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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가뜩이나 화가 나 있던 이태석은 이승하의 말을 듣고 평소에 자신이 지켜주었던 동생들이 자신에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고개를 들고 자신이 돌봤던 동생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고 문득 낯선 느낌이 들었다.

다들 각자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점점 사이가 소홀해졌다.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던 이들은 일이 생기거나 프로젝트를 따낼 때만이 그를 찾아오곤 했었다.

아무리 그들에게 잘해줘도 그들한테 이태석은 그저 이용 가치가 있는 큰 형님, 큰 오빠일 뿐이었다.

깊이 반성하던 이태석은 아무 말이 없었고 모든 상황을 이승하에게 맡기기로 했다.

남자가 긴 손가락을 들어 명을 내리려고 할 때, 사람들 중 누군가가 이지민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안하다. 아까는 내가 말이 너무 과격했어. 마음에 두지 말거라.”

항상 거만하고 오만하던 어른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것을 보고 이지민은 깜짝 놀랐다.

다행히 어릴 때부터 자신의 기분을 쉽게 들어내지 말라는 교육을 받아왔던 터라 그녀는 차분하고도 태연하게 그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과 받아들이겠어요. 하지만 제가 낙태를 했다고 함부로 소문 퍼뜨리지 마세요. 몸이 아파서 산부인과에 검사를 받으러 간 것뿐이니까요.”

그녀는 여세를 몰아 낙태 사건에 대해 해명했지만 단이수와 사귀었던 일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지난날 사람을 잘못 사귄 건 사실이니 마땅히 질책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앞장서서 먼저 사과를 하니 다른 사람들도 잇따라 사과를 했다. 가문에서 쫓겨나는 거에 비하면 사과 따위는 별문제 아니었다.

아무리 이 집안의 권력자가 이승하라고 해도 친척들을 다 쫓아낼 권리는 없었다. 그러나 이태석한테는 그럴 권리가 있었다.

이태석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 것이었다.

누구의 미움을 사더라도 뒤에서 그들을 지켜주었던 형님에게 미움을 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앞으로 정말 JS 그룹에서 이 집안에서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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