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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곰곰이 생각한 뒤, 다시 고개를 들어 눈앞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을 언제 사랑하게 됐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이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말에 난 머리를 길렀고 위가 안 좋은 당신을 위해 담백한 죽 한 그릇이라도 끓여주고 싶었죠.”

“매번 당신이 날 데리러 올 때면 난 너무 기뻤어요. 화가 난 채로 떠나는 당신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고요. 당신의 눈빛 하나, 몸짓 하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그녀가 하는 말을 들으며 그의 눈에는 애틋함이 더욱 짙어졌다.

도대체 언제 사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한 시간이 많을수록 점점 정이 들었다고만 했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것 같다. 아마 그 마음은 그녀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이제는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늦은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서로 어긋났던 시간들이 아까웠다. 서로 사랑을 해도 부족할 시간이었을 텐데.

이승하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있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썹을 어루만졌다.

“더 이상 당신 다치게 안 해.”

그녀는 웃음을 머금고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에는 아직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었고 식당에는 사랑하는 남녀가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했다.

한편, 지현우의 위치를 알아낸 택이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지현우는 이미 귀국했고 현재는 그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화를 받은 이승하는 품에 안겨 달콤한 잠을 자고 있는 서유를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잠에서 깨기라도 할까 봐 그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녀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 이불을 젖힌 뒤 침대에서 내려왔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목소리에 차가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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