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의 산악 지역.태양이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몇 명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서남의 유명한 성녀봉을 향해 굽이치는 산길을 걷고 있었다.성녀봉은 사방 100리 안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였다.웅장하고 높이 솟아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성녀봉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여자들은 다름 아닌 백화궁의 여자들이었다.선두에서 걷고 있는 여자가 바로 뛰어난 몸매를 자랑하는 잔혹한 나찰로 불리는 인해민이었다. 청록색 치마를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하얀 다리를 드러냈다.비록 산길은 울퉁불퉁했지만 대가 3품의 경지인 그녀에게는 평지를 밟는 것처럼 식은 죽 먹기였다.그녀들이 이번에 성녀봉으로 가게 된 이유는 백화궁의 궁주를 출관시키기 위해서였다.반년 전.백화궁의 궁주는 갑자기 장례복을 입고 폐관을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왜 폐관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그녀가 누구를 추모하는지도 아무도 몰랐다.유일하게 들은 소문은 바로 그녀가 이번 생에 가장 사랑했던 남자를 위해 장례복을 입었다는 것이다.하지만 궁주의 남자가 누군지 백화궁의 여자들은 역시 아무도 몰랐다.나중에 인해민의 입에서 비로소 그녀들이 존경하는 궁주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바로 천하제일의 왕일 뿐만 아니라 또한 화진의 9주 군신이라 불렸던 그 남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궁주가 천하제일의 왕을 위해서 폐관했다는 말을 듣자 그녀들은 비로소 깨달았다.그녀들의 궁주와 어울리는 남자가 있다면 무조건 구주왕 같은 전설적인 인물이어야 했다.연규비도 원래 전설 같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연규비에 관해서 떠도는 소문은 정말 너무 많았다.그녀를 화진의 제일 마녀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강호의 최강 여도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심지어 그녀가 기생집 출신이었으나 우연히 신비한 사람을 만나서 최고의 무술을 수련했다는 말도 있었다.아무튼 연규비에 대한 소문은 많고도 많았다.그녀는 과 에서 11위를 차지한 유일한 여자였다.또한 십국전쟁시기에 그녀는 국방부에 3년 동안 있었다.그 3년 동안 그
성녀봉 정상.구름과 안개가 둘러싸였고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안겨 왔다.정상 앞에는 백 미터가 넘는 폭포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인해민은 몸을 날려 날아오르자 갑자기 숲속에서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어느 놈이 감히 백화궁 금지구역에 침입했어!”차가운 소리와 함께 주변은 음산한 분위기로 변했다. 그리고 두 줄기의 강한 살의가 갑자기 숲속으로부터 확 나왔다.그러자 숲속에서 붉고 푸른 두 줄기의 빛이 튀어나왔다.“홍 할머니, 노 할머니, 저예요!”엄청 강한 기운의 두 사람이 나타나자 인해민은 다급히 입을 열었다.기괴한 붉은 도복과 녹색 도복을 입은 두 할머니가 인해민의 앞에 서 있었다. 그녀들은 얼핏 보기에 50대가 넘어 보였다.게다가 몸에서는 강자의 기운이 넘쳤다. 대충 보아도 모두 대가 경지가 되는 무인들이었다.“해민이구나.”붉은색 도복을 입고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한 홍 할머니가 인해민을 보고 담담하게 웃으며 다가왔다.노 할머니도 인해민을 알아보고 살의가 천천히 사라졌다.그녀들은 바로 백화궁에서 이름 날린 홍 할머니, 노 할머니, 남 할머니였다.듣는 소문에 의하면 이 세 할머니는 모두 대가 5품 경지가 되는 고수였다.게다가 세 할머니는 항상 연규비와 함께 다니면서 그녀의 시중을 드는 부하들이었다.세 할머니는 백화궁에서 지위가 아주 높았기에 이번에 연규비가 폐관할 때도 할머니 셋이 직접 연규비를 지켜주는 역할을 맡았다.지금 인해민의 눈앞에 나타난 두 할머니가 바로 세 할머니 중의 홍 할머니와 노 할머니였다.“해민아, 왜 여기로 온 거야? 궁주님께서 너 보고 백화궁을 잘 지키고 있으라고 하지 않았어?”노 할머니가 인해민에게 묻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노 할머니, 이번에 제가 이곳으로 온 게 바로 백화궁 때문이에요. 궁주님께서 하루빨리 출관하셔야 해요.”“출관이라고?”“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최근 설씨 가문 사람들이 갑자기 저희 백화궁에 쳐들어왔어요. 그래서 궁주님께 알리러 여기까지 왔어요.”인해민의 말을 들은
인해민이 그렇게 말하자 대가 경지의 홍 할머니와 노 할머니는 놀라서 멍해졌다.한참 지나서야 홍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서남을 떠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강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말도 안 돼.”“그러게 말이에요! 혼자서 군형 설씨 가문을 멸족했을 뿐만 아니라 태허 경지였던 그 늙은 변태 자식까지 죽였다니. 해민아, 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 사람의 경지는 최소 신급 강자가 아니야?”노 할머니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신급 강자!사람이 일단 신급 강자가 되면 전설급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말도 있었다.그래서 홍 할머니와 노 할머니가 그렇게 놀랐다.그러자 인해민이 말했다.“그의 실력은 솔직히 말해서 저도 전혀 추측할 수 없어요. 제 생각에 만약 제가 그와 싸운다면 아마 그의 공격 세 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니, 어쩌면 단 한 번에 제가 죽을 수도 있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두 할머니는 다시 한번 큰 충격을 받았다.백화궁의 사람으로서 두 할머니는 인해민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인해민이 이렇게 말하자 두 할머니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해민아, 실력이 대단한 그 자식 때문에 궁주님을 찾으러 온 거였어?”홍 할머니가 묻자 인해민은 고개를 끄덕이었다.“네!”“알았어. 우리를 따라와. 궁주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자.”“해민아, 따라와.”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갑자기 몸을 날려 밀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리고 인해민이 그 뒤를 따랐다.그녀들은 밀림을 지나 큰 동굴 앞에 도착했다.동굴 앞에는 파란 옷을 입은 할머니가 꼼짝도 하지 않고 바위처럼 앉아 있었다.그 할머니는 바로 백화궁의 세 할머니 중의 남 할머니였다.그녀들이 동굴 앞에 도착하자 앉아 있던 남 할머니가 마침내 천천히 눈을 떴다.“아이고. 해민이가 돌아왔구나.”키가 훤칠한 남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남 할머니, 그동안 잘 계셨어요?”인해민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드렸다.“그럼. 반년 만에 보니 몸매가 더 좋아
“궁주님, 용서해 주세요! 백화궁에 큰일이 생겨서 폐를 끼치게 됐네요.”인해민은 그녀가 화를 낼까 봐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검을 베일을 쓰고 있던 연규비는 담담하게 말했다.“말해봐. 무슨 일이야?”“궁주님, 군형 5대 가족 중의 설씨 가문 사람들이 어제 갑자기 백화궁으로 쳐들어왔어요.”인해민은 어제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다고? 군형 5대 가족 중의 설씨 가족?”“네! 궁주님.”“쳇. 이 오랑캐들이 감히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백화궁을 침범하다니!”연규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궁주님께서는 화를 내실 필요는 없어요. 그 망할 설씨 가문은 이미 멸족당했어요. 제가 오늘 이곳으로 온 이유는 오직 한 사람 때문이에요.”인해민이 다급히 말하자 연규비도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 설씨 가문이 멸족당했다고?”“네. 그것도 한 남자가 혼자 설씨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여버렸어요.”인해민은 요 며칠 윤구주에 관한 일들을 전부 연규비에게 알려주었다.그녀는 윤구주가 사람들 앞에서 설씨 가문의 장로와 도련님을 죽였다고 말했다.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설씨 가문을 멸족한 사실도 전부 알려주었다.서남에 이렇게 강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연규비는 마침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비록 그녀의 얼굴에는 검은 베일을 쓰고 있었지만 뛰어난 외모와 기질은 감출 수가 없었다.“혼자서 설씨 가문 사람들을 전부 죽인 데다가, 설씨 가문의 장로까지 다 죽였다고?”연규비의 목소리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네. 궁주님. 그 사람의 실력은 제가 보이게는 적어도 신급 강자 이상이에요. 그래서 제가 궁주님께 찾아온 거예요.”‘신급 강자?’그 말을 들은 연규비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현재 신급 강자는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물 텐데. 서남에 그 류씨 늙은 괴물 외에는 신급 강자가 거의 없어. 그 사람이 신급 강자인 게 확실해?”연규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경지는 너무 소름 끼칠 정도로 뛰어나요. 온몸에서
“만 장로님, 안으로 들어오십시오.”여씨 가문 구성원들은 만장로의 존귀한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그를 안으로 모셨다.커다란 염씨 문전 안에는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20여 명의 경비원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만 장로님, 여기서 잠시 쉬세요. 제가 우리 족장님을 모셔 오겠습니다. 한 여씨 가문 책임자가 말했다.“그래.”여씨 가문 구성원들이 떠난 후, 만장로 일행은 대전에 앉아 족장님이 오기를 기다렸다.“한해야, 류씨, 길씨, 전씨 가문 쪽은 소식이 없어?”만장로는 자리에 앉더니 옆에 있던 부하에게 물었다. 사실 설씨 가문이 멸족된 후, 만장로는 즉시 다른 군형 4대 가족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4대 가문 족장님을 초대하여 윤구주를 대항할 방법을 논의하려고 했다.“길씨, 전씨 가문과는 연락이 닿았습니다. 하지만 류씨 가문에서만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입니다.”“흥! 잘난 체하는 구류족들, 오만하게 자신의 실력이 최고라고 믿고 우리 네 종족을 멸시하다니. 정말 가증스럽기 짝이 없구나.”만장로가 엄하게 말했다.군형 5대 가문에서 류씨 가문 실력이 가장 강하다. 그리고 류씨 가문은 군형 구류족의 후예이다. 제일 오리지널한 혈통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5대 가문 중에서 제일 강했다. 심지어 신급 경지인 강자 한 명을 보유하고 있다.비록 만장로가 투덜거리는 척했지만 감히 정말 류씨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족장님 오셨습니다.”이때 갑자기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여씨 족장이 도착하자 홀에 앉아 있던 만장로가 얼른 일어섰고 뒤에 있던 부하들도 모두 공손히 일어섰다.그리고 잠시 후 검은 가운을 입고 온몸에 사악한 기운을 드러낸 염씨 가문 구성원들이 걸어들어왔다. 제일 앞에 서 있던 사람이 바로 염씨 일가 족장이었다.그는 알록달록한 여씨 가문 전통 복장을 하고 손목에는 금으로 된 장신구를 주렁주렁 달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가문 장로급인 인물 10여 명이 뒤따랐다.5대 가족 중의 하나인 여씨 일가 족장이 도착하자 만장로는 빠른
여씨 대장로는 설만수가 이토록 당황해하는 걸 보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설만수가 설씨 멸족에 대해 말하려 할 때 갑자기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뭘 또 그렇게 서둘러요. 우리 전씨 가문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그림자가 대전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람진 체격을 가졌다. 그리고 모두 짐승 가죽을 외투로 삼았고 노출된 구릿빛 피부에는 이상한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전씨 가문이야?”그들이 나타나자 대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일어섰다. 이 사람들은 바로 군형 5개 가문 중 하나인 전씨 가문이다.“아이고 전 족장님, 오랜만이네!”전씨 가문 사람들이 나타난 후, 여씨 족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백발의 건장한 노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인은 우람진 체격에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를 뿜어냈다.그는 호랑이 가죽을 외투로 입고 있었고 근육 진 두 팔뚝에는 눈에 거슬릴 정도로 기괴한 요술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그 노인이 바로 전씨 가문 족장이었다.“오랜만이야. 여 족장님. 갈수록 젊어지네!”“아니야, 하하하! 여봐라, 족장님에게 자리를 마련해.”두 사람이 수다를 떠는 사이 여씨 가문 구성원들은 서둘러 전씨 족장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지금 군형 5대 가문 중 3개 가문이 모였다. 아직 길씨와 류씨 가문이 도착하지 않았다.“길씨 뱀할매도 부르긴 불렀죠?”전씨 가문 장로들이 자리에 앉은 후 족장이 설만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설만수는 공손하게 대답했다.“족장님, 이미 뱀할매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그래! 그럼 곧 도착하겠네!”그리고 전씨 족장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십여 분이 지난 후, 갑자기 비린내가 진동하면서 거센 바람이 대전을 향해 휘몰아쳤다. 바람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불어왔다. 바람이 스치자 사람들은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때 전씨 족장이 갑자기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길씨네가 왔네!”대전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곳을 향해 쳐다봤다. 그러자 몸집이 나무
드디어 길씨 가문도 도착했다. 군형 5개 가문 중 길씨, 전씨, 여씨, 설씨 가문은 모두 도착했고 가장 실력 있는 류씨 가문만 남았다.뱀할매와 장로들이 자리에 앉은 후 대전은 사람들로 이미 꽉 찾았다. 이 안에는 거의 모두가 장로급의 고수들이었다.“군형 5대 가족이 이렇게 성대하게 모인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지금 류씨네만 남은 것 같네요.”여씨 족장이 말했다.“그러게 말이에요. 류씨 가문 사람들은 언제 오려나?”전씨 족장도 말을 이어갔다.“흥! 류씨 가문 사람들은 눈만 높아서 우리 네 가문을 멸시해 왔습니다. 보아하니 오늘 회의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군요. 그렇다면 우리도 기다리지 맙시다!”뱀할매가 차갑게 말했다. 현장에 있는 4대 가문은 모두 류씨 가문의 실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류씨 가문은 나머지 네 가문을 늘 멸시해 왔었다.뱀할매가 이렇게 말을 했지만 다들 화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됐어요. 만 장로님, 이제 말할 수 있죠? 왜 봉화 신호를 보냈죠? 설씨 가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여씨 족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대전 중앙에 있는 설만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일제히 설만수를 쳐다봤다. 이번 회의는 설씨 가문에서 주최한 것이기에 다들 그 이유가 궁금했다.“세 족장님께 아뢰옵니다. 사실... 이틀 전 우리 설씨 가문은 이미 멸족되었습니다.”설만수는 갑자기 눈이 빨개지면서 목이 메었다.뭐?“멸족?”그 단어를 듣자 4개 가문 장로와 세 족장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족장님은 그럼?”우람진 체구에 짐승 가죽을 입고 요술 타투를 잔뜩 새긴 전씨 족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족장님은 이미... 이미... 죽엇습니다!”살해당했다고?설만수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만약 멸족당했다는 것이 농담이라면 지금 족장님까지 죽었다고 하니 절대 농담일 리가 없었다.“족장님이 어떻게... 어떻게?”전씨 족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
그 말을 듣자 4대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나빠졌다.“한 명이? 설씨 가문 전체를 멸족시켰다고?”줄곧 말을 아끼고 있던 뱀할매마저 입을 열었다.“네!”“그럴 수가? 족장님이 그래도 태허 경지에 이른 고수인데. 그리고 설씨 가문에도 장로급 고수가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이 한 사람에게 몰살당할 수 있어?”“뱀할매에게 아뢰옵니다.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바닥에 쌓인 시쳇더미를 보았을 때 비로소 이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문을 죽인 그 자식이 뇌법을 사용했더라고요.”“뇌법?”세 족장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바로 뇌법입니다.”설만수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화진에서 뇌법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용호산 천암사 제자들뿐인데. 그들이 수련한 오뇌정법은 화진의 유일한 정통 뇌도야. 그 자식이 뇌법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그럼 걔가 용호산 천암사 사람이야?”뱀할매가 물었다.“뱀할매 말이 맞아. 천암사의 오뇌정법은 화진에서 공인한 가장 강력한 뇌술이야. 하지만 천암사의 대가들이 온다고 해도 혼자의 힘으로 한 가문을 멸족시킬 수는 없는데. 심지어 족장님까지 말이야. 만약 천암사 진성 대가님이 직접 오신다면 몰라도.”여씨 족장도 한마디 덧붙였다.“제가 말한 모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자식이 누군지는 저는 모릅니다. 그저 백화궁의 그 계집애들과 관련 있는 것 밖에요.”백화궁 얘기가 나오자 세 족장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졌다.“왜 또 백화궁이야? 제대로 말해. 설만수.”전씨 족장이 물었다. 그러자 설만수는 백화궁과 설씨 가문의 협상한 일을 낱낱이 말했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후 사람들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그럴 리가! 백화궁에 이런 대단한 인물이 있을 수 없어. 연씨 그 마녀도 그럴 능력이 없다고!”여씨 족장이 말했다.모두가 설만수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을 때 차가운 목소리가 대전 안쪽에서 흘러나왔다.“누군지 알 것 같아.”이 말이 나오자 모두 고개를 돌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