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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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사실 침대에 엎드려있던 서유는 잠에 들지 않았고 희미하게 욕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급히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는 남자의 말에 그녀는 가슴이 설렜다.너무 좋았다. 전화를 끊으면 나올 줄 알았는데 그가 또 어디론가로 전화를 걸었다.그녀는 통화 내용을 제대로 듣지 못하였다. 그저 그가 택이에게 김초희와 지현우의 일에 대해 조사하라고 명하는 것만 어렴풋이 들렸다. 그녀가 도움을 청하지 않더라도 그는 뒤에서 묵묵히 그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었다. 그녀의 남자는 항상 그녀를 안심시켰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는 침대에 누워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여자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물기를 깨끗이 닦고 수건을 내려놓고는 침대로 다가가 이불을 들추고 그녀의 가는 허리를 뒤에서 껴안았다.그녀를 품에 꼭 안은 뒤,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고 나서야 그녀를 안고 편히 잠을 청했다. 아직 잠들지 않았던 서유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는 꿈도 못 꾸었던 것들이 오늘 이 순간 다 이루어진 것 같아서 그녀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녀는 이승하가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몸을 돌려 그를 껴안고는 몰래 그의 턱에 입을 맞추었다.고마워요, 승하 씨...남자의 굳게 감긴 눈매가 반달처럼 살짝 기울어져 가는 곡선을 그렸다. 그는 눈을 뜨지 않은 채 모르는 척했다. 때로는 그녀가 주는 사랑을 느끼고 싶었고 그게 그를 참 행복하게 만들었다.다음날 정가혜의 별장, 분홍빛 코트를 입은 그녀가 별장 문을 열자마자 눈밭에 서 있는 이연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검은색 코트를 걸친 채 문 옆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별장에서 나오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형과 약속했거든요. 오늘 당신 데리고 형수님 만나러 가겠다고.”말을 마친 그가 차 문을 열고는 정가혜에게 차에 타라고 눈짓했다. 그녀는 리미티드 에디션의 롤스로이스 팬텀을 보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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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정가혜는 발걸음을 옮기며 다정하게 서유의 이름을 불렀다.“서유야.”오랜만에 들은 정가혜의 목소리에 서유는 고개를 들었고 마침 별장 밖에서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정가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낯익은 그림자가 눈에 닿자 그녀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얼른 책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가혜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서유는 설레는 표정을 지은 채 두 팔을 벌려 정가혜를 안았다.“그동안 잘 지냈어?”친한 친구 사이에는 포옹 하나면 충분했다. 정가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나야 뭐 늘 그렇지. 클럽 운영도 하고 돈 버느라고 바빴어. 뭐 별 탈 없이 잘 지냈어.”말을 마친 그녀는 서유의 어깨를 잡고 위아래로 서유의 몸을 훑어보았다. 예전보다 더 여윈 서유를 보고 그녀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많이 여위었네. 반년 동안 고생 많았지?”서유는 정가혜가 걱정할까 봐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고생은 했지만 그래도 잘 견뎌왔잖아.”지현우 그 미치광이가 서유를 어떻게 대할지 정가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안타까운 마음에 서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미안해. 내가 진작에 널 찾았다면 네가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소 비서님조차 날 찾지 못하였는데 네가 어떻게 날 찾을 수 있겠어? 그리고 이 일은 원래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네가 날 찾기 위해 혼자 Y국까지 온 걸 생각하면 난 그저 고마울 따름이야.” 오늘 아침 이승하한테 정가혜의 근황에 대해 물었었다. 그는 정가혜가 Y국으로 그녀를 찾아갔던 일을 서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영어도 못 하는 그녀가 홀로 낯선 땅을 찾아갔다는 생각을 하니 서유는 고맙기도 했고 걱정이 됐다. 서유는 정가혜의 팔을 잡으며 그녀에게 당부했다.“가혜야, 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절대 혼자 나 찾으러 오지 마. 너무 위험해.”정가혜는 손가락을 뻗어 서유의 머리를 살짝 밀었다.“이번에 너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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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흠칫하던 그는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웠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그녀한테 따져 물었다. “소개팅이요? 누구랑요?”그 질문에 정가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이승하를 쳐다보며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서유가 이곳에 있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서유는 그냥 이곳에 두고 갈게요.” 목적을 이룬 이승하는 정가혜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서유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 얘기 나눠.”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하인에게 당부했다.“사모님 친구분 잘 대접해요.”사모님이라는 말에 서유는 뭔가 안정감이 들었고 정가혜는 그 말을 듣고 이승하에 대해 더욱 호감이 생겼다. 결혼도 하기 전에 서유를 자신의 와이프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정가혜는 서유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하인들이 그녀를 깔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이승하는 흠잡을 데가 없는 남자였다. 게다가 지난 3개월 동안 서유 때문에 몇 번이나 피를 토하며 죽을 뻔했던 그의 모습을 정가혜는 똑똑히 봐왔다. 세상 남부러울 것 없는 잘난 남자가 목숨처럼 서유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정가혜한테 소개팅 상대가 누구인지를 따져 물어보려는 이연석을 향해 이승하는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그만 가보라는 둘째 형의 눈빛에 이연석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가혜 씨, 나중에 봅시다.”정가혜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는 소파에 앉았고 이때 하인이 커피와 디저트를 가져왔다. 그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는 커피를 마셨고 고개를 들어 럭셔리한 거실을 둘러보았다. 한편, 서유는 조각 케익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정말 소개팅하러 갈 거야?”그녀의 물음에 정가혜는 고개를 돌리고 그녀가 건넨 케이크를 받아쥐었다.“하 매니저님 기억나지? 조건이 괜찮은 이혼남이 있다고 해서 한번 만나볼까 생각 중이야. 서로 눈이 맞으면 좋고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손님 하나 더 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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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정가혜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서희 씨는 소준섭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리다가 다리가 부러졌어. 이 대표님께서 소 비서님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풀밭에 쓰러져 있는 서희 씨를 발견하지도 못했을 거야. 그동안 계속 병원에 누워있었어.”그 말에 서유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다행히 치료는 잘 되었고 앞으로 걸을 때 조금 문제가 생길 수는 있지만 절뚝거릴 정도는 아니야. 다만 앞으로 하이힐은 신을 수 없을 것 같아.”매번 주서희를 볼 때마다 그녀는 항상 하이힐을 신었었다. 밝고 매력적이며 자신만만했던 그녀가 앞으로 하이힐을 신지 못하게 되었으니 자신감이 얼마나 떨어지게 될까? 서유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그럼 소준섭은? 그 나쁜 놈은 어떻게 됐어?”정가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소씨 가문은 부산에서 엄청난 세를 가진 가문이야. 그를 죽일 수 없었던 소 비서님은 그를 세게 때렸다고 들었어. 어쨌든 네가 소준섭한테 맞은 건 다 갚아준 것 같더라.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소준섭의 갈비뼈를 부러뜨렸어.”말을 마친 뒤 정가혜는 눈을 내리깔고 복잡한 마음을 감추었다.사실 그때 송사월이 소수빈을 막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소준섭은 갈비뼈 몇 개만 부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유가 이미 이승하를 선택한 이상 송사월에 관한 일은 그녀에게 알리지 않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정가혜는 이를 악물며 말을 이어갔다.“화내지 마. 서희 씨도 너처럼 잘 버텨왔어. 며칠 지나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그러나 서유는 여전히 주서희가 걱정되었다.“소준섭이 또다시 찾아오는 건 아니겠지?”정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소씨 가문에서는 소준섭과 서희 씨의 관계를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 현재 소준섭은 집안에 갇혀있는 상태이니 아마 당분간은 서울에 와서 서희 씨를 귀찮게 하지는 않겠지. 게다가 이 대표님께서 서희 씨한테 경호원을 붙여줬으니 소준섭이 찾아온다고 해도 서희 씨한테 가까이 다가올 수는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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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그가 이승하에게 말을 꺼내려고 할 때 이승하가 갑자기 정가혜를 불렀다.“가혜 씨, 잠깐만요.”정가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일인가요?”그는 별장 밖을 향해 손짓했다.“잠깐만 얘기 좀 하죠.”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겼고 밖에서 이승하와 몇 마디 주고받덨니 바로 자리를 떴다. 한편, 이연석은 이승하가 별장에 들어오기 전에 서유를 향해 물었다.“형수님, 혹시 좋아하는 게 뭐예요?”‘형수님’이라는 호칭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되물었다.“그건 왜요?”그는 창문 밖에 있는 정가혜를 가리키며 서유에게 도움을 청했다. “저 여자 소개팅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요. 그럼 형수님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들어줄게요.”그녀는 식탁 앞에 서서 고개를 들어 이연석을 빤히 쳐다보았다.“가혜한테 진심인 거예요?”그 물음에 이연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가 진심인데요?”그가 정가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서유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연석 씨, 가혜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럼 진지하게 마음을 표현해요. 하지만 가혜한테 미래를 줄 수 없다면 가혜가 소개팅하는 거 막지 말아요.”소개팅이라는 말이 그의 귀에 엄청 거슬렸다.“도와주기 싫으면 말아요.”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서유는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도와주기 싫은 게 아니에요. 가혜는 늘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어요. 지난 결혼 생활에서 가혜는 모든 걸 다 받쳤지만 결국 상처만 받게 되었죠. 두 번 다시 가혜가 상처 받기를 원치 않아요. 연석 씨가 내 마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연석의 진심일 뿐이었다. 그걸 확인하지 않은 이상 그녀는 이 일을 도와줄 수가 없었다. 제자리에 서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있던 이연석은 그녀의 뜻을 알아들은 듯 잘생긴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졌다. 정가혜에게 미래를 주라고 하는 건 결혼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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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이승하는 그녀를 놓아준 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오후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해.”나갔다 오겠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어디 가는데요?”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회사 갔다 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회사에 간다는 말에 그제야 안심이 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승하는 그녀를 끌고 식탁 앞에 앉았다.그녀에게 보양식을 많이 먹여준 뒤, 그가 핸드폰을 꺼내 소수빈에게 전화를 걸어 경호원들을 데리고 와서 서유의 안전을 지키도록 하였다. 한편, 병원에서 주서희를 돌보고 있던 소수빈은 전화를 받고 급히 손에 든 죽 그릇을 간병인에게 건네주고는 별장으로 향했다. 소수빈과 경호원들이 별장에 도착한 후, 이승하는 그제야 별장을 떠나 프러포즈 장소로 향했다. 한편, 정가혜의 소개팅을 망친 이연석은 그녀에게 호되게 야단맞고는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아무리 짜증이 나더라도 둘째 형이 당부한 일은 잘 처리해 두었다.자신이 계획했던 것들이 빠르게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고 이연석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이게 무슨 일이냐고. 남들은 프러포즈를 한다고 난리인데 난 실연당했으니...잠시 후, 코닉세그에서 내린 이승하는 경호원들을 데리고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늘 완벽을 추구해 온 남자는 담담한 눈빛으로 사방을 훑어보았다.기분이 우울한 이연석은 이승하의 앞으로 다가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어때요? 괜찮죠?”이승하는 시선을 거두고 싸늘한 눈빛으로 이연석을 쳐다보았다.“잘 꾸미긴 했는데 네 얼굴이 별로야.”...실연당한 사람이 어떻게 표정이 좋을 수가 있겠냐고?이승하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할 때 이연석은 그의 말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버렸다.“내가 프러포즈 할 때 넌 나타나지 마. 사람 기분 잡치게 하지 말고.”...난 뭐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알아?내가 하고 싶어서 여기 이러고 있는 줄 아냐고?둘째 형한테 단단히 화가 난 이연석은 소매를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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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정가혜는 차를 몰고 해변으로 왔다. 조수석에 앉은 서유는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옛 추억에 잠겼다. 이승하는 이곳에 그녀를 데리고 온 적이 있다.이승하는 그날 김시후와 서유가 잠자리를 같이했다는 오해를 하고 김씨의 신분으로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고 또 수백 통의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서유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차를 끌고 그녀를 막아서 이 바다로 데려왔다.차 안에서 그는 그녀를 품에 가두고 김시후와 몇 번이나 잠자리를 했는지 물으며 그녀의 진심을 알아내려 했다. 또한, 김시후를 좋아하지 말라는 말도 몇 번이나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때 서유가 원했던 건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의 한마디뿐이었다.예전의 두 사람은 그 어느 날 이승하가 프러포즈하고 서유가 그 프러포즈를 받아줄 줄은 아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정가혜는 어느 한 전시관 앞에 차를 세웠다.“서유야, 여기야. 이따 저녁에 이곳에서 파티가 열릴 거야. 들어가자.”서유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전시관을 훑어보았다.“이 전시관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3년 전, 이승하가 그녀를 데리고 왔을 때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황폐한 땅에 불과했다.그러나 지금은 주변에 도로도 깔려있고 전시관은 마치 수정궁처럼 웅장하고 아름다웠다.서유의 질문에 이제 막 차에서 내리려던 정가혜가 잠깐 흠칫하다가 답했다.“돈 많은 재벌이 투자라도 했나 보지 뭐.”그러고는 서유에게 서둘러 차에서 내리라며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소리도 했다.서유는 궁금증을 거두어들이고 정가혜의 요구대로 외투를 벗은 다음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전시관 입구에 [승유관]이라는 세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이승하의 ‘승’에 서유의 ‘유’를 딴 그들만의 곳이라는 뜻이었다.어느 돈 많은 재벌이 투자를 위해 세운 것이 아닌 이승하가 오직 프러포즈 목적으로 세운 곳이었다.그의 의도를 파악한 듯 서유는 서서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달콤하고도 은은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더욱더 화사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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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그때 아까까지만 해도 반짝이던 하늘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핑크 장미밭이 나타났다.밤하늘은 사라진 것이 아닌 위쪽에서 반짝였다.서유가 고개를 들어 다시 밤하늘을 보자 승유관의 네 벽에서 갑자기 오로라가 펼쳐졌다.서유는 그 광경을 보고는 심장이 두근거렸다.이건 인공 오로라였다...이승하는 그녀가 오로라를 보고 싶다고 한 말을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오로라를 보기 위해 두 번이나 F 국에 갔던 그들이었지만 그 두 번 모두 일이 생기는 바람에 이승하는 아예 인공 오로라를 만들어버렸다. 이제 서유는 그녀가 원하는 만큼 이곳에서 오로라를 바라볼 수 있다.이승하의 그 마음은 고스란히 그녀의 마음에 와닿았다. 서유는 그가 선사하는 달콤하고 아늑한 공간 속에서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때 아직 구경에 여념 없던 그녀의 앞으로 흰색 정장을 갖춰 입은 한 남자가 서서히 오로라를 뚫고 걸어왔다.신비로운 빛들이 그의 몸에 닿으니 마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어주지 않을 것 같은 천사라도 강림한 듯했다.이런 남자의 눈에는 온통 한 여자뿐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에게는 오직 그녀뿐이었다.서유는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이승하를 보며 천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예쁘게 웃고 있었다.이승하는 그녀 앞에 멈춰서더니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수중의 반지 케이스를 열고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서유야.”그는 그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렀다. 예쁘고 투명한 그의 두 눈은 오직 서유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아무래도 첫 프러포즈여서 그런 것인지 모든 걸 완벽하게 세팅한 이승하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침을 한번 삼키더니 그녀에게 그 무엇보다 더 가슴 떨리는 맹세를 하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서유는 뭔가 얘기를 하려던 그가 갑자기 시선을 내리고 반지 케이스 안쪽을 뚫어지게 보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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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서유는 손을 들어 그의 수중에 있는 케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다른 말도 준비했잖아요.”모든 걸 다 알아챈 듯한 그녀의 말에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이연석과 이씨 가문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그 웃음소리에 서유가 흠칫하며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이승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러고는 입을 달싹이며 아까 줄곧 연습했던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결국 몇 초 뒤 그는 다급한 얼굴로 이 한마디만 내뱉었다.“결혼 안 해 줄 거야?”이대로 계속 대답을 미뤘다가는 그가 답답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서유는 예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였다.“결혼할래요.”이승하 말고 또 누구와 결혼할 수 있을까. 그에게 몸을 팔게 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와 운명으로 맺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그녀의 대답에 이승하의 얼굴에 보이던 초조함이 차차 가시고 그 대신 예쁜 미소가 걸렸다.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두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를 그녀의 왼손 약지 손가락에 끼워주었다.약지 손가락은 심장과 가장 가까운 손가락으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뜻하기도 했다.이승하는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준 후 몸을 일으키지 않고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만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야,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 네 곁에 있을게. 평생 너를 아껴주고 또 사랑해줄게.”그의 고백은 길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진실한 마음은 고스란히 서유에게 전해져 그녀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서유는 서서히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 생에도 나는 승하 씨 곁에 있고 싶어요.”이승하는 그녀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다음 생으로는 부족해. 다시 태어날 때마다 나는 너랑 사랑할 거야.”그는 말을 마치고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그녀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입을 맞춰왔다.두 사람이 진득하게 키스를 나누고 있던 그때 벽 뒤편에 줄곧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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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정가혜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서로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이 순간 상대방이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고아인 두 사람이 지금껏 가장 원했던 것이라고 하면 그건 바로 귀속감, 자신만의 진정한 가족을 얻는 일일 것이다.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과 연을 맺게 되었으니 서유는 이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야만 한다.정가혜는 마음속으로 서유에게 축복을 보내며 휴대폰으로 그 행복한 순간을 남겨두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전하고 난 뒤 갑자기 두 사람을 에워싸더니 짓궂은 요구를 해댔다.“뽀뽀해, 뽀뽀해!”이에 서유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이승하는 고개를 들어 그런 가문 사람들을 무서운 눈으로 응시했다.오늘도 여전히 차갑다 못해 사람을 얼려버릴 것 같은 그 눈빛에 이씨 가문 사람들은 서둘러 입을 닫았다. 그리고 그 시선이 이연석에게서 멈추고서야 안심했다.이연석은 지은 죄가 있는지 이승하와 눈이 마주치고서는 침을 한번 꼴깍 삼키더니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막 한걸음 내딛는 순간 뒤에서 이승하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이연석, 너는 내일부터 이연준 대신 아프리카로 가.”“형, 안 돼요. 다시 한번 생각해줘요. 잘 생각해보면 다른 곳도 있을 텐데...?”“이미 결정했으니 그렇게 알아.”이승하는 매정하게 답변하더니 서유를 번쩍 들어 공주님 안기 자세로 그녀를 안은 후 걸음을 옮겼다.품에 안긴 서유는 민망한 듯 이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이승하를 바라보았다.“갑자기 연석 씨를 아프리카로 왜 보내는 거예요?”“그럴 만한 일을 했거든.”서유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럴 만한 일이 뭔지 물으려는데 이승하가 먼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나한테만 신경 써.”정가혜는 그 모습을 보더니 서둘러 카메라 모드로 전환해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흰색 정장 차림의 남자는 무척이나 고고하고 위엄이 있었고 은백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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