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561 - 챕터 570
759 챕터
제561화
이승하는 그녀를 꼭 껴안고 자신의 안방으로 간 다음 허리를 약간 숙여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가볍게 키스하는 행동에 눈을 뜬 서유는 자신을 만진 사람이 지현우인 줄 알고 놀라서 눈을 떴다.시야에 들어온 사람이 지현우가 아닌 이승하인 것을 확인하고 꽉 조여 있던 마음이 풀렸다.“놀랐어?”서유는 고개를 가볍게 흔든 뒤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같이 자 줄래요?”이승하는 택이에게 작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하러 가려 했지만 서유가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화를 참았다.옆에 누워 늘씬한 팔을 뻗어 서유를 품에 안은 채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재웠다.서유는 그에게 다가가 남자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니 마음이 더없이 편안해졌고 곧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석 달째 잠을 잘 자지 못한 남자도 역시 그녀의 존재에 안도하면서 잠은 자지 않고 그녀만 바라보았다.그녀의 평온한 호흡이 졸음을 가져다준 것인지, 아니면 어찌된 일인지 이승하는 잠시 버티다가 자기도 모르게 점점 수면 상태에 빠졌다.잠자기 두려웠던 그는 서유를 안으면 악몽을 꾸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잠이 들자마자 다시 똑같은 악몽에 갇혔다.한밤중에 편안히 잠을 자고 있던 서유는 갑자기 옆에 있는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다.서유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고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빛을 빌어 이미 그녀를 밀어내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그는 악몽에 갇힌 듯 온몸이 떨리고 있었고, 창백한 얼굴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었다.남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피가 흘렀지만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서유는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촘촘한 눈초리에 어느새 물방울이 맺혔다. 가슴 아파서 그를 꼭 껴안고 싶었지만 이승하가 갑자기 소리쳤다.“서유야, 제발 나한테 이러지 마.”“제발. 이렇게 나 벌주지 말라고.”“너무 힘들어. 제발 나 좀 내버려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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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지현우는 분명 그녀의 이름으로 이승하에게 상처를 입혔을 것이다.그래서 이승하는 꿈에서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받아 서유를 차갑게 대한 것이다.서유는 급히 그의 팔을 흔들었다.“그 인간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봐요.”이승하는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얼굴의 서유를 보며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서유야, 지현우가 어떻게 죽었으면 좋겠어?”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살얼음판 같은 한기와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가득해 지현우를 당장 처형하려는 듯했다.서유는 흠칫 놀라더니 한기 가득한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부터 말해봐요.”남자는 짙은 눈초리를 천천히 늘어뜨리더니 눈 속의 온갖 괴로움과 깊은 절망감을 감추었다.가시덤불로 뒤덮인 덩굴처럼 눈에 거슬리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퍼져나가 그를 단단히 묶어두고 헤어나기 어렵게 만들었다.이승하는 제자리에서 몇 초 동안 침묵한 후 손을 들어 서유의 눈썹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석 달 전에 내가 널 찾아갔을 때 벌어진 일 때문에 널 오해했어.”CCTV 영상, 녹음 펜, 비디오테이프 이런 것들은 그는 전부 믿지 않았다.그런데 이승하가 휠체어를 타고 직접 외국으로 가 그녀를 데려오려 할 때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반투명 유리로 된 방안에서 벌거벗은 두 사람이 서로 몸을 섞고 있는 것을...거친 숨소리, 질척거리는 액체 소리, 몸에 세게 부딪치는 소리가 문틈 사이로 들려왔다.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미친 듯이 이승하의 가슴을 찌르고 또 찔렀다.그는 온몸이 빙굴에 빠진 것 같았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마치 영혼을 빼앗긴 모습이었다.이승하는 두 손을 떨며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잠긴 문을 향해 걸어갔다.그때의 이승하는 미치광이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문을 때리며 그녀를 향해 몇 번이고 멈추라고 애원했다.하지만 편안한 소리를 지르는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그 남자와 몇 번이고 반복했다.이승하의 눈이 절망에 물든 순간, 선혈이 낭자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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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아쉽게도 그의 타협은 이미 등을 돌린 여자를 감동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비웃음까지 얻었다.“참 구질구질하네요. 이미 다른 사람이랑 잔 나를 원하다니. 이젠 자존심까지 버리겠다는 거예요?”그녀의 잔인한 말에 이승하는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온몸의 피가 뽑힌 것처럼 얼굴은 하얗고 핏기가 전혀 없었다.그는 여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 질렀다.“맞아! 나 구질구질해! 그렇지 않았다면 왜 매번 널 찾아오겠어?”그는 고함을 지른 후 핏발 선 눈시울을 들어 올리고 억울한 눈빛으로 구걸했다.“서유야, 나 이렇게 상처 주지 마.”“아니요!”무정한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영국에서 돌아온 건 당신한테 복수하기 위해서였어요. 목적은 간단해요. 당신이 나를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하게 한 후에 다시 차버리고 싶었어요.”“내가 납치된 날, 당신이 날 구하기 위해 목숨도 바치는 걸 보고 성공했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형부를 따라 영국으로 돌아왔지만 당신이 깨어나서 또 날 찾아올 줄은 몰랐네요. 나랑 형부가 당신을 피해 여기저기 숨어다니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려 창백한 얼굴의 남자를 보았다.“형부는 나한테 잘해줘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 옆에 있고 싶으니 제발 악몽처럼 자꾸 나한테 매달리지 말아요. 역겨우니까!”그녀는 이 말을 남기고 옷을 꼭 껴입고 침실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곧이어 침대에 누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남자도 욕실을 따라갔다.곧 열린 욕실, 작은 창문을 통해 다시 한번 요염한 호흡 소리가 들렸다.모든 기대가 물거품이 된 이승하는 뻘건 눈으로 그 문을 응시하며 그녀에게, 또 자신에게 말했다.“나 열 시간 기다릴게. 만약 네가 나와준다면 지난 일은 다 잊을 거고, 네가 거절한다면 이번 생은 영원히 만나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의 10년, 10시간을 바꾸어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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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서유는 눈시울을 붉히며 영원히 자신의 모습만 담을 수 있는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승하 씨는 나의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쭉 당신 하나뿐이에요.”그녀는 애틋하게 손을 들어 조금씩 그의 굳게 닫힌 미간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이 겪었던 일은 우리 같이 이겨내 봐요.”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마음을 달래는 마력이 있었다. 불안하고 공포에 젖었던 이승하는 점점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서유를 안은 채 온 힘을 다해 작은 그녀를 자신의 품에 힘껏 껴안았다.“앞으로 다시는 나 떠나지 마.”서유는 두 손을 내밀어 똑같이 그를 힘껏 껴안았다.“당신도 절대 나 떠나지 말아요.”그들은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지 않는 한.이승하는 악몽을 떨쳐내고 나지막이 물었다.“안 배고파?”서유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남자가 또 물었다.“아직도 졸려?”그녀가 다시 고개를 흔들자 남자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그럼 나랑 같이 샤워하러 가자.”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의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안고서 욕실로 갔다.문이 닫히는 순간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고 큰 몸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이번에는 차 안에서처럼 조심스럽지 않고 완전히 마음을 내려놓았다. 예전처럼...아니, 예전보다 더...서유는 예전과 비교할 겨를이 없었다. 단지 남자가 미쳤다고만 생각되었다. 마치 서유를 자신의 뱃속으로 집어넣을 기세였다.남자의 넓고 길쭉한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그녀를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잡아당겼다.마치 계산한 것처럼 정확하게 들어갔다...서유는 수줍은 얼굴을 숙이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밀쳤다.“빨리 씻어요.”하지만 이승하는 고개를 약간 숙여 흠잡을 데 없는 얼굴로 그녀의 목덜미를 문지르며 말했다.“씻고 있어.”서유는 얼굴이 더욱 빨개져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대답하려는데 남자가 샤워기를 틀었다.따듯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퍼부어 서유의 불그스름한 얼굴을 내리쳤다.알고 보니 그가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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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남자에 의해 벽에 밀쳐진 서유는 작은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살짝 벌려 그의 얇은 입술에 키스했다.그녀가 키스한 것은 입술 반쪽이었고 물의 흐름을 따라 향기와 함께 남자의 부드러움을 살짝 건드렸다.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자 이승하는 걷잡을 수 없었다. 고귀한 몸은 그녀의 손길이 닿는 순간 피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이승하는 통제 불능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조여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후 공격에 돌입했다.그는 머리를 쳐들고 그녀에게 미친 듯이 키스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그녀의 호흡을 강하게 빼앗아 갔다.매번 키스할 때마다 그녀를 씹어 강제로 뱃속에 삼켜버릴 기세였다. 숨 막히지만 또 치명적인 유혹을 가했다.서유는 눈을 지그시 깜박이며 흥분에 빠진 이승하를 보려고 했지만 그는 손을 들어 여자의 눈을 가렸다.이어 귓가에 뜨거운 호흡과 함께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이럴 땐 집중해, 서유야.”사실 서유는 이승하의 거침없는 광기를 견딜 수 있었지만 그가 귓가에 대고 말을 하거나 그녀의 귓바퀴에 키스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은 가장 민감한 부위였다.하필 이승하는 매번 그녀를 요구할 때마다 그녀의 귓바퀴에 먼저 키스했다. 마치 그녀의 약점을 잡고 일부러 자극하려는 것 같았다. 이에 서유는 매번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야만 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승하가 몇 번 쓰다듬어 주자 서유는 온몸이 저리고 반격할 힘도 없었다. 그의 품에 녹초가 되어 자신의 몸을 맡겼다.따뜻한 물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남자는 그녀에게 키스하면서 눈을 들어 물살을 맞으며 눈을 질끈 감은 여자를 바라보았다.그 작고 하얀 얼굴에는 수줍은 듯하면서도 감정이 북받친 후 드러나는 홍조가 물들어 있었다.이렇게 매혹적인 서유를 보며 남자는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밤낮으로 그녀와 뒤엉키고 싶은 욕망이 불타올랐다.이승하가 유일하게 자제할 수 있는 이유는 서유의 몸이 견딜 수 없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자는 더 격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그는 서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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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다음날 오후, 서유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이승하의 완벽한 옆모습이었다.서유는 그의 품에서 머리를 내밀고 두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괴고는 가까이에서 이승하를 훑어보았다.예전에 동아 그룹에서 일할 때 동료들이 부자 순위를 매겼는데 이승하가 1위를 차지했다.원영은 이 순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은 돈 외에 비주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1위는 단연코 이승하라고 했다.그때 서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 이렇게 살펴보니 이승하는 확실히 진귀한 명품 같았다.그녀는 여기까지 생각하자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리고 용감하게 부자 서열 1위 남자에게 뽀뽀하려 했다.그녀가 막 다가오자 남자는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이봐요. 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별이 가득한 그의 눈은 여자의 생각을 꿰뚫어 보듯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서유는 몰래 뽀뽀하려다가 들켜서 어색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일어나서 그의 뒤에 있는 커튼을 열었다.오늘은 햇빛이 들지 않고 뒷마당에 거위 털처럼 잔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다.서유는 거대한 뒷마당이 유리 꽃방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약간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서유만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핑크 장미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히 꽃방을 만든 거예요?”이승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볍게 말했다.“네가 좋아하는 거니까 당연히 잘 보호해야지.”서유는 이 말을 듣고 감동되어 코끝이 찡해났다.“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선물한 적이 없네요.”처음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모두 이승하가 그녀에게 주고 서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위해 한 것도 딱히 없었다.서유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지만 남자는 늘씬한 팔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네가 날 사랑하는 게 가장 큰 선물이야.”그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랑만 빼고.남자는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평생 나만 사랑해. 절대 포기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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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이승하가 서유를 안고 막 식탁에 앉았을 때, 밖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들어왔다.차에서 내린 이연석은 네이비 코트를 걸치고 씩씩한 발걸음으로 재빨리 별장을 들어섰다.그는 코트를 벗어 하인에게 건네주고 다시 손을 들어 머리카락의 눈송이를 털더니 물었다.“형은요?”하인은 조심스럽게 부엌 쪽을 가리켰다.“도련님께서는 식사 중이십니다.”이연석은 하인의 시선을 따라 부엌을 보다가 이승하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고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그는 저벅저벅 걸어와 서유를 가리키며 말했다.“아직도 우리 형을 찾아올 염치가 있는 거예요?”서유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를 껴안은 남자가 차가운 눈동자를 번쩍 들더니 이연석을 쏘아보았다.“그 손가락 필요 없나 보지?”이연석은 형의 차가운 시선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이 여자가 형한테 상처를 얼마나 줬는데 아직도 만나는 거야?”3개월 전, 이승하가 실려 와서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깨어나서도 자주 토혈할 정도로 슬퍼했다. 할아버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사를 불러오지 않았다면 이승하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다.이승하는 매번 이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서유는?형부랑 함부로 뒹구는 것도 모자라 이승하 앞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하지만 이승하는 서유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이것들을 모두 숨겼다.이연석이 병원에서 소수빈의 말을 엿듣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이승하를 바라보는 이연석의 눈빛은 이해할 수 없는 기색이 가득했다.“형 정신 결핍증 있잖아. 그런데 왜...”이연석은 어떻게 더러운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냐고 말하려는데 펑 하는 소리가 들렸다.숟가락이 유리그릇에 부딪혀 큰 소리가 났고 놀란 이연석은 이내 다음 말을 삼켰다.“미안!”식탁에 앉은 양복 차림에 아름다운 외모의 남자는 얼음장 같은 눈으로 이연석을 쏘아보고 있었다.이연석은 미간을 살짝 움츠렸다. 이승하는 보통 그에게 이 정도로 냉담하게 대하지 않는다. 서유를 위해서라면 정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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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이연석은 화가 나서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답답해서 말을 이을 수 없었다.그러나 이승하는 차가운 눈을 들어 다시 한번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안 가?”이연석은 화가 나서 하인이 가지고 있던 코트를 빼앗아 어깨로 내동댕이치고는 떠나려고 돌아섰다.서유는 급히 이승하의 몸에서 내려와 이연석을 불렀다.“연석 씨, 잠깐만요.”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연석은 서유를 상대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승하의 경고가 떠올라 얌전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어쩔 수 없었다. 핏줄의 억압이 너무 심해서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었다. 둘째 형님의 말씀이 곧 성지인데 누가 감히 듣지 않겠는가?서유는 이연석 앞에 와서 그를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연석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전 당신 형 배신하지 않았어요. 누군가 당신 형이 날 못 찾아오게 하려고 일부러 사람을 보내 날 사칭해 꾸민 일이에요. 모두 거짓이에요.”이연석을 그 말을 듣고 부쩍 수척해진 서유를 보았다.“그럼 반년 동안 어디 있었어요? 왜 형 찾으러 오지 않았죠?”서유는 눈을 늘어뜨리고 자신의 왼쪽 손목을 보며 사실대로 말했다.“지현우한테 감금당해서 도망치지 못했어요.”이연석은 어리둥절했다. 어쩐지 정가혜에게 서유가 이승하를 배신했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죽어도 믿지 않았다. 그녀는 서유가 지현우에게 갇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이 일로 정가혜와 이연석은 크게 싸웠고, 이연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가혜는 통역사를 데리고 영국으로 가서 서유를 찾아다녔다.후에 정가혜는 이승하가 서유를 직접 만나러 갔다는 말을 듣고 영국에서 돌아왔다.아마도 소수빈이 그녀에게 CCTV 영상, 녹음, 동영상을 보여줬을 것이고 정가혜도 다시 서유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이연석은 정가혜가 믿었는지 안 믿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시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이연석을 상대도 하지 않았다.그도 이 때문에 서유를 원망하고 있었다. 이승하와 정가혜 모두 그녀를 위해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그래서 방금 서유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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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화가 난 이연석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승하가 서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가혜 씨는 아직 당신이 돌아온 줄 모르고 있어. 내일 같이 가혜 씨 만나러 가자.”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서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마침 내일 찾아가려던 참이었어요. 반년 동안 사라졌으니 많이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한편, 모퉁이를 돌아서던 이연석은 두 사람의 대화가 듣고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제자리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를 악물고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잘생긴 외모에 반듯한 이연석이 서유에게 다가와 가늘고 긴 손을 가슴에 얹고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사과했다.“형수님, 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무례했습니다. 형수님을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제 무례함을 용서해 주세요.”깜짝 놀란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를 껴안고 있던 남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서 조건이 뭐야?”둘째 형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을 보고 이연석은 그제야 깨달았다. ‘쌀쌀맞은 인간, 내가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결국은 그의 약점을 잡고 그가 사과를 하게 만든 후에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이승하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이연석은 속이 꽉 막히는 것 같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서유 씨가 무사히 돌아온 소식은 내가 가혜 씨한테 확실하게 전할게요.”이승하는 숟가락으로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휘저으면서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았다.“그리고?”“내일 내가 직접 가서 가혜 씨 데리고 올게요. 됐죠?”그 말에 앉아 있던 남자는 그제야 문밖을 향해 턱을 치켜들었다.“나가봐.”그의 기에 눌린 이연석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은 채 이를 갈며 자리를 떴다.화가 잔뜩 난 이연석의 모습을 보고 서유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날 감싸면 내가 사람들한테 미움만 받게 될 거예요.”이승하는 또다시 닭고기 수프를 떠서 서유에게 먹여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 와이프를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와이프라는 말에 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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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곰곰이 생각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눈앞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당신을 언제 사랑하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이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말에 난 머리를 길렀고 위가 안 좋은 당신을 위해 담백한 죽 한 그릇이라도 끓여주고 싶었죠.”“매번 당신이 날 데리러 올 때면 난 너무 기뻤어요. 화가 난 채로 떠나는 당신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요. 당신의 눈빛 하나, 몸짓 하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의 눈에는 애틋함이 더욱 짙어졌다.도대체 언제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한 시간이 많을수록 점점 정이 들었다고만 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아마 그 마음은 그녀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늦은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서로 어긋났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서로 사랑을 해도 부족할 시간이었을 텐데. 이승하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썹을 어루만졌다. “더 이상 당신 다치게 안 해.”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창밖에는 아직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고 식당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했다.한편, 지현우의 위치를 알아낸 택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지현우는 이미 귀국했고 현재는 그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전화를 받은 이승하는 품에 안겨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서유를 내려다보았다.그녀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그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이불을 젖힌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목소리에 차가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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