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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정가혜는 차 문에 기대 조금 힘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연석은 냉랭한 얼굴로 외투를 직접 그녀의 몸에 둘러주고는 두 손을 차 위에 올려놓고 그녀를 제 품 안에 가뒀다. 그러고는 조금 허리를 숙여 정가혜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결혼으로 당신을 내 옆에 묶어둬야 다른 남자한테 눈 돌리지 않을 건가요?”

이연석은 오후에 금방 남자를 만나고 나서 저녁에 또다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 때문에 지금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

정가혜는 결혼이라는 단어에 흠칫했다가 그의 뒷말에 다시 평정심을 되찾았다.

“잘 들어요. 난 이연석 씨 당신과 결혼할 생각 없어요. 내가 다른 남자한테 눈을 돌리든 말든 연석 씨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난 당신의 여자친구가 아니니까요.”

정가혜는 말을 마치고 이연석을 밀쳐낸 뒤 다시 차 문을 열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문을 열기도 전에 이연석이 그녀를 뒤에서 꽉 끌어안았다.

이연석은 유전 때문인지 꽤 큰 키를 가지고 있어 그녀를 안고도 앞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는 고개를 한껏 숙여 얼굴을 그녀의 목 언저리에 비비적거렸다.

“가혜 씨와 헤어진 뒤로 자꾸 당신을 찾아가고 싶고 당신 얼굴이 보고 싶어요.”

이연석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또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가혜 씨가 좋아졌나 봐요, 내가.”

정가혜는 그 말에 잠깐 굳어지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

“또 술 마셨어요?”

그는 술을 마시고 나서 매번 이런 식으로 그녀를 달래며 재결합하자는 뜻을 보이고는 했다.

“아니요.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어요.”

이연석이 고개를 저었다.

정가혜는 고개를 앞으로 돌려 가로등 아래 휘날리는 눈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시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이연석 씨가 이제껏 만난 여자들은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 울고불고하며 당신한테 매달렸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어요. 연석 씨는 그런 나한테서 조금의 특별함을 느꼈을 뿐이에요.”

그녀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무언가를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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