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Chapter 51 - Chapter 60
108 Chapters
제51화
여희영은 깜짝 놀랐다. 놀라움 뒤에 남은 건 분노와 실망뿐이었다.이때 이현이 병실에서 나왔다. 고개를 든 이현이 지유와 함께 있는 여희영을 보며 공손하게 불렀다.“고모.”“그렇게 부르지 마.”화가 치밀어오른 여희영은 이현을 나무라기 시작했다.“내가 고모긴 하니? 지유와 이혼한다며? 이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할아버지 당부 잊었어? 지유 잘 보살펴주라고 했는데 이따위로 보살피는 거야? 여이현. 너 자라는 거 옆에서 쭉 지켜봤지만 이렇게 책임감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 이혼? 침대에 누워서 별의별 생쇼는 다하는 세컨드 년 때문에 부부간의 연을 끊겠다고?”“어머,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해야죠. 세컨드 년이 뭐예요? 그리고 책임감 소리는 왜 하시는 거예요? 이게 책임감이랑 무슨 상관있다고?”여진숙은 거북하게 들리는 여희영의 말에 처음으로 앞에 나서서 반박했다.“현이가 이혼하든 말든 알아서 할 일이지 아가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어른이랍시고 우리 아들 자꾸 혼내시는데 보기 안 좋아요.”지유는 자신이 한 말로 여희영과 여진숙이 다투게 될 줄은 몰랐다. 하여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얼른 여희영을 뜯어말렸다.이 일이 아니어도 여진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희영이 하찮다는 듯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내 조카랑 얘기하고 있는데 왜 끼어들죠? 올케, 지금 나랑 말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요?”“아가씨, 이렇게 나온다 이거죠?”여진숙이 이렇게 말했다.여희영은 늘 여진숙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여진숙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둘은 마주칠 때마다 대화가 별로 없었고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었다.여희영은 늘 여진숙을 무시했기에 말을 가려 하는 법이 없었다. 여희영은 여진숙을 향해 다가가더니 오만하게 여진숙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이렇게 말했다.“내가 할 소리예요. 엄마가 돼서 현이한테 잘해준 게 뭐에요? 내가 일일이 다 말할 필요 없죠? 여기서 제일 말할 자격 없는 사람이 올케예요. 내가 조카를 어떻게 혼내든 올케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Read more
제52화
지유도 자책하고 있었다. 오래 참았는데 왜 갑자기 충동적으로 행동한 걸까? 그러지만 않았다면 여희영이 아는 일도 없었을 텐데.“미안해요.”지유는 이현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거둘 수 없었다.이현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지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많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러다 끝내 입을 열었다.“그렇게 이혼하고 싶어?”지유도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이현과 이혼하고 싶은 걸까?사실 지유가 원하는 건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게 더 컸다. 더는 막연하고 희망이 없는 것에 갇혀 있기 싫었다.지유가 아무 대답이 없자 이현이 다시 물었다.“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힘들어?”이 말에 지유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곧 흘러넘칠 것 같았다. 이현이 오히려 온화하게 말하자 지유는 밀려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힘들다기보다는 그가 승아와 꽁냥거리는 걸 더는 보기 싫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중요하지 않다.“조금?”지유는 감정을 들키기 싫어 고개를 숙였다.이현은 생각했다. 비록 결혼한 지 3년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그의 곁에 계속 남아있는 건 그 계약서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우석이라는 남자다.우석이라는 남자를 위해 3년간 아무 요구도 꺼낸 적 없었고 그 남자를 위해 한결같이 몸을 지켰다.이렇게 생각한 이현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이 돌에 짓눌린 듯 너무 불편했다.그녀를 놓아줘야 할까?이현이 움켜쥐었던 주먹을 풀더니 덤덤하게 말했다.“계약 기간 3년이 차면 그때 이혼하자.”지유는 하마터면 울음을 참지 못하고 울먹일 뻔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지유는 그렇게 서러움을 겨우 눌렀다.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억지로 눈물을 삼켰다. 지금 이 순간 체면을 잃기는 싫어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그래요.”지유의 어여쁜 얼굴을 본 순간 이현은 그제야 그녀가 진심으로 웃는다고 생각했다.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녀는 조금도
Read more
제53화
이를 본 윤정이 술을 받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온 비서님은 술 안 마십니다. 제가 대신 마실게요.”하지만 그 대표는 별로 탐탁지 않은 듯한 눈빛이었다.“이러면 재미없는데.”윤정은 난감해졌다. 사회 초년생이라 일 처리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고 혹시나 실수해 일을 그르칠까 봐 무서워했다.“온 비서님, 본인이 마셔야 할 술을 부하한테 미루는 건 아니지 않나요?”지유와 윤정은 다 여자였기에 이 대표는 점점 더 눈에 보이는 게 없었고 말투도 매우 거칠었다.“여 대표님을 대신해서 왔다면서요. 여 대표님도 이 자리에 나오면 술을 마다하지 않는데 온 비서님은 더더욱 안되죠. 왔으면 하나가 돼야지. 그래야 재밌지.”“자, 내가 한 잔 쭈욱 따를 테니 마음 놓고 마셔봐요.”다른 대표들도 맞장구를 쳤다.“온 비서님, 좋은 말로 할 때 마셔요. 이 대표님이 마시라면 마셔야지, 핑계 찾지 말고.”“흐름 깨지 마요. 여 대표님이 이러는 거 알면 엄청 혼낼걸?”지유는 이런 장소가 싫었다. 이현이 술을 마신다고 해도 핍박에 의해서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리를 굽신거려도 모자랄 판에 이현이 싫어할 짓을 할 리가 없었다. 결국엔 지유가 여자라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이다.지유는 업무를 하면서 불공평한 상황을 많이 참아왔지만 이런 모욕을 참기는 싫었다.이 대표는 와인잔을 지유의 입가에 갖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온 비서님, 마셔요.”윤정은 그들이 지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온 비서님.”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이 대표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제가 말했을 텐데요. 술 안 마신다고.”이 대표는 표정이 변하더니 와인잔을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놓았다. 힘을 너무 세게 줘서 그런지 와인잔이 깨졌고 빨간 와인이 테이블을 적시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윤정이 화들짝 놀랐다.“온 비서님, 왜 이렇게 주제를 모르실까? 우리 앞에서 도도한 척이라도 하는 거예요?”알코올의 작용하에 이 대표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발악했다.“여 대표님이 얼마나
Read more
제54화
그의 손놀림에 지유는 너무 역겨워 더는 견딜 수가 없어 그를 밀쳐냈다.“대표님, 예의 갖추시죠.”“예의는 무슨. 당신은 그냥 여 대표 노리개일 뿐이야. 침대에 얼마나 기어올랐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술 마실 기회를 주는 것도 당신 체면 살려준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마셔.”이 대표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유가 여러 번 거절하자 실성한 듯 다가가 지유를 끌어안았다.“여 대표가 주는 거 나도 줄 수 있어. 내가 별장 하나 줄까?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내 애인 하는 거야. 여 대표를 따라다니는 것보다 더 좋은 조건 아닌가…”“이거 놔요!”인내심이 바닥난 지유는 힘껏 이 대표의 귀싸대기를 갈겼다.“내 몸에 손대지 마요.”귀뺨을 맞은 이 대표는 두 눈이 빨개서는 지유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빌어먹을 년. 감히 나를 때려? 내가 오늘 너 죽이고 만다.”윤정은 너무 무서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유도 그런 윤정이 다칠까봐 걱정이었다.마침 윤정은 문과 가까운 위치에 서 있었기에 지유는 일단 윤정을 밀어내며 이렇게 말했다.“여기는 위험해요. 얼른 가요.”윤정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그럼 온 비서님은 어쩌고요?”지유도 무서워서 손이 떨렸지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나가야 했다.“나가서 누구든 불러와요. 내 말 들어요. 얼른!”무서움이 많은 윤정이었지만 지유 말은 참 잘 들었다.“가? 가긴 어디를 가? 빌어먹을 년.”이 대표가 미친 듯이 달려오더니 지유의 머리채를 잡았다. 곱게 얹은 지유의 머리가 순간 헝클어졌다. 두피가 지끈거리는데 반응할 새도 없이 싸대기가 날라왔다.싸대기를 정면으로 맞은 지유는 얼굴이 너무 화끈거렸고 방향을 잘 분간할 수 없었다.그렇게 잠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이 대표가 남산만 한 배로 지유의 허리를 누르고 있었다. 초밀착 상태라 이 대표의 입에서 나는 더러운 술 냄새까지 풍겨왔다.너무 역겨워 토하고 싶었지만 이 대표가 두려웠다. 지유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는 발버둥 쳤다.“이거 놔요. 내 털
Read more
제55화
이현은 마치 지유를 품속에 녹여버릴 듯이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더는 상처받지 않게 말이다.그는 턱을 그녀의 머리에 올려놓고 깊이 자책했다.“괜찮아, 지유야, 이제 괜찮아. 내가 왔으니 괜찮아.”지유는 이현의 품에 기댄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치를 떨었다.“왜 이제야 온 거예요? 하마터면, 정말 하마터면 당신 못 보게 될 수도 있었다고요.”이현이 핏기를 잃고 창백해진 지유의 입술을 보더니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 차올랐지만 지유를 인내심 있게 다독이며 안전감을 주려고 노력했다.“미안해. 내가 늦었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 다시는 너 혼자 두지 않을게.”지유가 걱정돼서 나와봤는데 그래도 늦은 것이다.지유는 멘탈이 완전 나가서는 흐느꼈다. 그 속에는 그녀의 불안과 두려움과 그에 대한 원망이 들어 있었다.지유는 솜방망이 같은 주먹으로 이현의 가슴을 두드렸다.“아니에요. 당신은 나 버릴 거예요. 언젠가는 나 버릴 거예요. 전에도 그랬잖아요. 지금도 그렇고.”지금까지 지유는 수도 없이 버림을 받았다.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그렇게 버려질 때마다 남은 건 실망뿐이었다.이현은 지유를 품에 꼭 끌어안더니 슈트로 그녀를 꽁꽁 감쌌다.“앞으로 절대 그럴 일 없어. 한 번만 믿어줘. 지유야, 앞으로 너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할게.”지유는 소리 없이 흐느꼈고 이현의 가슴을 두드리던 손도 힘없이 옆으로 축 늘어졌다. 아직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지 지유는 이현의 품에 안겨 사시나무 떨듯 떨기만 했다. 될 수만 있다면 영원히 단단한 이현의 품에 숨어있고 싶었다. 이현은 인내심 있게 그녀를 다독이며 이마를 천천히 쓰다듬었다.지유의 정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몸에서 전해지는 떨림도 살짝 약해지자 이현은 허리를 숙여 지유를 소파에 올려주고 데려온 사람에게 보살피라고 했다.이현은 느긋하게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바닥에 누워 비몽사몽한 이 대표를 쏘아봤다.물 한 바가지가 이 대표의 얼굴에 쏟아졌다.꿈에서 깬 이
Read more
제56화
이현이 나가고 나서도 안에서는 처참한 비명이 끊임없이 들려왔다.지유는 길고 긴 꿈을 꿨다. 꿈에서 어떤 악마가 그녀를 쫓아오고 있었다.달리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그로 인한 거대한 공포에 숨이 턱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지유는 울먹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를 본 이현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지유는 지금 고열을 앓고 있었다.윤정은 옆에서 계속 울기만 했다.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러 나가는데 문 앞에서 마침 이현을 만나게 되었다. 다행히 이현이 제때 도착해 지유를 구해줬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윤정은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온 비서님 잘 못 챙겼어요. 온 비서님 지금 열나고 있으니 병원에 데려갈까요?”이현은 지금 차가운 얼음처럼 전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아니에요. 배 비서, 온 비서 집으로 가요.”이현은 이렇게 말하며 지유를 안고 차에 올랐다.윤정은 아직도 자책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그만 울어요. 어서 집에 돌아가요. 대표님이 있으니 온 비서님 괜찮을 거예요.”진호가 이렇게 타일렀다.윤정은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며 흐느꼈다.“온 비서님 이렇게 되니까 대표님 마치 딴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렇게 살기등등한 모습은 처음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진호는 말해줄 수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진호도 이를 이상하게 여겼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진호는 윤정에게 당부했다.“지금은 상황이 정리됐잖아요. 그래도 앞으로 조심해야 해요. 온 비서님 대표님께 특별한 존재예요.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요.”윤정은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두운 침실, 지유가 꿈속에서 놀라 깨어났다.“안돼!”잠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아직 시야가 또렷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 자기를 만지는 걸 강력하게 거부했다.“이거 놔!”“나야, 지유야.”이
Read more
제57화
욕실 문을 열자 지유가 욕조에 앉은 채 온 힘을 다해 몸을 벅벅 문질렀다. 혹시나 이현이 들을까 봐 그러는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지유야, 그만해!”이현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있는 손을 낚아챘다.지유는 눈시울이 빨개서는 이현의 손을 뿌리치며 발버둥 쳤다.“건드리지 마요. 나 더러워요…”“너 안 더러워.”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지유의 몸을 끌어안으며 더는 상처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너 아주 향긋해.”지유의 머릿속엔 온통 이 대표의 배에 단단히 눌려있는 장면이 떠올라 속이 메슥거렸다. 이현이 살짝 건드려도 지유는 자기가 더럽다고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위로하지 마요. 나 더러워진 거 맞아요. 내가 생각해도 역겨워요.”지유는 이미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마구 비벼댔다.“온지유.”이현이 어떻게 부르든 지유는 들리지 않았다. 몸 곳곳을 벅벅 문지르며 계속 중얼거렸다.“나 더럽혀졌어. 씻어야 해.”“나…”지유가 같은 말을 반복하려다 멈췄다. 떨리는 입술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촉촉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이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키스한 것이다.“지유야, 너 안 더러워. 깨끗해. 더러운 건 다른 사람이야.”이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를 어둠에서 끌어냈다.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행동도 바로 보였다.이현의 입술은 지유가 벅벅 긁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자리에 놓였고 이 대표가 만졌던 곳에 놓였다. 그는 마치 보물을 대하듯 부드럽게 그녀의 몸 곳곳에 키스하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여기도 내가 소독했어. 여기도. 그리고 앞으로 절대 너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야.”이현은 아까 있었던 일로 지유를 역겨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처에 키스하는 것으로 모든 흔적을 지워주려 했다.지유의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발버둥 치던 것도 멈추었다. 힘을 주며 버티던 손도 스르르 풀렸고 흐느끼는 말투로 이현을 불렀다.“이현 씨.”“응?”이현이 고개를 들어
Read more
제58화
지유는 이현의 목을 휘감으며 이렇게 말했다.“옆에 있어 줘요.”“여기 있을게. 아무 데도 안 가.”이현이 지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몸이 빨갛게 달아올랐어. 잘 때 얌전하게 자야 상처가 덧나지 않는 거 알지?”지유는 그제야 승아가 왜 이현에게만 늘 그렇게 약하게 굴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픈 손가락에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니까.살짝만 약하게 나가도 이현은 정말 너무 부드러워졌다.“네.”지유는 아쉬움을 감추며 두 손을 풀었다.이현은 지유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침대 가에 앉았다.“추워?”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춥지는 않아요.”“너 약간 미열이 있어.”이현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젖은 수건 좀 가져올게.”“고마워요, 남편이 제일이네.”지유는 제일 진실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이현이 웃으며 지유의 코를 꼬집었다. 지유도 피하지 않고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잠깐이지만 이런 모습을 마음속에 영원히 새기고 싶었다.하지만 이현이 이렇게 말했다.“지유 님, 사람은 함부로 믿는 게 아니에요.”이현이 수건으로 얼음을 감싸더니 지유의 이마에 놓아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없을 때 누가 잘해준다고 바로 따라가면 안 돼.”이를 들은 지유는 찡해 나는 코끝에 입을 앙다물고 억지로 웃으며 강한 척했다.“그럴 리가요.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쉽게 안 속아요.”“내 생각엔 잘 넘어갈 것 같은데, 그 우석이라는 남자한테 홀라당 반한 거 아니야?”이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지유가 멈칫하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이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그 남자 어떤 사람인지 물어본 적도 없네. 어떤 남자길래 지금까지 잊지 못하는 거야?”지유가 시선을 돌리며 먹먹한 목소리로 말했다.“이현 씨랑 닮았어요. 근데 더 부드럽죠.”이현은 물어본 게 살짝 후회될 정도였다. 기분이 이상했다. 우석이라는 남자보다 못하다는 소리로 들렸다.“얼른 자.”이현은 더 물어보기 싫었다. 지유도 사실 이 얘기를 꺼내는 게 싫었다.제
Read more
제59화
윤정이 이렇게 말했다.“아니에요. 찾을 새가 없었어요. 나가자마자 마침 식당으로 부랴부랴 건너오는 대표님을 만났어요. 온 비서님, 대표님 혹시 점쟁이 아니에요? 온 비서님을 진짜 많이 걱정하는 것 같더라고요.”윤정은 아직도 그날 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온 비서님은 아마 모를 거예요. 대표님이 도착했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니까요. 이 대표님을 아예 아작낼 듯한 기세였어요. 그리고 몇몇 선동자까지 같이 처단했고요. 대표님은 많이 화났는지 온 비서님을 품에 안고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했어요.”윤정의 말에 지유가 멈칫하더니 옆에 놓인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온 비서님, 대표님이 원래 부하를 이렇게 아끼나요?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요. 만약 다친 사람이 나라도 그렇게 신경 쓰셨을까요?”윤정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을 데굴데굴 굴리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아무리 대표님 곁을 오래 지켰다 해도 이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잖아요. 온 비서님, 대표님 혹시 온 비서님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켁켁켁…”물을 한 모금 마시는데 윤정이 이렇게 말하자 바로 사레가 걸렸다.윤정이 지유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온 비서님, 왜 물 마시는데도 사레가 걸리는 거예요?”켕기는 게 있는 지유는 얼른 부정했다.“아니에요. 대표님이 어떻게 저를!”윤정이 의아해하며 계속 토론을 이어갔다.“다른 사람들은 대표님이 노승아 씨를 좋아한다 그러던데요. 그 가수 있잖아요. 노승아 씨 웃는 거 보려고 돈을 억 단위로 쏟아붓는대요. 노승아 씨 대표님 첫사랑이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 대표님과 사귀겠죠?”“온 비서님이 더 잘 알고 아니에요?”윤정은 지유가 몇 년간 이현의 곁을 지키면서 수행 비서로 있었으니 개인적인 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지유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아니다, 아니다.”윤정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이게 만약 진짜라면 증거가 안 나올 리
Read more
제60화
“에이, 다들 몰라도 너무 모른다. 온 비서님이 신분 상승을 위해서 일부러 꼬신거라던데요? 대표님 비서까지는 올라갔지만 대표님 와이프 자리는 넘볼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봤겠죠. 예쁜 얼굴을 무기 삼아 이 대표님 애인이라도 해볼까 했는데 그것도 안 될 것 같으니까 이 대표님이 성폭행했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기까지 하고. 이 대표님 지금 너무 불쌍하더라고요. 감옥살이 해야 된다던데?”“평소에 온 비서님 얼마나 서글서글해요. 근데 뒤에서는 이렇게 약삭빠른 줄 몰랐네요. 그러니까 대표님 옆에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거죠. 얼마나 더러운 수단을 썼을까요?”“흥, 온 비서님 대단한 거 이제 알았어요? 전 진작에 알아봤는데. 막말해서 우리 회사에 온 비서님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 온 비서님이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그게 다 얼굴 믿고 저러는 거 아니겠어요? 그 여우 같은 얼굴로 대표님 꼬드긴 거예요. 그러다 제대로 걸린 거죠. 똑같은 방법으로 이 대표님 꼬시려다가 성폭행이나 당하고…”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유가 화장실 문을 걷어차고 나와 그들 뒤에 자리하고 섰다.화장을 고치던 여사원들은 지유를 보고 너무 놀라 립스틱까지 삐뚤게 그렸다.“온, 온 비서님…”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만 있던 몇몇 여사원이 공손하게 지유를 불렀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퍼트린 그 사원은 머리를 빳빳이 든 채 지유를 힐끔 쳐다보고는 불만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진예림의 부하 고세리였다.집안 관계로 여진그룹에 들어온 고세리는 갓 사회에 나온 애송이였다.바닥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온 진예림은 당연히 뭐가 더 수지가 맞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고세리에게 꽤 잘해줬다.지유의 얼굴에는 별로 표정이 없었다. 고세리를 욕하지도 않고 그저 옆에서 손만 열심히 씻었다.그들은 지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불안했다. 하지만 유독 고세리만 지유가 겁먹었다고 생각하고는 앞으로 팔짱을 낀 채 우쭐거렸다.“어떤 사람은 참 낯짝이 두껍다니까요. 그러게 소문이 나는
Read more
PREV
1
...
45678
...
1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