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Chapter 611 - Chapter 620
634 Chapters
제611화
그 말을 들은 윤혜인은 눈앞이 깜깜해지며 다리가 풀렸다.“아줌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홍 아줌마는 울먹이며 설명했다.“제가 하원 시간보다 일찍이 기사와 함께 유치원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유치원 앞이 사람들로 가득 찼더라고요. 다들 어떤 나쁜 여자의 아이를 찾겠다고 소리치고 있었어요. 그 나쁜 여자가 혜인 씨를 말하는 것 같았고, 핸드폰에도 어떤 동영상도 있다고 했어요. 나중에 겨우겨우 제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들어갔는데 아름이의 선생님이 아름이가 없어졌다고 하더라고요!”윤혜인은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몸마저 휘청거렸다.“아줌마, 일단 계속 찾아보세요. 저도 곧 갈게요.”배남준도 상황을 들었고 망설임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걱정하지 마, 아름이는 무사할 거야. 우리도 바로 가서 보자.”뒤에 따라오던 윤혜인도 윤혜인의 놀란듯한 목소리를 들었고 멀리서도 그녀의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뒤이어 배남준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자 이준혁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즉시 차에 올라타 지시했다.“따라가.”차 안에서 주훈은 상황을 조사한 후 보고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준혁은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무슨 일이야?”“어젯밤 연회에서의 윤혜인 씨 동영상이 퍼졌어요. 사람들이 지금 모두...”그러자 이준혁은 차갑게 말했다.“무슨 소문인지 말해.”주훈은 땀을 닦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사람들 모두 윤혜인 씨가 시누 엔터의 장 대표에게 약을 먹이고 성적 관계를 시도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윤혜인 씨가 ‘선수’라는 소문이 도는 중이에요...”이준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주훈은 계속해서 설명했다.“그리고 이 논란은 단 몇 시간 만에 크게 퍼졌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이를 조작하는 것 같아요. 장 대표의 부인도 나와서 윤혜인 씨를 비난하면서 윤혜인 씨가 자주...”주훈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장 대표의 부인은 꽤 이름 있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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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북성 엔터는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그 세력은 시누 엔터를 압도하고 있다.때문에 이 소식을 북성이 퍼뜨린다면 당연히 더 많은 관심을 끌 것이다.그러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에게 자신을 곤란하게 할 만한 큰 뉴스를 터뜨리라고 부탁하는 것은 그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주훈은 어쩔 수 없이 북성의 봉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 제안을 말하자 봉 대표의 분노가 귀를 찢을 듯한 소리로 전화기에서 들려왔다.차량 내부에서도 그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차라리 저한테 죽으라는 말을 하지 그런대요? 제 밥그릇을 깨면서까지 그런 부탁은 들어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냥 차라리 절 죽이라 하세요!”봉태현과 이준혁은 오래된 친구 사이로 서로 말을 가리지 않았다.그때 이준혁이 뒤에서 낮게 말했다.“핸드폰 이리 줘.”주훈은 두려움에 떨면서 휴대폰을 이준혁에게 건네주었다. “봉태현, 이선 그룹의 연간 대행 계약에 5%를 추가로 제공할게.”순간, 봉태현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알겠어, 지금 당장 뉴스 터뜨릴게, 보스!”곧이어 이준혁은 주훈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며 차갑게 명령했다.“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가면 이 사건의 배후를 모두 찾아내.”한편 다른 차 안에 있는 윤혜인은 뉴스를 볼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마음은 아름이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침내 차가 유치원 근처 도로에 도착했다.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인파의 사람들이었다.유치원이 경호원을 동원해 그들을 막고 있었지만, 열성 팬들은 떠나지 않고 계속 유치원 앞을 배회하고 있었다.일부 사람들은 윤혜인의 사진을 들고 있었고 심지어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소리쳤다. “불륜녀의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자격이 있나!”“이곳은 불륜녀의 자식을 교육하는 곳인가?”“다른 사람을 남편을 유혹하지 말라고 아이 엄마에게 교육하고는 있나요?!”배남준은 찡그리며 말했다.“너무 위험해, 차 안에 있어. 내가 아름이를 찾아올게.”“안 돼요, 내가 들어가서 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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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윤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름이를 찾으러 뛰어갔다.이준혁은 주훈에게 “이 사람들 전부 경찰에 넘겨.”라고 명령한 후, 윤혜인의 뒤를 따라갔다.학교 선생님들은 즉시 후문을 봉쇄했고 배남준은 밖에서 그 광적인 팬들을 저지하고 있었다.윤혜인은 선생님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었다.한 팬이 부모인 척 가장해 유치원에 들어왔고, 다른 아이에게 곽아름이 누구인지 물어본 후 아름이를 찾아내어 아이의 어깨를 잡고 심하게 꾸짖었다고 한다.그런데 하필이면 그 시간이 하원 시간이라 아이들은 그 광적인 여자를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그렇게 경호원이 그 여자를 제압한 후, 선생님들은 인원을 점검했지만 아름이만 없었다고 한다.그때 홍 아줌마가 아이를 데리러 왔고 선생님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홍 아줌마는 옆에서 계속 눈물을 흘리며 초조해했다.아름이를 어릴 때부터 함께 키운 그녀에게 아름이는 친손녀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탓하며 자책했다.윤혜인도 마음이 불안했지만, 선생님의 설명과 아름이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아름이는 아직 유치원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그녀는 홍 아줌마를 안심시키고 함께 아름이를 찾기 시작했다.일단 먼저 아름이가 숨을 만한 장소들을 찾아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시간이 흐르면서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자, 윤혜인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아름아... 아름아...”윤혜인은 목이 쉬도록 아름이를 불렀고 결국 풀밭에 주저앉아버렸다.‘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아름아...’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아름이는 어둠을 무서워하지만 결코 나오지 않았다.이는 아이가 큰 상처를 받은 것임을 의미했다.윤혜인은 머릿속에서 그날의 일들을 되짚어보며 이 사건이 단순하지 않음을 느꼈다. 술자리에서의 약물 사건, 그리고 자신이 구류된 동안 아름이의 유치원과 자신의 주소가 노출된 것까지.서호 별장의 보안은 철저하기 때문에 이들은 그나마 만만한 유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이 분명했다.그녀의 마음은 점점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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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윤혜인은 이준혁이 반드시 아름이를 찾을 방법이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곧 이준혁이 연락한 사람들이 필요한 도구를 가져왔다.그 도구는 수많은 천등이었고 각 천등에는 굵은 붓글씨로 글귀가 적혀 있었다.“아름아, 너는 가장 멋진 아이야...”“아름아, 엄마가 운동장에서 기다리고 있어...”“아름아, 모두가 너를 조용히 사랑하고 있어...”“아름아, 삼촌 아름이랑 놀이공원에 같이 가고 싶어...”수많은 격려의 말들이 적혀 있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이후 유치원 선생님들과 모인 사람들이 천등을 하늘로 띄우기 시작했다.마치 수많은 예쁜 등불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처럼, 하늘이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 찼고 이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환히 밝혀주었다.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그 작은 빛들이 모두 그녀의 눈에 들어와 반짝이는 눈동자를 더욱 빛나게 했다.이준혁은 반쯤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받치며 하늘을 보지 않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주변은 소란스러웠지만,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그들 둘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이 순간은 너무나도 소중했다.그때, 갑자기 멀리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고개를 돌린 윤혜인의 시야에 그 작은 몸이 잔뜩 더러워진 채로 달려오는 아름이의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즉시 일어나 아름이를 안았다.“아름아!”아름이의 작은 몸을 꽉 끌어안으며 윤혜인은 눈물을 흘렸다.“아름아, 엄마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그 작은 얼굴까지 더러워진 채로 아름이도 역시 울기 시작했다.아이는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미안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미안해요. 아름이가 숨어버려서...”윤혜인은 눈물을 참으며 아름이를 더욱 꽉 안았다.아름이는 아직 세 살 반이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미안해하며 사과할 줄도 알았다.윤혜인은 눈물을 닦으며 아름이를 바라보고 진지하게 물었다.“그 나쁜 아주머니가 뭐라고 했는지 엄마한테 말해줄래?”그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름이가 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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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윤혜인은 아름이의 통통한 작은 손을 잡고 가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빠가 없다는 것이 아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가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 가시가 아름이의 마음속에서 이렇게나 자라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퍽!”그때, 아름이가 윤혜인의 손을 뿌리치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엄마는 거짓말쟁이예요!”통통한 입술에 눈물이 가득 맺히며 아름이는 울기 시작했다.“엄마는 재윤 아빠가 아름이 아빠라고 늘 말하지만, 난 한번도 재윤 아빠를 꿈에서 본 적이 없어요! 내 아빠라면서 왜 내 꿈에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아름이가 아빠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윤혜인은 당황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감정이 점점 격해지더니 아름이는 갑자기 그 작은 다리로 어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아름아!”윤혜인은 아픔에 찬 목소리로 뒤쫓으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녀를 막아섰다.“내가 해볼게.”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이 한걸음에 아름이를 따라잡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는 허리를 숙여 아름이의 작은 다리를 잡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처음에는 아름이가 계속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이준혁이 무언가를 말하자 아이가 갑자기 얌전해졌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준혁은 아름이를 내려놓고 몸을 낮추어 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했다.“아름아, 삼촌 말 들어볼래?”아름이는 고개를 돌려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안 들을래요! 나 삼촌 싫어요!”“그럼 삼촌이 왜 싫은지 말해줄래?”그러자 아름이는 눈을 살짝 훔쳐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삼촌, 다른 사람이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아름이는 윤혜인이 그를 아빠라 부르는 것은 이준혁에게 불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까 마주치고도 애써 모른 척했던 것이었다.이준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만약 모르는 아이가 삼촌을 아빠라고 부르면 삼촌은 불편할 거야...”“흑흑흑...”이준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아름이는 다시 슬프게 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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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전에도 사람들은 곽아름이 그녀와 닮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이 남자와 비겨보니 턱, 코, 귀가 남자보다 작을 뿐 거의 판박이였다. 윤혜인을 꼭 빼닮은 눈도 눈동자가 남자와 신기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윤혜인은 이런 생각에 놀라고 말았다.곽아름은 켕기는 게 있는 듯한 눈빛으로 윤혜인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엄마, 미안해요.”윤혜인은 이준혁처럼 도도한 사람이 아이와 잘 지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윤혜인이 곽아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가 봐준다.”배남준이 주훈을 도와 손찌검을 한 사람들을 경찰서로 데려갔기에 곽경천은 윤혜인이 돌아올 수 있게 차를 보냈다. 기사는 나이가 많지 않은 여자였다. 짧은 단발이 세련되면서도 일을 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아가씨, 여은입니다. 도련님께서 보내셨어요. 앞으로 제가 아가씨의 안전을 책임질 거예요.”곽경천은 윤혜인이 다닐 때 보디가드를 대동하는 것을 꺼린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더는 시름 놓고 있을 수 없어 여자 보디가드를 붙인 것이었다.윤혜인은 이준혁과 인사하고 차에 타려 했다. 그때 곽아름이 윤혜인의 손을 뿌리치더니 잽싸게 이준혁의 다리를 부둥켜안으며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엄마, 나는 삼촌 대디랑 집에 갈 거야.”삼촌 대디?윤혜인은 이런 지칭에 눈까풀이 뛰었다.“아름아!”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착하지. 우린 우리 차 타고 가자.”“싫어요!”곽아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이준혁의 다리를 안고 위로 기어올랐다.이에 이준혁이 한 손으로 곽아름을 안아 올렸고 곽아름은 순간 이준혁의 팔에 올라앉았다. 순간 곽아름이 까르르 웃었다.“아름아!”윤혜인이 다급하게 불렀다. 잠깐 들었던 이상한 생각 때문에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해진 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곽아름은 이준혁의 목을 부둥켜안고 애교를 부렸다.“엄마, 우리 삼촌 대디 차 타고 집에 가요. 삼촌 대디 차는 지붕으로 별도 보여요. 아름이도 보고 싶어요.”이준혁은 곽아름을 위해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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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아름아, 아빠는...”이준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고쳤다.“삼촌 대디도 너 사랑해. 그것도 많이 많이.”두 사람은 미련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 애정을 토해내고 있었다.윤혜인은 이 광경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지면서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어렵게 키워낸 아이가 며칠만에 낯선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니 말이다.정신과 의사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곽아름이 가끔 자폐 증상을 보이는 건 애정 결핍의 표현이라고 말이다. 곽아름에게 좋아하는 아빠를 찾아주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보통 남자라면 윤혜인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곽아름이 호감을 보이는 사람은 건드리면 안 되는 전남편이었다.“아름아, 착하지. 엄마 말 잘 들으면 엄마 허락받고 삼촌 대디랑 주말에 놀이공원 보내줄 수도 있어.”이준혁이 앞으로 다가와 윤혜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이에 곽아름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엄마, 진짜 그래도 돼요?”윤혜인은 바짝 쳐든 곽아름의 얼굴을 보고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지를 두는 걸 잊지 않았다.“엄마가 주말에 바쁜지 안 바쁜지 보고. 아름아, 일단 홍 아줌마랑 들어가 있어. 엄마는 삼촌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곽아름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삼촌 대디, 그럼 굿나잇.”곽아름이 들어가자 윤혜인이 이렇게 말했다.“오늘 일은 고마워요.”“아니야. 고마울 거 없어.”윤혜인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도 사과할게요.”경찰의 말에 의하면 연규성이 그녀를 먼저 구하긴 했지만 이준혁이 힘을 보태서야 그녀를 안전하게 호텔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고 했다.늦게 전해진 감사 인사에 이준혁의 목젖이 움직이더니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사실 나도 하고 싶었어.”그도 남자였는지라 윤혜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충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윤혜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의심했다. 곽아름이 없으니 이준혁도 딱히 말을 조심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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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몇분만에 이준혁이 구미호의 꼬리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괜찮아. 천천히 생각해 봐.”이준혁이 시선을 아래로 늘어트리며 확신에 찬 눈빛을 몰래 감췄다.아마도 전에 제일 극혐하던 짓을 할지도 모른다. 내연남 같은 거 말이다.살살 타일러도 안 되면 억지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준혁에게 포기란 없다....윤혜인은 아침에 곽경천이 L 국에서 보내온 자료를 받았다. 마지막 페이지에 장 대표의 부인 이진영에 관한 자료도 있었다.자료를 확인한 윤혜인은 생각을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나가기 전에 컨실러로 다크서클을 조금 가렸다. 가리면 가릴수록 속에서 화가 들끓었다.흑심을 품은 이준혁이 그날 일을 녹음한 것도 모자라 카피해서 보내준 것이다. 어젯밤 녹음을 다 들은 윤혜인은 너무 쪽팔려서 잠이 오지 않았다. 나체 사진으로 협박당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웠다.차에 올라서 보니 운전기사는 여전히 여은이었다. 여은은 어제 받은 정보를 윤혜인에게 전했다.“아가씨, 어제 받은 내부 정보인데 이진영 그 여자가 10시에 기자회견을 다시 소집해 아가씨를 폭로하겠다고 했답니다.”“괜찮아요. 시간 충분해요.”윤혜인은 이 인간쓰레기를 꼭 혼내주리라 다짐했다. 이때 전화가 울렸다. 주훈이 보내준 내용은 더 놀라웠다.[대표님께서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주훈이 이렇게 덧붙였다.[네, 대신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주훈이 답장했다.[말로만 하는 감사 인사는 받지 않겠다고 하십니다.]“...”[그럼 감사는 생략할게요.]윤혜인이 이를 악물고 이렇게 보냈다. 점점 막무가내로 나오는 이준혁에게 져주고 싶지 않았다.장진영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장소에 도착한 윤혜인이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보니 빨간 입술에 선글라스를 끼고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가 보였다. 다름 아닌 소원이었다.윤혜인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불렀다.“소원아?”소원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누가 감히 내 친구를 건드리는지 두 눈으로 직접 봐야겠어.”둘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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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소원은 섹시한 블랙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전히 말랐지만 몸매는 여전히 쭉쭉빵빵했다. 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사실 육경한은 소원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숨 쉬기도 힘들만큼 마음이 아팠다. 이 고통은 5년 전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던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스운 시간이었다.소원은 어디서 이름 없는 시체를 구해 그를 희롱한 것이었다.그날 소원을 우연히 마주치고 바로 시체에서 DNA를 채취해 조회했지만 맞는 사람이 없었다. 마침 길 가던 노숙자와 마주친 것 같았다. 하지만 육경한은 이런 장난에 바보처럼 놀아나고 말았다.육경한은 그런 소원을 사악하고 매정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기가 당한 걸 생각하면 목 졸라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왠지 자꾸만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에 전해지는 고통도 파도처럼 계속 밀려들기만 할뿐 끝나지 않았다. 총을 맞는다 해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소원은 육경한과 마주친 것에 크게 놀라지 않은 듯 보였다. 그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이렇게 물었다.“육경한, 이거 좀 놓지?”태연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걸로 봐서 소원은 육경한에게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덤덤한 말투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 같았다.하지 말아야 할 장난을 한 건 분명 소원인데 왜 그녀는 이렇게 태연하고 침착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왜?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한 글자 한 글자 입 밖으로 내뱉었다.“소원. 나 갖고 노니까 재밌었니?”소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저기요. 소원이 놓아달라는 거 못 들으셨어요?”육경한은 윤혜인의 말을 아예 듣지 못한 듯 여전히 손목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윤혜인이 손을 내밀어 육경한을 뜯어말리며 화냈다.“이거 놔요!”육경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윤혜인을 밀쳐내려 했지만 가늘고 약한 팔에 단단히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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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주훈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경매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는지 이준혁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냥 조금 더 에돌아가는 수고를 무릅쓰고 윤혜인과 더 있고 싶어서 그런 것이었다.하지만 눈치 없는 김성훈이 찬란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너희들이랑 좀 작작 다녀야겠어. 아니면 나까지 윤혜인 씨한테 홀대당하겠는걸?”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김성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넌 솔로 기간이 너무 오래된 것 같아.”“...”김성훈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런 팩폭을 들어야 하는 걸까? 솔로가 뭔 죄인가?이준혁이 이내 이렇게 덧붙였다.“너랑 잘 어울릴만한 돈 많은 여자 알고 있는데.”김성훈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였다.“걱정하지 마. 나 아직 짱짱해. 소개팅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우씨 가문 셋째 딸, 우희 말이야.”“이런!”김성훈이 괴성을 질렀다.“어떻게 우희를 소개해 줄 생각해? 그런 드센 여자를 소개해 준다는 건 나보고 죽으라는 거 아니야?”우희는 사랑에 죽고 사는 사랑에 미친 여자로 소문나 있었다. 우희가 전에 쫓아다니던 남자는 그 공세를 이기지 못해 이민을 선택했고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제일 중요한 건 우희가 아주 어릴 때 김성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김성훈이 외국으로 가고 나서야 목표를 바꿨다.김성훈이 귀국한 지도 꽤 오래됐지만 우희는 그를 떠올리지 못한 듯싶었다. 우희가 쫓아다니던 그 시간은 마치 악몽처럼 생각날 때마다 김성훈을 괴롭게 했다.“나한테 우희를 소개해 주면 나도 윤혜인 씨한테 다른 도련님 소개해 줘야지. 요즘 서울 재벌 3세들이 그렇게 우수하다던데. 야망이 큰데 연하라 풋풋하니 데리고 놀기 딱 좋지...”이준혁이 차갑게 웃으며 대뜸 이렇게 불렀다.“우희야.”김성훈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이름 부른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 나 김성훈, 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 없...”“준혁 오빠!상큼한 목소리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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