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621 - Chapter 628
628 Chapters
제621화
“나는...”육경한이 말끝을 맺기도 전에 소원이 비아냥댔다.“내가 왜 죽지 않고 살았나 했더니 다 너 때문이네. 죽은 것도 억울한데 내 명예까지 실추되는 게 억울했나 봐.”육경한의 잘생겼지만 차가운 얼굴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왜? 할 말 없어?”소원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할 말 없으면 비켜. 기억해. 이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가 될 거야. 다음은 없어.”소원이 이렇게 말하더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육경한이 큰 손바닥으로 소원을 벽에 바짝 밀었다.육경한은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마치 앞에 선 소원까지 활활 태우려는 것 같았다.그는 소원을 부서트리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맞다고 하면?”이런 말을 하는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5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차갑던 마음도 그녀라면 무서울 정도로 뜨거워지는 사람으로 변했다.아득하고 절망적인 나날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이 사람을, 살아서 움직이는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시뻘겋게 충혈된 육경한의 눈은 피가 새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캐물었다.“소원아, 나 진짜 너 사랑해. 너 없으면 못 살 정도로 말이야. 이제 어떡할 거야?”이렇게 말한 육경한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소원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 표정에서 육경한은 역겨움과 매정함을 읽어냈다.정확하게 읽었다. 소원은 그런 육경한에게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그저 죽도록 싫을 뿐이다. 이 감정을 육경한이 정확하게 보고 알아채고 깨닫길 바랐다. 소원에게 육경한은 그저 쓰레기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육경한, 너 정말 역겹다.”하지만 이 말은 육경한에게 아무런 영향도 없었다. 육경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소원아, 그런 말로는 나 못 밀어내.”이제 더는 5년 전에 뭐만 하면 발끈하던 육경한이 아니었다.“네가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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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육경한의 눈동자는 여전히 어두웠지만 표정은 여러 번 변했다.“무슨 말이야?”육경한이 보기 드물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소원이 빨간 입술로 묘한 웃음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허허. 육경한.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넌 탐욕스럽고 가식적이고 악독한 여자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린 것뿐이야. 내가 말한 사람 누군지 알겠어? 네가 오랫동안 좋다고 물고 빨았던 진아연, 그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락없는 사기꾼이야.”순간 육경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쇼는 이제 시작이었다. 소원은 이 순간을 참으로 오래 기다려왔다.소원은 육경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육경한, 너 출국하기 전에 내가 찾아갔었다고 했던 거 기억나? 너는 안 믿을지 모르지만 나 진짜 찾아갔었다?”“갔을 뿐만 아니라 60억을 준비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어. 하지만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났지.”전에는 코웃음 치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피소드가 지금은 육경한을 무섭게 했다. 마치 귓가에 누군가 듣지 말라고, 더는 들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만약 그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진다면 멍청했던 과거와 그 과거에 상처받은 소원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온몸의 피가 쑥 빠져나간 것처럼 손끝까지 하얘진 육경한의 차가운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온몸으로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소원아, 지나간 일은 이제 꺼내지 말자. 내 곁으로 돌아오면 내가 잘해줄게.”지나간 과거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에는 진상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지금은 그 진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질수록 소원은 끊임없이 쏟아냈다. 소원이 손수 만든 지옥에 뛰어드는 육경한의 표정이 미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안 믿는 거 알아. 근데 우연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사라졌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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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귓가에 울려 퍼졌던 절규와 절망을 육경한은 못 들은 척 차갑게 흘려보내곤 했었다.소원은 매 순간 변하는 남자의 표정을 보며 5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희열을 느꼈다.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짓는 가식적인 미소랑은 다르게 말이다.“육경한, 내가 지금 말한 거 L 국에서 범인이 8년 전 자백한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어요.”“아니... 볼 필요 없어...”육경한은 목구멍에 뭐가 걸린 듯 버겁게 이 말을 뱉어냈다.더 찾아볼 필요가 뭐가 있을까?사실 전에 진아연이 위태로울 때 육경한에게 죽을 때까지 모르고 싶었던 진실을 털어놓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하지만 육경한은 그 진실을 외면했고 자기를 기만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잘 덮어놓았던 보호막을 소원이 억지로 찢은 셈이라 더는 가릴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어둡고 추악한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육경한은 더는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육경한.”소원이 느긋하게 육경한의 이름을 부르더니 날카롭게 웃었다.“그런데 어떻게 서로 갚은 걸로 해?”“그러기엔 네 죄가 너무 크지?”이 한마디가 마치 풀스윙으로 날린 귀싸대기처럼 육경한의 볼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그는 벙찐 표정으로 영혼이 쑥 빠진 듯 좀비와도 같았다.육경한은 오랜만에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거로는 부족했다.소원이 보고 싶은 건 육경한이 처절한 슬픔에 빠진 모습이 아니었다. 소원은 자신이 겪었던 뼈저린 고통과 살을 에는 듯한 상처, 그리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절망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다.소원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매혹적인 말투로 말했다.“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네 쇼를 봐 줄 시간이 없어. 안녕.”육경한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안녕이라는 소원의 말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다.“소원아, 가지 마.”목구멍은 끓는 물이라도 부은 듯 불타올라 목소리가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소원이 빨간 입술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거 알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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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육경환은 마치 희망이라도 본 듯 모든 걸 포기할 각오로 소원의 손목을 꼭 잡았다.“소원아, 나 안 믿는 거 알아. 근데 나 정말 후회해. 네가 떠난 그날부터 뼈저리게 후회했어. 그때야 발견했지. 너를 원망하는 것보다 너를 사랑하는 게 더 많았다는 걸.”육경한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남은 핑계가 얼마 남지 않은 원망이었지만 진실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원망은 애초부터 모래성에 쌓아 올렸기에 진실의 공격을 받은 순간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하지만 소원은 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사랑한다니, 육경환이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우스웠다.그녀에게 육경환은 그녀의 명예를 짓밟고 그녀의 회사를 무너트리고 그녀의 가족을 핍박해 죽게 만든 사람일 뿐이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한 육경환이 매 순간 지옥이었으면 했다.그런데 지금 감히 ‘사랑’을 거론하다니. 소원은 육경환에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소원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원망을 꾹꾹 누른 채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 기회를 원한다고요?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육경한은 머리가 하얘졌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곧이어 소원이 전시 센터 대문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대표님, 저기 보여요? 저기는 전시 센터에서도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곳이죠. 저기 가서 기회 줄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요. 어때요?”육경한은 소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는 전시 센터의 랜드 마크인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하여 중요한 회의나 경매,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육경한은 그냥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뉴스에 날 정도인데 무릎을 꿇고 있는다면 더 대박일 것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지 알 수 있었다.육경한의 표정을 살핀 소원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대표님, 조금 전만 해도 후회한다고 그러더니, 이제 그 후회가 얼마나 싸고 우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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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참으로 큰 도약이 아닐 수 없었다.윤혜인이 노크하자 안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윤혜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울로 누군지 확인한 이진영이 순간 경계하기 시작했다.“당신 누구야?”윤혜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진영 씨는 제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를 폭로하겠다는 거예요?”이진영이 넋을 잃더니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당신이 우리 남편을 꼬신 그 사람이에요?”윤혜인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이진영 씨, 입은 삐뚤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했어요. 제가 그쪽 남편에 의해 누명을 쓴 건 맞아요. 근데 남편분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은 거 보면 모르겠어요?”이진영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남편이 안에 갇혀 있는데 전혀 관심하지 않고 누구의 감언이설을 들었는지 윤혜인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 했다.굳이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사법 체계가 고작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의 영향은 받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하지만 윤혜인은 이진영이 멍청한지 아닌지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냥 이 사건의 배후가 대가만 치르면 된다.감히 곽아름까지 들먹이다니, 윤혜인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줄 생각이었다.폭로를 좋아한다면 이번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의 대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사실 이진영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임세희가 이 기회에 여론의 힘을 빌려 남편도 살리고 사람들에게 피해자 이미지도 굳힐 수 있다고 알려줘서 그대로 한 것뿐이었다. 그렇게 일약 톱스타로 올라가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여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우리 남편 가정적이기로 소문난 사람이에요. 모함할 생각이라면 포기해요.”“그냥 우리 남편한테 빌붙어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생각이었나 보죠?”“약을 탄 것도 모자라 검색어까지 내리고, 지금 이렇게 찾아와서 훈수까지 두는 거예요?”윤혜인의 눈동자는 경멸을 감추지 못했다. 윤혜인은 이진영의 머리로 어떻게 살벌한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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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윤혜인이 이렇게 말한 것도 사실 이진영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이진영의 체면을 지켜준다고 그녀를 용서하는 건 아니었다.그녀가 팬을 시켜 곽아름이 다니는 유치원을 공격한 것만으로도 절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지시나 부추김을 받아서 한 일이라고 해도 한가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이진영은 원래부터 악한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공인으로서 팬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 힘을 빌려 악을 도모한다면 정말 동기가 불순하고 심보가 사악한 자가 틀림없었다.이진영이 코웃음 치며 조롱했다.“웃기지 마요. 내 체면을 왜 당신이 지켜줘요?”이진영의 눈에 윤혜인은 서울로 상경해 일거리를 찾으러 온 젊은 여자로밖에 안 보였다.젊고 예쁜 여자가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몸을 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조건을 거론한단 말인가.이진영은 피해자 연기만 잘하면 돈과 명예를 다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한 이진영이 얄짤없이 말했다.“당신이 뭔데 이래요! 몸 파는 여자 주제에 자기 걱정이나 해요.”윤혜인이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눈동자는 차갑기 그지없었다.이진영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면 더 입씨름할 필요도 없었다. 이 사람의 민낯을 팬에게 드러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윤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이진영 씨, 기자 회견에서 원하던 바를 이루길 바랄게요.”이 말을 뒤로 윤혜인은 이진영이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먼저 대기실에서 나왔다.윤혜인의 예쁜 날개뼈와 아름다운 몸매,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매혹적인 자태는 누가 봐도 있는 집에서 곱게 자란 아가씨 같았다. 이진영이 아무리 후천적으로 배운다 해도 배워낼 수 없는 뼈에 새겨진 기품이었다.순간 이진영은 걷잡을 수 없는 화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내 음침한 눈빛으로 툴툴거렸다.“잘난 척은. 내가 조금 이따 내 팬들에게 호되게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이진영의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에 맞춰 시작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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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관중석에 앉은 팬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진영아, 울지 마!”“진영아, 힘내!”“진영아, 너는 아무 잘못 없어! 사과 안 해도 돼!”아래 서 있는 기자들도 일부는 그들이 미리 손 써놓은 사람이었다. 질문지도 사전에 맞췄기에 질문지에 있는 문제만 질문했다.“이진영 씨, 남편의 외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이진영 씨, 내연녀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신가요?”“...”이진영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먼저 제 남편은 유혹을 당한 거지 바람을 피운 건 아닙니다. 우리 사이에 끼어든 여자는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습니다. 질문 사항 있다면 지금 그 내연녀도 현장에 있으니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겠네요.”이 말에 현장이 들끓기 시작했다. 누군데 이 정도로 나대는 건지 저마다 궁금해했다.윤혜인은 가만히 있었다. 뒤집어씌운 게 사실도 아니니 절대 먼저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이때 임세희가 침통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힘껏 밀었다“혜인 씨, 또 이런 짓 하고 다니는 거예요? 했으면 반성의 기미라도 보여야지 현장까지 오는 건 뭐예요? 아내분 약올리는 것도 아니고...”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윤혜인에게로 쏠렸다. 몇몇 기자들은 기레기 정신을 발휘해 그쪽으로 뛰어가 임세희를 인터뷰하기 시작했다.임세희가 DS 디자인 작업실 이사인 걸 아는 사람도 있었기에 바로 임세희의 이름을 찍어 이렇게 물었다.“임 대표님, 이분도 혹시 대표님 친구인가요? 왜 ‘또’라는 단어가 붙었을까요?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는 말씀이세요?”임세희가 황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큰 비밀이라도 얘기했다는 듯 생쇼를 했다.“제 남자 친구까지 꼬셨다고 한 적은 없어요. 절대 함부로 추측하지 마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기자들은 눈치가 빠르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기에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그럼 이 여자분이 남자 친구한테도 찝쩍거렸다는 겁니까?”“아니요. 아닙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 함부로 추측하지는 말아주세요. 안 그러면 윤혜인 씨를 뒤에서 보호해 주고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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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이준혁이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아무 감정 없는 말투로 말했다.“저것들 치워버려!”주훈은 저것들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쭉 훑어봤다. 제일 소리가 높은 사람은 다름 아닌 몇몇 팬들과 기자, 그리고 임세희와 이진영이었다.기자회견의 주인공을 치워버린다는 건 기자회견이 끝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준혁의 명령이라 주훈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주훈이 옆에 선 보디가드에게 손짓하며 움직이라고 사인을 보냈다.“잠깐만.”이준혁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 지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일단 좀 지켜보지.”그가 이 일에 끼어드는 걸 윤혜인이 싫어하니 망정이지 아니면 진짜 더는 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윤혜인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생각하며 이준혁은 최대한 화를 삭였다. 윤혜인이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윤혜인의 수완을 연습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래도 시름이 놓이지 않은 이준혁이 고개를 살짝 돌려 이렇게 말했다.“보디가드를 혜인이 저쪽으로 더 보내. 누가 손찌검이라도 하면 바로 잡아낼 수 있게 말이야.”이준혁은 여은의 실력으로 막아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장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윤혜인이 뭘 하든 간에 이준혁은 그녀의 안전이 최우위라고 생각했다.현장에 있는 팬들은 기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말해! 벙어리야?”“파렴치한 여자 같으니. 다른 사람의 남편을 꼬실 때도 이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지는 않았겠지.”더는 참을 수 없어 엉덩이를 들썩이던 몇몇 팬들은 행동을 보이기도 전에 까만 슈트를 입은 보디가드에 의해 바닥에 제압되고 말았다.놀란 윤혜인이 보디가드의 눈빛을 따라가 보니 주훈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기다란 체구의 이준혁이 보였다. 둘은 뒷문 쪽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한쪽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모습이 마치 듬직한 산처럼 안전감을 주었다.윤혜인이 드디어 입을 열어 반박했다.“이진영 씨, 제가 남편을 꼬셨다고 했는데 증거 있나요?”우쭐대던 이진영은 갑작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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