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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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가는 도중에 갑자기 택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보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겼습니다. 지현우의 별장으로 바로 오세요.”한 손으로 차를 몰던 남자는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무슨 일이야?”전화기 맞은편,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택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와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짙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던 그의 눈동자에서 창밖에서 흩날리는 눈보차처럼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굳은 얼굴로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리는 그는 이내 방향을 바꾸어 지현우의 별장으로 향했다. 한편, 잠에서 깨어난 서유는 습관적으로 옆자리를 만져보았고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 전해졌다.어디 갔지?당황한 그녀는 얼른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불을 켜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슬리퍼도 신지 못한 채 그녀는 욕실과 옷방 그리고 서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승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공포와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맨발로 2층에서 뛰어 내려와 주태현의 방문을 두드렸다.“주 집사님, 이 사람 어디 간 거예요?”잠에서 깨어난 주태현은 정신없이 일어나 문을 열었고 초조해하는 그녀를 다독였다.“도련님께서 볼일이 있으신 것 같아요. 서유 씨도 알다시피 처리해야 할 일이 이리 수시로 생기게 됩니다.”김씨의 신분에 대해서 서유도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주태현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매번 무사히 돌아오시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러나 서유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불안했다. 바로 이때, 거실 구석에 놓인 전화기가 갑자기 울렸다.주태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전화기를 쳐다보았다.“이상하네. 이 전화기는 오랫동안 울린 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한밤중에 울리는 거지?”전화 소리에 그녀는 당황한 마음을 억누르고 주태현을 따라 그 전화기를 향해 걸어갔다.전화를 받자마자 주태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하면서 그가 고개를 돌려 서유를 쳐다보았다.“지씨 라는 남자가 서유 씨를 찾는데요.”지씨? 설마 지현우? 그가 어떻게 이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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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자신을 잡아당긴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생기를 되찾았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가 싹 가셨다. 창백한 얼굴로 재빨리 차 문을 밀었지만 그녀는 이미 차 안으로 완전히 끌려 들어간 상태였고 차 문이 잠겨져 있는 상태였다. 차에서 내릴 수 없었던 서유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지현우를 쳐다보았다. “날 놔준 거 아니었어요? 왜 또 찾아온 거예요?”흰 셔츠를 입은 깔끔한 남자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돌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요.”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고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고 그 모습에 놀란 서유는 연신 뒤로 물러났다. “뭐 하는 거예요?”지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를 차창까지 내몰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감쌌다.차갑고 낯선 촉감이 얼굴이 닿는 순간 그녀는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나 건드리지 말아요.”그녀의 얼굴, 그녀의 몸 구석구석 모든 곳은 이승하만의 것이었고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현우는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그녀의 두 손을 꽉 잡고는 그녀를 차창에 밀쳤다. 흐릿한 시선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닿았다. 한참 동안 지켜보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지현우 씨, 당신 이러는 거 언니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그 말을 들은 남자는 흠칫하더니 이내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가까이 다가갔다.그러다가 그녀의 붉은 입술에 거의 다 닿았을 때, 그가 갑자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놀라움에 온몸을 떨고 있던 서유는 점차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미쳤어요?”한참 동안 웃던 그가 그녀를 풀어주고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초희야, 나 너한테 잘못한 것 없어. 이 여자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 하늘에서 나 원망하지 마.”그 말에 흠칫하던 서유는 복잡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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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위층으로 올라오던 서유는 총소리에 깜짝 놀라더니 계단 손잡이를 꽉 잡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고 사람들 사이로 유리집의 광경을 보고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총을 마구 쏘는 이승하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았고 총을 쥔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보고 그가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승하에게 뛰어가려던 그때 지현우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승하 씨가 스스로 알아차리게 해요. 안 그러면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이런 일은 가짜와 진짜를 떠나 가시처럼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의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현우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가뜩이나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이에요. 이렇게 상처 주는 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그 말에 지현우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잔인하다고요?”실소를 터뜨리던 그가 천천히 웃음을 거두고는 멀리서 이승하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적어도 저 사람이 본 건 가짜잖아. 내가 본 건 진짜였다고.”그가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중얼거리더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서유를 쳐다보았다. “누가 더 잔인할까요?”반짝이던 그의 눈빛은 점차 빛을 잃어가면서 절망적으로 변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서유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언니가 다른 남자와 잠자리하는 모습을 그가 직접 목격했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언니를 사랑하는 만큼 언니를 원망하고 있었고 죽기보다 못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어도 언니를 따라가지 않았던 것이다. 서유는 그와 언니 사이에 도대체 어떤 원한이 있는지 모른다. 그저 지금 지현우의 모습은 어둠에 휩싸인 사람처럼 전혀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죽고 싶어도 다른 세상에서 또다시 언니를 만나게 될까 봐 그게 두려워서 죽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니를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언니를 그리워하는 모순된 감정 때문에 그는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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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이승하는 그 여자를 한 번 쳐다보고 두 번 다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보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는 서유의 손을 잡고 유리방으로 나온 뒤, 차가운 목소리로 택이에게 명했다. “저 여자 얼굴 망가뜨려.”이 세상 그 누구도 서유와 닮은 얼굴을 가질 수 없었다. 옆모습이라고 해도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망가뜨리라고 하는 말에 그 여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급히 용서를 구했다.“대표님, 일부러 서유 씨 행세를 한 건 아니에요. 저도 그냥 분부대로 한 일이라고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목소리까지 똑같은 두 사람, 서유조차도 제대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하물며 이승하가 어찌...서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 꿇어앉아 애걸복걸하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불쌍해 보이지만 자신의 행세를 하며 이승하에게 상처를 주고 그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가 생긴 이승하를 생각하며 서유는 동정심을 거두었다. 이승하는 뒤에서 용서를 비는 소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애틋한 눈빛으로 서유를 쳐다볼 뿐이었다.“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그의 눈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그녀는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지현우 씨가 날 데리고 온 거예요.”그 말에 이승하는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침대에 있는 저 여자를 용서할 수는 있어도 지현우는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인간 지금 어디 있어?”옥상 입구 쪽을 바라봤지만 지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지현우가 도망갔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아래층에서 갑자기 술병이 타일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 옆에 앉아 있는 지현우는 비싼 손목시계를 찬 손에 와인 한 잔을 들고 고개를 젖혔다. 바 위에 매달린 크리스털 램프에서 빛이 흘러 내려와 그의 잘생긴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그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로지 술을 마시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유는 Y국에서 그와 함께 지내던 시절에도 그가 이리 혼자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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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그녀의 여동생'이라는 말을 듣고 서유는 문득 지현우가 언니의 심장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둠에 휩싸인 지현우를 바라보던 그녀는 동정 어린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지현우는 바에 팔꿈치를 괴고는 손에 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면서 고개를 돌리고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네요. 서유 씨한테 그리 상처를 주고도 용서받을 수 있었다니. 하지만 난 평생 그럴 수 없게 됐어요.”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이승하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더 들어갔고 지현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도 더 복잡해졌다.김초희와 지현우 사이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승하는 공감할 수 없었다.하지만 서유의 용서를 받았다는 그 말이 이승하의 마음을 쿡 찔렀다.만약 서유의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면 아마 그도 지금의 지현우와 같은 처지였을 것이다. 이승하의 복잡한 마음을 알아차린 지현우는 시선을 돌리고 잔을 비운 뒤 술잔을 던졌다. 술잔은 허공에서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더니 다시 타일 위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바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유리 파편을 밟으며 자신을 겨누고 있는 총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서유의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고개를 숙이고 서유의 심장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고 이내 이승하가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여자는 내 여자예요. 어딜 감히 함부로 만지는 겁니까?”지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싸늘한 이승하를 바라보며 미친 사람처럼 실없이 웃었다.“참 웃기는군요. 내 여자가 그녀의 심장으로 당신의 여자를 구했습니다. 근데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겁니까?”이승하는 그를 단번에 밀어내고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 “내 여자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건드리려고 한 겁니까?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무슨 자격이요?”지현우는 차디찬 벽에 기대어 눈시울을 붉히며 콧방귀를 뀌었다.“내 여자의 심장이 없었다면 당신의 여자는 진작에 죽었을 겁니다.”“내 여자가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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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형부.”지현우의 모습에 깜짝 놀란 서유는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때, 키가 크고 늘씬한 남자가 그녀보다 한발 빠르게 반응했다. 그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 단번에 지현우의 손에 있던 총을 빼앗았다.남자의 손에 떨어진 총이 그 위에서 한 바퀴 돌더니 총구가 다시 지현우에게로 향했다. “내 여자를 괴롭히고 이리 쉽게 죽음으로 사죄하다니. 이건 경우가 아니지.”싸늘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이승하가 차갑게 한마디 내뱉고는 총구를 아래로 내려 지현우의 허벅지 쪽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불구가 되든지 감옥에 가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해요.”총을 빼앗긴 지현우는 한 손으로 바를 집고 서서는 무심하게 이승하를 쳐다보았다.“내가 죽기를 원하지 않는 겁니까?”이승하의 단호한 성격이라면 그의 여자를 괴롭히고 다치게 한 이상 분명 그를 죽이려 했을 것이다.근데 생을 마감하려 했던 그의 손에서 이승하가 총을 빼앗았다는 건 그가 죽기를 원치 않다는 뜻이다. “왜죠?”무뚝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이승하는 전혀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난 당신이 죽기보다 더 고통스럽게 살기를 바랍니다.”차가운 그의 눈빛을 쳐다보며 지현우는 피식 웃었다. 지현우는 다시 술병을 들어 잔에 술을 따른 뒤 한 모금 살짝 마시고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지난 몇 년 동안 난 죽기보다 더 못한 삶을 살았습니다.”낮은 그의 목소리는 이승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했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럼 남은 생은 속죄하면서 살아요.”이승하는 그의 허벅지에 총을 겨누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는 찰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우리 삼촌 괴롭히지 말아요.”연이는 조지의 몸에서 허우적거리며 내려오더니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현우의 앞으로 달려와서는 짧은 팔을 활짝 펴고 그의 앞을 막아섰다. “잘생긴 아저씨, 왜 우리 삼촌한테 총을 대고 있어요?”연이는 통통하고 작은 얼굴을 들고는 포도알같이 까만 눈을 깜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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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서유는 놀라서 제대로 울지도 못하는 연이를 안아 올려 조심스럽게 조지에게 맡긴 뒤, 다시 두 사람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총을 내려놓지 않은 이승하를 잠시 바라보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승하 씨, 지현우 씨랑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어요.”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그는 서유가 지현우와 말을 섞는 것이 내키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뜻대로 천천히 총을 내려놓았다.그녀가 지현우에게 다가가려던 찰나, 이승하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여기서 얘기해.”서유는 이승하를 한번 쳐다보고는 바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술을 마시고 있는 지현우를 쳐다보았다.“형부, 아까 형부가 본 게 전부 사실이라고 했었죠? 근데 그 생각 안 해봤어요? 언니는 당신을 10년 동안 사랑했어요. 그런 언니가 쉽게 당신을 배신할 리가 없잖아요. 분명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한 번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녀는 조지의 품에 안긴 채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는 연이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난 연이가 당신과 언니의 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지현우는 술잔을 꽉 쥐며 차갑게 웃었다.“유전자 검사 결과 친자관계가 아니었어요.”그 역시 의심해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 검사는 조지가 직접 한 검사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가 틀릴 리가 없지 않겠는가? 유전자 검사를 이미 했다는 말을 듣고 서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고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연이가 당신과 언니를 닮은 것 같지 않아요?”그 말에 몸이 굳어진 지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연이를 쳐다보았다.닮았다고?닮았다면 난 왜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전혀 믿지 않는 지현우는 술잔을 비우고는 서유를 향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언니의 명성을 회복시키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날 그 희생양으로는 생각하지 말아요.”말을 마친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팔을 벌리고는 이승하를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웃었다.“이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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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지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얼굴로 이승하를 비웃었다. “도대체 이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는 겁니까? 이 여자 때문에 지금 원수인 날 놓아주려 하는 건가요?”차가운 이승하의 얼굴에는 표정 하나 없었고 그가 복잡한 마음을 감춘 채 싸늘하게 지현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서유를 사랑하든 말든 그건 당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물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다만 한 여자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너그럽게 먹는다면 결국 나중에는 그 여자 때문에 당신이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이승하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지현우는 무심하게 한마디 툭 내뱉었다. 한발 또 한발 물러섰던 이승하는 그가 서유를 헐뜯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싸늘한 목소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가 내려놓았던 총을 번쩍 들어 지현우의 허벅지를 겨누고 빠른 속도로 방아쇠를 당겼다.바로 그때, 멀리 있던 연이가 위험을 감지하기라도 한 듯 갑자기 큰 소리로 울었다. “엄마도 없는데 현우 삼촌까지 없으면 안 돼요. 우리 삼촌 죽이지 말아요.”아이의 나른한 목소리에 지현우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고 뜻밖에도 이승하가 방아쇠를 당기자 그가 무의식적으로 총을 피했다.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총알은 지현우의 다리 옆을 스쳐 지나가더니 곧장 그의 뒤편에 있는 유리창을 뚫고 지나갔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엄청난 소리에 놀란 연이는 크게 울음을 터뜨렸고 울부짖는 아이의 소리에 지현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포동포동하고 작은 얼굴에 수정같이 맑은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아이가 조지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었던 지현우의 마음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꼬맹이가 참 이상했다. 아무리 못되게 굴고 욕하고 때려도 여전히 그의 곁으로 다가왔고 그의 옆에 찰싹 붙어있었다. 오늘은 위험에 처한 그를 보호하려고 했고 그 때문에 목 놓아 울고 있다. 두 사람은 전혀 아무 사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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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한참을 쳐다보던 그는 쓸쓸한 시선을 거두고는 조지에게서 내려와 자신의 허벅지를 감싸 안는 어린 소녀를 바라보았다. 어린 소녀의 코 밑에는 긴 콧물 거품이 줄줄 매달려 있었는데 훌쩍거리는 사이에 콧물이 점점 더 길어졌다. 지현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휴지로 닦아주려는 찰나 아이가 그의 바지를 잡아당기며 바지에 코를 닦았다. 그 모습에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발을 들어 그녀를 뿌리치려고 했다. 아이는 그의 신발 위에 털썩 주저앉아 그의 허벅지를 꼭 껴안고 그한테 매달려서는 한사코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삼촌, 우리 그네 타요.”그는 눈을 흘기며 다정한 눈빛으로 연이를 쳐다보고 있는 조지를 쳐다보았다.“얘 빨리 데리고 가요.” 그러나 조지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람들 불러서 방 정리해야 해요. 연이는 당신한테 맡길게요.”말을 마친 조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별장을 나와 차에 오르는 서유를 급히 불렀다.“서유 씨.” 고개를 돌린 그녀는 조지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자신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는 이승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조금만 기다려줄래요?”오늘 밤, 김씨의 일 처리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가장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평 없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트렁크로 돌아가는 그를 보며 그녀는 그가 차에 타려고 하는 줄 알았다. 근데 그가 우산을 들고 다시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커다란 검은 우산을 씌워주고는 눈보라를 막아주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 서유는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얇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마치 하느님이 조각해 놓은 조각상처럼 그녀 곁에 서 있었다. 눈처럼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 배어있으면서도 한 여인을 위해 우산을 들고 서 있다. 그 모습에 조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이내 예의 바르게 입을 열었다. “서유 씨, 이 대표님과 다시 재결합한 걸 축하드려요. 행복하길 바랄게요.”그의 축복에 서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 선생님.”조지가 더 이상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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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주먹을 불끈 쥐고 있던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그럼 언니가 정말 현우 씨를 배신했다는 말인가요?”그 점에 대해서는 조지도 잘 알지 못하였고 그는 그저 솔직하게 대답했다.“몇 년 동안 제가 Y국에 없어서 초희와 현우 씨가 왜 사이가 틀어졌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구체적인 일은 아마 당사자인 현우 씨가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않더라고요.”그때 그 일은 지현우의 마음에서 가장 아픈 일이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는 결코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을 것이다. 서유는 알겠다는 듯이 조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마음속에 묻어둔 비밀을 서유에게 모두 털어놓고 나니 조지는 한결 마음이 후련해졌다. “서유 씨, 그가 찾아낸 진실이 예전과 똑같고 그로 인해 그가 자극을 받는다면 언니를 봐서라도 서유 씨가 그를 좀 도와줘요.”“제가 뭘 어떻게...”조지의 뜻을 알 수 없었던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한편, 시선이 그녀의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닿자 조지는 벌어진 입술을 꾹 닫아버렸다. 그는 착잡한 표정을 거두고 서유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죠.”말을 마친 그는 이승하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소복이 쌓은 눈을 밟으며 별장으로 들어갔다. 짙은 속눈썹을 올리고 조지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이승하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조지가 한 말 그리고 지현우가 자살하기 전 다하지 못했던 말이 그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지현우는 자신이 김초희와 서유를 구분하는지 못하는지에 대해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어쩌면 그는 이미 답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남들은 모르고 있을 뿐. 검은 우산을 들고 있던 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언니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서유를 쳐다았고 차가웠던 그의 눈빛에 갑자기 강한 소유욕이 가득 차올랐다. 지현우의 답이 뭔지는 상관없다. 서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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