 복수심을 품지 않고, 다른 사람 일에 신경을 껐다면 엄기준과도 이런 일이 없었을 거다.배인호는 이어서 물었다.“왜 말이 없어?”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오히려 그에게 되물었다.“인호 씨 지금 질투하는 건가요?”나는 강한 질투의 냄새를 맡았지만, 그가 왜 질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날 전혀 좋아하지도 않고, 각자 즐길 거 즐기고, 내가 만나는 사람이 그의 친구만 아니면 된다고 3계명처럼 항상 말했었기 때문이다.내가 되물은 질문에 배인호는 당황스러운 듯 갑자기 일어서서 차갑게 말했다.“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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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한다
이우범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그러면 두 번째 결혼 전에는 안전 조심해요. 머리 맞고 진짜로 바보 되지 말고.”나는 들릴 듯 말 듯 하게 중얼거렸다.“거 참 오지랖 넓네.”이때 간호사가 급히 이우범을 불렀고, 이우범이 떠나자 정아가 돌아왔다. 그녀는 많은 생각이 정리된 듯 신나 보였다.“지영아, 너 지금까지 계속 쫓아다니기만 하다 이제는 별일도 다 있네?!”“아냐, 이혼할 건 해야지.”나는 담담하게 말했다.“나와 이혼할 거라고 배인호가 이미 이우범이랑 서란한테도 말했대.”정아는 순식간에 웃음을 멈췄다.“응?”설사 그녀가 연애 경험도 많고, 연애에서는 고수라 해도 나와 배인호의 변덕에는 다소 어리둥절할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명은 예전과 다르게 도움을 줬다 하고, 한 명은 오해했다고 자책하며 다시 재회할 것처럼 하더니 이제는 또 이혼할 거라고 하니 말이다.하지만 박정아는 역시 박정아였다. 몇 초간 멍하니 있더니 더욱 신나서 말했다.“맞아! 이혼할 거면 빨리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너 10년 동안이나 배인호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용서해서는 안 되지, 이혼하고 배인호가 너 못 잊어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버려!”나는 이런 정아가 너무도 웃겼다. 나와 배인호가 이혼하면, 배인호가 땅을 치며 후회하기보다는 서란과 결혼해서 애까지 낳는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서란의 존재는 배인호가 나와의 이혼을 승낙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야 그만해, 뭔 끝이 없냐? 나 빨리 밥 좀 사다 줘. 병원 식당에서 파는 가지볶음 맛있던데 그거 좀 사다 주면 안 돼?”나는 웃으며 정아를 재촉했다.“5성급 호텔 요리도 아니고 고작 병원 식당의 가지볶음이라니, 어휴!”정아는 말로는 구시렁거렸지만, 몸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병원 식당으로 향했다. 지금이 정확히 식사 타임이라 아마 줄을 서서 기다려야 될 것이다!정아가 나가고 병실에는 나 혼자 남아 있었다. 얼굴에 미소는 서서히 사라졌고, 그 대신 약간의 상실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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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결혼 축하 선물
서란은 내가 더는 대꾸하지 않자, 가방을 집어 들며 일어났다.“지영 언니, 들어보니 언니 이혼할 때 일전 한 푼도 안 받는다면서요? 그거 너무... 바보 같은 짓 아닌가요? 10년 동안의 젊은 시절은 보상받아야죠. 여자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젊음이잖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나는 너무나 화가 났다. 상간녀 주제에 본처한테 위자료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본인이 착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나?게다가 그녀는 내가 10년 동안 배인호를 좋아했다는 거도 알고 있었다!그녀한테는 분명히 기쁨과 동정심이 공존할 것이다. 나는 10년이란 시간을 배인호한테 바쳤는데 그녀는 몇 달도 안 돼서 배인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배인호가 본인한테 더 잘해주는 거도 분명히 알고 있을 거다.배인호가 그녀한테 말했겠지?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사람들한테 한두 번 웃음거리가 된 거도 아니니, 서란 한 명 더 늘었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으니 말이다.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난리를 치면 아마 내 꼴만 더 우스워질 것이다. 나는 이혼까지 참았다가 그 뒤에는 세계 여행이나 할 계획이다. 어쨌든 시간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가지볶음 도착이요!”정아는 포장해 온 음식을 들고는 신이 나서 돌아왔다. 하지만 내 안색이 심상치 않은 걸 보고는 걱정되는 듯 물었다.“왜? 뭔 일 있어? 낯빛이 너무 안 좋은데? ”나는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너한테 들려줄 게 있어.”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방금 녹음 내용을 들려줬다.녹음본을 들은 정아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욕설을 퍼부었다.“이거 완전 미친년이잖아, 지금 너 죽이려고 한 거 맞지? 아 안 되겠어. 나 당장이라도 그년 쫓아가 싸대기라도 날려야 될 것 같아!”“정아야, 하지 마.”나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걔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뭘 어떻게 쫓아간다는 거야?”“그년 서울대 성악과 아냐? 사람 시켜서 걔 학교에 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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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또 한 번의 착각
새해가 지나고 며칠 후 나는 퇴원하게 되었다.병원에 있는 건 확실히 지루했고, 게다가 회복도 잘 된 상태라 미리 퇴원 절차를 밟았다.이 기사님은 나를 청담동으로 데려다주었고, 집사 아주머니는 나를 위해 풍성한 점심을 준비했다. 나는 배가 터질 정도로 먹고 나니 기운이 나는 듯했다.갑자기 기선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누나, 어떻게 된 거예요? 괜찮아요? 병원에 찾아갔는데 누나 이미 퇴원했다면서요!”“선우야, 내가 입원한 병원은 어떻게 알았어?”나는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내가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그 어디에도 올린 적은 없으니 말이다.기선우는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오늘 아침 라니가 알려줬어요.”내가 다친 걸 기선우한테 알려줬다고? 그러고 보니 전에 서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선우가 나를 대하는 느낌이 다른 사람 대하는 거와 다르다고 말이다. 그녀는 일부러 나랑 기선우가 썸이라도 타길 바라는 듯했다.이때 배인호한테서도 전화가 걸려 왔고, 나는 기선우한테 대충 얼버무리고 배인호의 전화를 받았다.그는 나한테 따져 물었다.“퇴원한 거 나한테 왜 말 안 했어?”“병원에 갔어요?”내가 물었다.“말이라고 하는 거야?”배인호는 몹시 화가 나 보였다.“내 시간만 낭비했잖아!”나는 당황스러웠다. 서란은 오늘 아침 배인호가 병원에 나 보러 가는 줄 미리 알고, 기선우한테 내가 입원한 사실을 알려준 거다. 내가 앞당겨 퇴원해서 다행인 거지, 그게 아니면 일부러 어색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었을 거다.나는 서란이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배인호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나도 다시 전화하지는 않았다.겨울은 낮이 짧고 밤은 긴지라 오후 5시 반도 안 돼서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나는 오후 내내 잠을 자고 일어난 뒤 겉옷을 걸쳐 입고, 홀로 밖에 눈사람을 향해 걸어갔다.요즘 날씨가 눈이 매일 오는 건 아니라서 눈사람의 뚱뚱했던 몸통은 조금 사라졌고, 그 형태는 조금씩 변형이 돼 있었다.“사모님, 밖에 추운데 들어와서 몸 좀 녹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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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나를 처음으로 좋아해 준 사람
“죄송해요, 하도 이혼을 미루니까 전 인호 씨가 저를 좋아하게 된 줄 알았어요. 근데 그런 게 아니네요.”나는 차분하게 웃어 보였고, 그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했다.배인호의 차가운 얼굴에서는 그 어떠한 감정도 엿볼 수 없었고, 그는 내 맞은편에 앉아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나는 담배 연기에 숨이 막혀 기침했고, 그걸 본 배인호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이런 부분은 그래도 신사적이라 생각했다.1분 정도 지난 후, 나는 배인호가 전화를 받고 서둘러 떠나는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봤다.이때 내 전화도 울렸고, 정아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지영아, 뭐해? 여기 밥 먹으러 와!”그녀는 신비롭게 나한테 말했다.“여기 오면, 네가 예상치 못한 사람도 볼 수 있을 거야.”“그게 누군데?”내가 물었다.“안 알려줄 거야. 위치 보냈으니 얼른 와. 너 안 오면 집까지 찾아간다.!”정아는 신이 나서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시간을 보니 때마침 저녁 시간이었다. 나는 집사들한테 저녁은 나가서 먹을 거라고 말해줬고, 차를 운전해 나갔다.목적지에 도착해 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희와 민정이도 함께 있었고, 더 생각지 못한 건 문 바로 맞은 편에 30대 초반인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진, 아주 표준적인 동양형 미남이 앉아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박정아의 친오빠, 박정환이었다.나를 본 박정환은 잠시 깜짝 놀라다가 금세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한테 인사를 건넸다.“지영아, 오랜만이네.”“정환 오빠, 한국은 언제 들어온 거예요?”나는 마음속의 어색함을 억누르고, 대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아 옆으로 가서 앉았다.“오후에 금방 도착했어. 정아가 굳이 환영파티 한다고 해서 밥 먹으러 오게 된 거야.”박정환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는 정아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갖고 있다.정아의 친언니 박성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녀도 웃으며 말했다.“정아가 자리 만들고, 오늘 돈은 네가 계산해.”박정환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누가 하든 똑같지 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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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날 괴롭히지 마
서란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 그 시선은 갈 곳을 잃었고, 그녀는 머리를 숙여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그녀가 앞에서 보여준 순진하고 갈팡질팡한 행동을, 그녀가 실제로 한 일에 비하면 그건 천차만별이다.배인호는 그녀의 당혹감을 느끼고는, 날 일부러 보라고 그런 것인지, 진심으로 그녀가 안쓰러웠는지 우리 앞에서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배인호!”박정환의 목소리는 많이 불쾌한듯했다.“정환 오빠, 오빠 예전보다 더 멋있어진 거 같네요!”나는 박정환의 말을 가로채고는, 손을 뻗어 그의 팔을 끌어당기며 큰 소리로 칭찬했다.엘리베이터 가장 문 앞에 선 민정이는 빠르게 닫기 버튼을 눌렀고, 배인호의 뜨거운 시선을 뒤로하며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일부러 나 보라고 그런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참을 수 없지.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쑥스러웠고, 박정환의 팔을 놓으며 말했다.“죄송해요, 방금 오빠 팔 좀 빌리게 됐네요.”그걸 들은 박성아가 입을 열었다.“뭐가 미안한데, 저놈 속으로 좋아서 난리였을걸?”정아도 활짝 웃었고, 그 두 자매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봤다.“맞아, 나 진짜 너무 행복했어.”박정환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앞으로 이런 좋은 일은 내가 책임질게.”“정환 오빠는 점점 유머러스해지네요.”나는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박정환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우리 일행은 호텔을 떠나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이왕 노래하러 왔으니, 나는 마음속 스트레스를 노래로 전부 발산했다. 비록 내가 악기를 전공했지만, 발성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노래 실력이 좋다 할 수는 없지만, 어디 가서 괜찮게 부른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세희는 회사 직원들과 전에 여기서 회식한 적 있다 했으며 그때 카드를 만든 적 있다고 했다. 그 카드에는 술 두 박스를 킵한 적 있었고, 우리는 그 킵한 중에서 한 박스를 시켜 먹었다.“자, 지영아 너 우리 오빠랑 이 노래 좀 같이 해봐!”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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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이우범이 이상하다
서란 얘기만 하면 배인호의 성욕은 조금 사라지는 듯했다.“서란이 암만 쿨하다 해도, 걔가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한 감정 앞에서 쿨한 여자는 없어요.”나는 계속해서 그를 설득했다.“설마 걔가 슬퍼하는 걸 보고 싶어서 이래요? 만약 우리 둘이 관계를 맺었다는 걸 서란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그는 이성을 찾고 내가 한 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듯했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찰나, 그는 마치 방금 내가 한 말이 전부 헛소리였던 것 마냥 다시 나한테 키스를 했다.이런 감정 도덕도 따지지 않는 인간한테 감정적인 도리로 설득하려 했던 나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언제까지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나는 눈을 뜨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배인호는 아직도 쌩쌩했고, 나는 졸린 상태로 말했다. “저 이제 좀 자게 해줘요. 저 퇴원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내 몸에서 움직이던 그의 큰 손은 멈춰 섰고, 그는 뒤에서 나를 껴안은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지기 전, 배인호가 입술로 내 어깨에 키스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격렬한 운동을 한 결과 다음 날 머리가 너무 아팠고, 배인호는 이미 방에 없었다.공기 중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냄새가 남아 있었고, 나는 더욱 머리를 움켜잡았다.'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나는 아침도 먹지 않고 재검사를 위해 이 기사님한테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신기하게도 이우범이 또 내 담당 선생님이었다.“혈압 재게 소매 걷어 올리세요.”그는 나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처럼 냉담하게 말했다.나는 머뭇거리다 두꺼운 겉옷을 벗었다. 하지만 목도리도 그와 동시에 같이 떨어졌고, 나는 급격히 목도리를 다시 목에 둘렀다. 하지만 이우범의 눈빛은 변해 있었고, 두 눈은 내 목을 응시하고 있었다.거기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어젯밤 배인호가 남긴 각종 흔적으로 가득했다.나는 몸에 달라붙는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상위에 팔을 얹으며 어색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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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배인호가 아니었다
나는 푹 자고 일어났고, 깨어났을 때도 여전히 배인호 품속이었다.그는 아직 자고 있었고, 나는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의 옷은 의자에 걸쳐있었고, 냄새를 맡아보니 술 냄새가 진동했다. 역시 어제저녁에 많이 마셨나 보다.이때 내 핸드폰 진동 알림이 울렸고, 또 아빠의 전화였다.나는 거실로 나가서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지영아, 인호랑 언제 올 거니? 네 엄마가 음식도 다 사다 놨고, 오늘 직접 요리한대!”아빠는 아주 많이 들떠 보였고, 사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아빠, 오늘 나랑 인호 씨 아마 못 갈 거 같아요...”아빠는 지금까지 이 정도로 사위를 기다려 본 적이 없었고, 나는 차마 이어서 말할 수 없었다.오늘 배인호는 세화 쪽에 가봐야 한다고 했고, 가끔 가서 현장도 살펴보곤 했다.내 말을 듣고 난 아빠는 역시나 불쾌해하셨다.“왜 못 온다는 거야? 너 인호한테 말하지 않은 거니? 아니면 인호가 오고 싶지 않대?”우리가 결혼한 첫해에, 우리 집에서는 집에 종종 밥 먹으러 오라고 했었고 배인호는 항상 거절해 왔다. 그는 우리 엄마, 아빠 생일이나 대명절 때만 예의상으로 방문하는 정도였다.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엄마·아빠도 그의 뜻을 알아채고 다시는 우리를 부르지 않았으며, 배인호에 대한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다.나는 그가 회사 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려던 찰나, 누군가가 내 핸드폰을 뺏어 갔다.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배인호가 어느새 잠에서 깬 상태로 내 핸드폰을 뺏어 들고는 우리 아빠한테 말하는 것이었다.“아버님, 저희 이따 갈 수 있습니다.”그의 이 한마디에 아빠는 만족해하며 전화를 끊었다.배인호는 핸드폰을 다시 나한테 건네주었고, 내가 멍하니 그를 보고 있자,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뭘 봐?”“오늘 세화 쪽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나는 얼른 핸드폰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오후에 가도 괜찮아.”배인호는 네이비 컬러의 라운드넥 스웨터를 입었고, 넓은 어깨 때문에 스웨터가 아주 잘 어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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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고단수의 밀당
나는 서란이 배인호가 아닌 다른 남자를 데리고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 상대는 서란의 남자친구는 아니고, 그녀를 현재 쫓아다니는 남자였다.서란은 그와 함께 자리에 앉았고, 윤선은 그들에게 물을 따라 줬다. 서중석은 반대편에 앉아 유심히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나는 그 옆에 앉아있었고, 혼란으로 가득 찼다.한참 후 서란이 나를 향해 말했다.“지영 언니, 저 언니한테 할 말 있어요.”“그래.”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와 함께 침실로 향했다.서란은 문을 닫으며 망설임 없이 말했다.“언니, 제가 집에 데리고 온 사람이 배인호 사장님이 아니라서 언니가 놀라신 거 같더라고요. 근데 제가 사장님한테 마음은 흔들렸어도, 상간녀가 되는 건 저 스스로 용서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배인호 사장님한테 분명하게 말했고, 진수 씨랑 만나보려고요. 이 얘기 하려고 언니 부른 거예요.”진수 씨는 바로밖에 있는 저 남자이다.“그 사람이 동의했어?”나는 서란이 배인호한테 맞서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생각되어 괜히 미심쩍었다. 배인호가 동의하지 않는 한 그녀는 다른 남자와 좋은 결과를 바랄 수가 없으니 말이다.“동의하든 안 하든 그건 그 사람 일이죠.”서란은 마치 결심이라도 한 듯 단호하게 말했다.나는 어떤 부분이 찝찝한지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단 서란이 집에 데려온 남자는 배인호가 아니었다.나는 침실에서 나온 후 더는 여기에 머물고 싶지 않아, 저녁을 먹고 가라는 제안도 거절했다. 윤선은 지은 약을 나한테 가져다주면서 주의 사항과 복용 횟수를 알려 주었다. 서란은 옆에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엄마, 저건 뭐예요?”윤선은 얼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괜히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넌 어린애가 별걸 다 알려고 하니?”“내가 이모님한테 부탁한 약이야.”나는 오히려 공개적으로 서란한테 말했다.“나랑 인호 씨한테 애가 안 들어서서 내가 예전에 윤 이모님한테 약 좀 부탁드린 적 있거든. 효과가 괜찮긴 한데 그래도 노력해야지.”서란이 이젠 배인호를 완전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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