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591 - Chapter 600
759 Chapters
제591화
차량 조수석의 창문이 절반 정도 내려가고 누군가의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 가로등밖에 없어 주변이 희미했지만 정가혜는 그가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그녀는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서둘러 차량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까이에 다다라서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사월아...”차 안의 남자는 그녀를 향해 예쁘게 웃어 보였다.“누나.”오랜만에 듣는 누나 소리에 정가혜는 눈시울을 붉혔다.“여기는 어떻게 왔어?”그녀는 그간 송사월에게 몇 번이고 전화했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로는 매번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또한, 그를 만나려고 부산까지 찾아가 보기도 했었지만 그는 갖은 핑계를 대며 항상 그녀를 거절했었다.마치 그들과 이제는 연을 끊기라도 하려는 듯 말이다.정가혜는 거듭되는 거절에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포기를 했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하게 오늘, 하필이면 이승하가 서유에게 프러포즈하는 날 이곳에서 송사월을 보게 된 것이다.그는 그들과 연을 끊은 게 아니라 줄곧 그녀들을 지켜보며 단지 가까이하지 않은 것뿐이었다.송사월은 손을 내밀어 눈꽃을 받아냈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눈에 일말의 우울감이 스쳤다.그는 한참이나 눈꽃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시선을 돌려 정가혜의 질문에 답했다.“그냥 우연히 들렸어요.”우연히?이런 한적한 교외를 우연히 들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정가혜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반문하지도 않았다. 그저 화제를 돌렸다.“너 곧 손씨 가문 아가씨랑 약혼한다며?”송사월은 손 열기로 금세 녹은 눈꽃을 매만지며 씁쓸하게 웃었다.“맞아요.”애써 웃음을 지으려는 그 모습에 정가혜는 마음이 아파 왔다.“너 설마 서유랑 이승하 씨 때문에 일부러 약혼한 거야...?”송사월은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씁쓸함을 거두어들이고 답했다.“그런 거 아니에요.”정가혜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네가 행복하길 바랄게.”송사월은 주먹을 서서히 꽉 쥐면서 속으로 읊조렸다.‘아마 평생
Read more
제592화
승유관으로 들어가는 길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송사월은 휠체어에 앉은 채 입구에 새겨진 전시관 이름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전에는 이런 곳을 짓고 싶었어요.”서유를 위해 그들만의 곳을, 이승하가 [승유관]이라고 지은 것처럼 둘의 이름을 딴 곳을 말이다...승유관이라는 세글자를 본 순간 송사월은 쓸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입은 웃고 있었지만 심장은 마치 누가 찌른 듯 쿡쿡 아파 와 제대로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에너지 넘치고 햇살 같던 남자는 지금 이토록 허약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사월아, 너 그렇게 떠나고 나서 잘 지낸 거 맞아?”정가혜가 그를 보며 물었다.“잘 지냈어요.”송사월의 대답에 김태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의 감정을 담아 말했다.“거짓말하지 마세요. 한 번도 잘 지낸 적...”“입 다물어!”김태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사월이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김태진은 할 말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은 체념한 채 입을 닫았다.정가혜는 그 모습을 보고 송사월은 서유를 보낸 뒤 하루도 편히 잘 지낸 적 없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도 그럴 것도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를 떠나보냈는데 어떻게 쉽게 편해질 수 있을까...김태진은 송사월의 휠체어를 끌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반짝이는 별빛과 아름다운 오로라에 송사월의 눈시울은 다시 한번 붉어졌다.그는 김태진에서 손짓하고는 홀로 휠체어를 끌며 제일 중심으로 다가갔다.“이곳에서 서유한테 프러포즈한 거죠?”정가혜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이에 송사월은 그저 웃어 보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 역시 프러포즈를 한다면 이곳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우주 중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무릎을 꿇은 채 프러포즈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송사월은 그곳에서 한참이나 위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 핑크 장미로 가득한 바닥을 보았다.그의 기억 속 서유는
Read more
제593화
정가혜는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보고 따라서 눈물이 차올랐다.“이대로 서유 안 볼 생각이야?”송사월은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보이지 않으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천천히 사그라들지도 모르지만 만약 마주하게 되면... 그때는 아마 질투로 제정신이 아니게 되어버릴 수 있다.그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아주 오랫동안 머물고 나서 서서히 감정을 추스르고 정가혜를 바라보았다.“누나, 몸조리 잘해.”송사월은 그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휠체어에 앉은 채 이동하는 그의 모습이 정가혜는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그를 쫓아가 물었다.“내 전화 받을 거지?”송사월은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정가혜는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네 마음이 이제는 괜찮을 때 나한테 꼭 얘기해 줘.”송사월은 다시 한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슬픔도 원망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초연하기도 하면서 무언가를 떨쳐낸 듯 후련한 표정이었다.눈꽃이 휘날리는 밤, 송사월은 승유관에서 나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태진아...”그의 부름에 김태진이 대답을 하려고 허리를 숙여보니 송사월의 두 눈은 이미 눈물로 그렁그렁해져 있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서유가 너무 보고 싶어. 하지만 서유는 이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버렸어.”김태진은 그 무엇하나 아쉬울 것 없는 그가 이토록 약해진 모습에 저도 모르게 동정이 일고야 말았다.시간이 지나면 송사월도 언젠가는 서유를 잊는다고 모두가 믿고 있겠지만 김태진만큼은 알고 있다. 눈앞에 이 남자는 절대 서유라는 여자를 잊지 못할 거라는 것을...그도 전에 송사월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어떻게 해야 서유를 잊을 수 있겠냐고.그때 그는 그에게 아마 죽어서야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쓸쓸하고도 단호하게 대답했었다.그때를 떠올리며 김태진이 상념에 빠져 있을 때 송사월이 또 한마디 내뱉었다.“나는 이제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없어
Read more
제594화
정가혜는 차 문에 기대 조금 힘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연석은 냉랭한 얼굴로 외투를 직접 그녀의 몸에 둘러주고는 두 손을 차 위에 올려놓고 그녀를 제 품 안에 가뒀다. 그러고는 조금 허리를 숙여 정가혜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결혼으로 당신을 내 옆에 묶어둬야 다른 남자한테 눈 돌리지 않을 건가요?”이연석은 오후에 금방 남자를 만나고 나서 저녁에 또다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 때문에 지금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정가혜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흠칫했다가 그의 뒷말에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잘 들어요. 난 이연석 씨 당신과 결혼할 생각 없어요. 내가 다른 남자한테 눈을 돌리든 말든 연석 씨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난 당신의 여자친구가 아니니까요.”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이연석을 밀쳐낸 뒤 다시 차 문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문을 열기도 전에 이연석이 그녀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이연석은 유전 때문인지 꽤 큰 키를 가지고 있어 그녀를 안고도 앞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그는 고개를 한껏 숙여 얼굴을 그녀의 목 언저리에 비비적거렸다.“가혜 씨와 헤어진 뒤로 자꾸 당신을 찾아가고 싶고 당신 얼굴이 보고 싶어요.”이연석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또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가혜 씨가 좋아졌나 봐요, 내가.”정가혜는 그 말에 잠깐 굳어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또 술 마셨어요?”그는 술을 마시고 나서 매번 이런 식으로 그녀를 달래며 재결합하자는 뜻을 보이고는 했다.“아니요.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어요.”이연석이 고개를 저었다.정가혜는 고개를 앞으로 돌려 가로등 아래 휘날리는 눈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이연석 씨가 이제껏 만난 여자들은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울고불고하며 당신한테 매달렸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요. 연석 씨는 그런 나한테서 조금의 특별함을 느꼈을 뿐이에요.”그녀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무언가를 잃
Read more
제595화
눈이 흩날리는 밤, 열몇대의 고급차량이 줄지어 8호 맨션 앞에 멈춰 섰다.제일 앞쪽 차량의 뒷좌석 문이 천천히 열리고 흰색 양복 차림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차량 옆에 선 남자는 잘 뻗은 기럭지에 인간이 아닌 듯한 외모와 아우라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금 허리를 숙인 채 기다란 손을 차 안의 한 여자에게 뻗고 있다.차가운 겨울 같던 그의 두 눈은 그의 여인의 두 눈과 마주한 순간 눈 녹듯 따뜻해졌다. 오직 그녀에게만 허락된 따스함인 것처럼 말이다.서유는 그의 큰 손위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리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눈앞의 유럽풍 맨션을 한번 보다가 다시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여기는 왜 온 거예요?”이승하는 코트를 챙겨 서유에게 덮어준 다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번쩍 안아 들었다.“들어가 보면 알아.”서유는 이승하의 목을 감싸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그의 품에 기댔다.이승하는 그녀를 안아 든 채 엘리베이터를 타 바로 8호 맨션의 제일 위층으로 향했다. 그곳은 그와 그녀가 가장 많이 사랑을 나눈 곳이었다.서유는 이승하가 자신을 안고 잔뜩 꾸며진 방 안에 들어서자 얼굴이 핑크색으로 물들었다.전에 그녀의 몸이 다 나은 뒤에 한꺼번에 보상해준다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혹시 그 보상 일을 오늘로 잡은 건가?이승하는 이런 쪽에서 늘 절제가 힘든 남자였기에 프러포즈 한 날 저녁이고 하니 더더욱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려 할 수 있었다.서유는 혼자 이런저런 엉큼한 생각을 하다가 이승하가 자신을 천천히 침대 위에 올려놓고 옷을 벗기려고 들자 황급히 다시 옷을 여미며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직 몸 상태 다 나은 거 아니에요...”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웃는 듯 안 웃는듯한 얼굴로 그녀를 한번 훑어보았다.“알아. 그런데 그게 왜?”서유는 빨개진 얼굴로 말을 더듬거렸다.“그, 그러니까... 오늘 밤은... 안 될 것 같아요...”이승하는 큰 몸을 서유 쪽으로 기대 코로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히며
Read more
제596화
“그러니까 내가 언제 급해 했다고...!”서유는 짓궂은 말만 하는 남자 때문에 약이 잔뜩 올라 잡았던 옷깃을 놔주고 침대에 털썩 누워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침대 옆에 선 남자는 그녀의 잔뜩 삐진듯한 뒷모습을 보고는 예쁘게 웃으며 그 옆에 옆에 누워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주었다.“알았어, 알았어. 내가 미안해. 어떻게 하면 화 풀어줄래?”서유는 그 말에 고개를 홱하고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런 건 당신이 알아서 생각해야죠.”이승하는 손을 들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기고 말했다.“평생에 걸쳐 갚을게. 이거면 될까?”서유는 그의 품에서 아직 덜 풀린 목소리로 얘기했다.“그건 전에 말했던 거라서 안 돼요.”이에 이승하가 입을 열고 다시 얘기하려는데 서유가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먼저 입을 열었다.“다음 생도 오늘 이미 얘기했으니까 안 돼요.”이승하는 그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시겠어요, 마님?”서유는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요.”이승하는 자기가 했던 말과 같은 뜻 아니냐는 표정을 잠깐 짓다가 이내 귀여워 죽겠다는 얼굴로 답했다.“분부대로 하죠.”서유는 그제야 샐쭉 웃으며 물었다.“아까 보여줄 게 있다는 건 뭐예요?”이승하는 서유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옆으로 굴러 그녀를 자신의 몸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가자.”그러고는 서유를 안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그녀의 허벅지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게 자세를 잡아주었다.이승하는 품에 여인을 안은 채 천천히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갑자기 창문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예쁜 불꽃들이 눈앞에 펼쳐졌다.서유는 8호 맨션 전체를 환하게 비출 만큼 화려한 불꽃놀이에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이거 당신이 준비한 거예요?”이승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이에 서유가 안심하려던 찰나 곧바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연석이 제안
Read more
제597화
서유는 소파에 앉아 금고를 만지작거리는 남자를 보고 말했다.“승하 씨, 오늘 고마워요.”이승하는 금고에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리 와.”그 세글자에 서유는 불현듯 예전이 떠올랐다.두 사람이 8호 맨션에서 살았을 때 이승하의 입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다.다만 그때는 강압적이고 무정한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다정하고 부드럽기 그지없었다.서유는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의 앞에 제대로 서기도 전에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뒤에서 끌어안은 다음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그러고는 탁자 위에 있던 금고의 문을 열었다.서유는 금고 안에 있는 베이지색 목도리와 그녀의 사진 그리고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여진 편지를 보고는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그녀는 목도리를 매만지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곧바로 이건 자신이 이곳에 놓고 간 목도리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리고 옆에 놓인 사진에는 그녀가 침대에 누워 자는 모습이 찍혀있었다.서유는 고개를 돌려 이승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이거 언제 찍은 거예요?”그 질문을 들은 이승하의 두 눈은 쓸쓸함과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그때 네가 나한테 사진 한 장 남겨주고 싶다고 했잖아.”서유는 그제야 이 사진이 어쩌다가 찍힌 것인지 눈치챘다.그때 그녀는 곧 죽을 거라는 생각에 그에게 자신의 사진을 한 장 남겨주고 싶다고 했었다.하지만 당시 이승하는 그녀가 꿈을 꾸는 중에 송사월이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은 것 때문에 화를 내며 거절했었다.서유는 그때 사진은 남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씁쓸해했는데 자신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찍었을 줄이야...그의 행동을 지금에서야 안 것에 그녀는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반면 이승하는 꽤 심각한 얼굴이었다.“네가 없는 3년 동안 이 사진이 내 유일한 버팀목이었어.”만약 이 사진이 없었더라면 그는 아마 더욱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서유는 그 말을 듣더니 그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했다.“지나간 일은 이제 생각하지
Read more
제598화
서유의 눈물이 손등에 떨어지자 과거를 추억하던 남자가 깜짝 놀라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과 마주 보게 한 다음 다시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그러고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달래주었다.“너 울리려고 보여준 거 아니야. 줄곧 사랑하고 있었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서 보여준 거야.”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계속 사랑하고 있었다고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다.물론 서유가 그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참 있다가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했다.“나 화장 번졌죠?”정가혜는 오늘 프러포즈를 받는 서유를 위해 반 시간이나 공들여 메이크업을 해주었다.이승하는 그녀를 꼭 껴안으며 예쁘게 웃었다.“우는 것도 예뻐. 하지만 오래 울면 눈에 안 좋으니까 그만 뚝 할까?”사람들 앞에서는 늘 차갑고 냉정한 모습의 이승하지만 그녀 앞에서만큼은 이토록 다정할 수가 없었다.서유는 그의 말대로 눈물을 멈추고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올리고 물었다.“승하 씨, 혹시 웃는 게 예쁘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어요?”이승하는 자주 웃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번 웃을 때면 두 눈이 예쁘게 접히고 입가는 위로 예쁘게 말리는 것이 평소 얼굴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얼굴이 되어버린다.이승하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응, 있어.”이에 서유의 표정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누구한테요?”평소 잘 웃지 않는 것 아니었나? 대체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들은 거지?게다가 남자에게 웃는 게 예쁘다는 소리를 할 법한 사람은 보통 여자뿐이었다.“맞춰봐.”서유는 지금 누가 봐도 기분 나쁜 얼굴이었다.“...모르겠어요.”이승하는 천천히 머리를 뒤로 젖히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질투해?”그에게 마음을 들킨 서유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질투는 무슨, 그런 적 없어요.”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앞으로 당겨 자기 몸과 밀착시키더니 뭐라도 할 틈도 없이 바로 입술을 부딪쳐 왔다.부드럽
Read more
제599화
남자의 두 눈은 한번 바라보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과도 같았다. 특히 작정하고 그녀를 꼬시려는 그 눈빛은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서유는 그의 눈에 취해 자신의 몸이 침대 위에 눕혀지는 것도 모른 채 줄곧 몽롱한 표정이었다.그러다 거대한 몸이 위에서 압박해올 때에야 정신을 차렸다.서유는 가녀린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나, 나 무서워요...”평소의 그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한꺼번에 보상하겠다고 달려드니 무섭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승하는 두 눈으로 침대 위에 흐트러진 그녀의 몸을 훑었다.서유가 입고 있는 은백색의 드레스는 그가 직접 제작 주문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옷 핏이 그녀의 몸에 너무나도 알맞게 떨어졌다.그녀의 검은색의 긴 웨이브 머리는 침대 위에 마구 흐트러져 그녀를 한층 더 섹시하게 만들어주었다.이승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한번 삼켰다.“나 꽤 오래 참았는데.”서유가 입을 열어 다시 한번 몸 핑계를 대려고 하자 이승하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귀를 살짝 물었다.귀를 깨물린 찌릿한 느낌과 그의 뜨거운 입김 때문에 서유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떨렸다.이승하는 서유가 정신없어하는 틈을 타 그녀의 허리를 잡아 자신의 몸과 조금 더 밀착하게 한 다음 그녀의 손을 자신의 복부 아래로 가져갔다.바지 위에서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의 크기에 서유가 얼굴이 빨개져 황급하게 손을 치우려고 했지만 이승하는 그녀가 움직일 수 없도록 손을 꽉 잡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서유의 목과 입술 그리고 귓불에 가볍게 뽀뽀하더니 이제 더는 못 참겠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유야...”그의 애원이 섞인 한마디에 서유는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살살해줘요...”이승하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입술을 탐하며 나지막이 답했다.“응, 그럴게.”말은 그렇게 했지만 침대 위의 남자가 그 약속을 지킬 리가 만무했다.처음에는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며 천천히 애무하는 듯하더니 어
Read more
제600화
그 뒤로 이승하는 그동안 쌓아둔 욕망을 한꺼번에 터트리듯 서유를 집 안에 가둬두고 매일 밤 그녀를 안았다.일주일 내내 그에게 시달린 서유는 이제 침대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고 간신히 내려오면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이승하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매일매일 새로운 자세까지 시도해가며 그녀를 괴롭혔다.서유는 이쯤 되니 결혼식 당일 밤은 지금보다 더할 것 같다는 무서운 예감이 들었다. 지금은 고작 프러포즈한 날에 불과하니 말이다.게다가 더 무서운 건 이승하는 그녀의 체력 보충을 위해 각종 약재가 잔뜩 들어간 삼계탕까지 만들어주며 거기에 영양제까지 먹였다.그와 잠자리를 함께하는 건 어찌어찌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음식은 정말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서유는 침대 위에서 그가 만든 삼계탕을 한입 먹고는 불평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냥 배달시키는 게 어때요?”이승하는 티슈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내더니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밖에 음식은 안 돼. 내가 한 거 먹어.”서유는 배달 음식은 죽어도 안 된다는 그의 단호함에 속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고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을 때 그녀는 직접 부엌으로 가 일부러 소금 가득 든 달걀 스크램블을 만들고서 활짝 웃는 얼굴로 이승하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내가 한 거 먹어봐요.”이승하는 언뜻언뜻 보이는 소금에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입에 넣었다.서유는 한입 먹은 뒤 아무런 반응도 없이 꾸역꾸역 계속 요리를 입에 넣는 그의 모습에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혹시 맛을 못 느끼는 건 아니죠?”이승하는 고개를 젓더니 식탁 위에 얼굴을 괴고 마치 신기한 물건을 발견한 아이처럼 자신을 보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누가 만들어준 건데 다 먹어야지.”그러고는 또다시 음식을 집어 먹으려고 했다. 이에 서유가 다급하게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그만 먹어요.”그냥 한번 당해보라는 식으로 일부러 짜게 만들었건만 이 미련한 남자는 그걸 알면
Read more
PREV
1
...
5859606162
...
7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