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2화

강하리는 잠시 침묵했다.

“퇴근하고 갈게요.”

구승훈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데리러 갈게.”

“아니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강하리는 단호하게 전화를 끊었다.

구승훈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다가 다소 무력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주방에서 국을 끓이고 있는 가정부를 바라보았다.

“해장국은 됐으니까 가서 장 좀 봐오세요.”

가정부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대표님, 집에 식재료 아직 있는데요.”

구승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며 느긋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장 다 보고 나면 오늘은 그만 퇴근하세요.”

당황한 가정부는 이윽고 그의 말뜻을 이해하고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하리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달콤한 것 빼고, 물고기나 새우 이런 거 좋아해요?”

가정부는 조금 당황했다. 이곳에 온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강하리를 위해 요리를 해준 적은 몇 번 되지 않았다.

강하리가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다.

“대표님께서 오랫동안 같이 살았으니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이 말을 들은 구승훈은 눈빛이 어두워졌고 왠지 모르게 기분이 불쾌했다.

가정부는 다른 뜻은 없었고, 그저 구승훈이 자신보다 더 잘 알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조롱처럼 들렸다.

아직 술기운이 남아 있었던 구승훈이 잔뜩 굳은 표정을 하고 있자 더 무서워 보였다.

구승훈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가정부는 서둘러 말했다.

“일단 장부터 보고 올게요. 언제 한번 아가씨에게 새우만두를 해준 적이 있는데 몇 개나 드신 걸 봐서 꽤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돌아와서 만두 찔게요.”

가정부는 말을 마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구승훈은 온몸에 냉기가 감도는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강하리는 오후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 퇴근할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정주현은 서류 챙겨 들고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

“만나야 할 사람이 두 명 있는데 오늘 저녁은 클라이언트와 먹을까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