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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서유는 천천히 몸을 돌려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는 오만한 연지유를 바라보았다.

화려한 그녀는 보잘것없는 서유를 들판의 잡초처럼 만들었다.

서유는 단 한 번도 억울한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 갑자기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승리자의 발밑에 깔린 것 같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아무런 배경도 권력도 없는 그저 무능하고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협박당하고 짓밟힘과 괴롭힘을 당했다.

그녀는 운명에 맞서 싸우는 걸 포기하고 힘없이 물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해야 사직서를 처리해 주실 거죠?”

그 당시 4천만 원을 빌렸으니 6배인 2억 4천만 원의 위약금을 내야 했다. 그녀에게는 그렇게 큰돈이 없었기에 그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연지유는 이제야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서유를 보고 더 오만해진 태도로 말했다.

“간단해요. 김 대표님을 잘 케어하는 거예요. 김 대표님이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면 서유 씨 사직서 처리해 줄게요.”

사직서를 처리해 주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녀에게 김시후를 케어하라니?

서유는 이런 지시가 너무 내키지 않았다.

“김 대표님은 제가 케어해 주는 걸 원하시지 않을 겁니다.”

연지유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사진을 여러 번 봤는데 김 대표님이 서유 씨를 바라보는 눈빛이 꽤 재밌더라고요.”

서유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하자 연지유가 가차 없이 말을 잘랐다.

“서유 씨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

연지유는 이미 서유와 김시후를 긴밀한 사이라고 단정지은 것 같았다. 서유의 마지막 이용 가치까지 짜내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자본가의 진정한 면모였다.

서유는 더 이상 이야기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차갑게 한마디 뱉어냈다.

“그때 가서 꼭 약속을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연지유는 팔짱을 끼며 서유에게 안심하라는 눈짓을 했다.

“난 항상 약속을 지켜요.”

번지르르한 말뿐이었다.

서유는 연지유와 더 따지고 싶지 않아 다시 몸을 돌려 나갔다.

사무실에 돌아온 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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