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지원은 급히 사과하며 내심 고개를 저었다.염구준이라는 이 사람은 전혀 무술을 수련한 것 같지 않다. 손힘이 너무 평범해서 어젯밤 침입자는 아닌 게 확실했다.“염 대표님?”경상양리가 미소를 지으며 미안해했다.“어젯밤에 저와 아버지는 심무옥패 모조품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말이 갑자기 끊겼다!찻집 밖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굉음이 유난히 둔탁하게 울려 퍼졌다.“조심해!”경상지원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는 재빨리 염구준과 청용전존을 앞을 막아서며 찻집 박에 있는 인피니티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는 마치 괴물이라도 본 것마냥 잔뜩 경계했다.“설마...”경상양리도 잔뜩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인피니티 옆으로 다가가 차창으로 기사의 상태를 확인한 후 경상지원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죽었어. 바로 그놈들이야!”그놈들?염구준은 눈썹을 치켜세웠다.“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세요.”그는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면서 신념을 발산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반경 1,000m를 뒤덮었다.불과 300m 범위 내에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숨어있었고 서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전신 한 명이 기운을 응축한 채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었다. 때를 노리고 있는 자객이 분명했다!“염 대표님은 걱정하지 마세요.”경상양리는 그들에게 돌아와 자신이 옷을 벗었다. 그러자 몸매의 유관을 드러내는 전투복이 보였다.그리고 전투 자세를 취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상대는 우리를 노리고 있으니 곧 나타날 거예요.”“염 대표님, 이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니 절대 도발하지 마세요. 저와 오빠가 안전하게 보호할 겁니다!”보통 사람이 아니라고?염구준이 막 입을 열려는 그때...슥!공기가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약 300m 떨어진 곳에 두 개의 실루엣이 직선으로 이동했고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그저 흐릿한 환영을 남길 뿐이었다. 분명 두 사람밖에 없는데도 마치 천군만마가 몰려오는 듯한 기묘
경상양리는 좌우로 분주히 공격하며 경상지원과 함께 맞서고 있었다. 그녀도 강했고 여성 킬러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우위를 점했다.공격이 7할을 차지했고 가끔 칼날이 몸에 닿기도 했지만, 그저 전투복이 찢겨 질 뿐, 피부에 옅은 붉은 색 자국만 남고 결코 뚫리지 않았다.양측은 약 3분 정도 결투를 벌였다...그러다 경상지원과 싸우던 킬러가 갑자기 움직임을 바꿨다. 형체가 흐릿해진 그는 경상양리의 옆에 나타났고 어둠 속에서 단검을 휘둘러 최악의 각도로 경상양리의 복부 아래 3인치를 향해 찔렀다!미처 반응하지 못했던 경상양리는 이를 악물고 복부의 힘으로 억지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퍽!경상양리는 충격에 뒤로 밀려났고 하얀 그녀의 피부에서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전신 기개? 흥미롭군!”염구준은 몰래 감탄했다.좀 전에 움직임으로 보아 경상양리와 경상지원은 실력이 전신에는 못 미치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특히 그들의 기개는 전신과 다를 바 없었다!“돌아가!”두 킬러는 상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듯, 짧은 말과 함께 곧바로 몸을 뒤로 뺐다. 몇 번의 도약으로 신속히 움직이면서 수십 개의 잔상으로 변하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짜증 나는 것들!”옷이 찢어진 경상지원은 두 킬러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너무 기괴한 움직임이에요. 무서운 건 아닌데 탈출하려는 놈들을 추적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염 대표님, 두 분 놀라시진 않으셨나요?”“놀라게 해서 죄송해요.”경상양리도 옷이 찢겼다. 그녀는 손을 들어 살짝 가리며 얼굴을 붉혔다.“놈들의 목표는 나와 오빠이고 경상가문의 원수고 원한이 깊죠. 우리... 계속 식사 할까요?”“다음에요.”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고 청용전존과 함께 방탄 벤츠에 올랐다.차가 멀어졌다.“오빠?”경상양리는 시선을 거두며 머리를 갸우뚱거렸다.“염 대표가 조금 이상해 보여. 청용이란 일행도 그래.
그 즉시, 청용전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염구준과 청용전존이 떠나고 20분이 지났다.유슬 찻집부터 약 300미터 떨어진 곳에, 검은 남자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떠난 곳을 잠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북서쪽 방향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그의 목표지는 류안도, 지금 이곳으로부터 약 16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북해도의 작은 섬이었다. 이 섬의 면적은 크지 않았으나, 천연온천이 있어 주변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늘 푸르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온천으로부터 멀지 않는,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매우 운치가 있는 붉은 단목으로 만든 누각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누각 위에, 영동국 전통 무복을 입은 한 노인과 훤칠하게 생긴 한 청년이 앉아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두 사람 주위로 기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겉보기엔 아무런 규칙이 없는 보이지만, 고수들끼리는 알 수 있는, 깊은 이치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더욱 기이한 것은, 마주보며 차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시중을 들고 있는 종이 인형이었다. 이 인형은 사람 형체를 띄고 있지만, 오관은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손과 발은 멀쩡히 붙어 있어 매우 유연하고도 매끄러운 움직임을 취할 수 있었다.사락사락….종이 사람이 주전자를 들어 노인과 청년의 찻잔을 가득 채운 뒤, 공손히 뒤로 물러나 무릎 꿇은 단정한 자세를 취했다.“경목아.”노인이 찻잔을 든 채 옆에 있는 종이 사람을 힐끗 쳐다본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경상가문에서 신무 옥패를 얻고나서, 어느 정도 경지가 올랐느냐?”청년, 송본경목이 노인을 향해 몸을 숙여 경의를 표하며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할아버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여 착실히 수련을 하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좋다. 기대하마.”노인은 이 말을 끝으로, 조용히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입가에 찻잔이 닿기 직전, 그림자 두개가 빠르게 그
한편, 삼이시, 화승호텔.4층 객실, 염구준과 청용전존이 마주앉은 채, 경상 남매와 얼마 전 만났던 반보천인 궁본웅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실력 차이는 있었지만, 이들이 일반 무사들과 월등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분명 신무 옥패 모조품 덕인 것 같았다.“신무옥패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거, 역시 천웅기였어.”염구준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이번 영동국 행에서 전설 속 인술을 직접 보게 되다니, 수확이 나쁘지 않군.”천용전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염구준은 전신전 전주가 되면서 온갖 전투를 해봤지만, 유일하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바로 영동국의 인술이었다. 인술이 전설이 아니라, 진짜로 실존하는 것이었다니, 두 사람은 놀라웠다.“하지만 생각보다 뭔가 특별하진 않은 것 같지는 않네. 결국 모든 건 어떻게 기를 다스리는 가에 달려있는 건가?”그런데 이때, 갑자기 염구준이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허공에 대고 말했다.“어이 거기, 내 말 맞지?”그러자 호텔 위쪽에 잠복해 있던 검은 복장의 남자가 몸을 떨었다. ‘인술로 기운을 숨겼는데도, 들킬 줄이야!’남자는 들킨 마당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어,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몸을 날리려 했다.그런데 이때….“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남자의 앞으로 갑자기 나타난 염주준, 그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그쪽이 사용하는 인술, 영동국에서 창조한 거야? 아니면 신무 옥패에서 배운 거야? 험한 꼴을 보기 전에, 얌전히 협조하는 것이 좋을 거야.”신무 옥패…. 남자는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차피 눈앞에 나타난 이 인물은 반보천인, 도망치고 싶다고 해서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서 신무 옥패에 대한 비밀을 누설한다면, 살아남더라도 돌아가서 가주한테 죽기보다 더 한 고통을 당할 터!이래나 저래나, 죽는 길밖에 없다면…. 남자는 결단을 내렸다.동시에 남자의 가슴속에서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순
송본홍봉이 글이 적힌 종이를 인간으로 변한 종이 사람에게 건네며 명령했다.“이 편지를 여기서 약 1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반보천인에게 전달하거라.”사람이 된 종이 인형이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누각 안쪽으로 들어가 단정히 옷을 입고는 송본홍봉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다음, 소리소문 없이 염구준이 있는 호텔로 향했다.약 두시간이 지난 시점….스스슥, 종이 사람이 무표정으로 염구준과 청용전존이 머물고 있는 방문을 두드렸다. “이건….”종이 사람을 발견한 청용전존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또 뭐죠? 설마 이것도 인술인 걸까요?”“천인의 힘을 사용해 만든 것이군.”염구준이 종이 사람을 탐색하듯 훑으며 덤덤히 답했다.“상대도 반보천인인가 보네. 하지만 이건 딱히 살상력이 없는 기술이야.”그 말과 함께 염구준은 가볍게 손을 휘저어 종이 사람 손에 들려 있던 편지를 집어 들었다. 송본홍봉의 친필 편지! 내용은 단순했다.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는 한마디뿐이었다.“나와 만나고 싶은가 보군.”염구준은 편지를 휙 던져버린 뒤, 천인의 힘을 사용해 오른손 검지로 종이 사람의 이마에 답장을 남겼다.“좋다!”다음날 정오, 북서쪽, 북해도 연안 해변.송본홍봉은 해변에 온천 누각과 같은 세팅을 한 채, 송본경목과 함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벤츠 한 대가 해변에 주차되며, 남자 두 명이 당당히 차에게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두 사람이 바로, 염구준과 청용전존이었다. 둘은 마중 나온 송본가문 사람들을 지나쳐, 곧바로 송본홍봉과 송본경목이 있는 누각으로 들어섰다. “두 분, 오래 기다리셨습니까?”그러자 송본홍봉이 찻잔에 뜨거운 차를 따라주며,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제가 직접 우린 차입니다. 먼 곳에서부터 손님이 오셨으니, 특별히 더 향긋하고 좋은 차로 준비했습니다. 한 번 맛보시죠!”염구준이 자리에 앉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담담히 말했다.“그럼 차도 마셨으니, 저희를 보자고
염구준의 태도에 송본홍봉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그렇다면 제가 사과하고 방금한 협박을 철회한다면, 두 가문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습니까?”‘약속?’“뭔가 착각한 것 같네요.”염구준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왜 그런 약속을 해야 합니까? 어제는 관여할 마음이 없었지만, 오늘은 몸이 상당히 근질근질하니, 누구라도 패야 직성이 풀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는 제가 결정할 문제입니다! 그쪽이 협박을 하던 아니면 철회를 하든,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그러자 송본홍봉도 더 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않고 얼굴을 굳혔다. 속에서 분노가 솟구치며 몸에서도 음기가 피어올랐다.“할아버지.”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송본경목이 먼저 전투 준비를 마친 듯, 온 몸에 기운을 두른 채, 주머니에서 노란종이 묶음을 꺼내 이를 악물고 말했다.“제가 먼저 도전해봐도 되겠습니다? 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전 두렵지 않습니다!”손자가 나서자, 송본홍봉의 눈빛이 살짝 누그러졌다. 그는 손자가 대견했지만, 아직은 반보천인에게 도전할 실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송본홍봉이 손자를 타이르기 위해 입을 연 순간이었다. “경목아, 너는….”그가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염구준 옆에 있던 청용전존이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염 선생님에게 도전하다니, 그쪽이 무슨 자격으로?”“지금 절 얕보는 거예요? 제가 왜 자격이 없어요?”송본경목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청용전존을 노려보았다.그는 송본 가문 젊은 세대 중 가장 뛰어나다 알려진 천재였다. 또한 어릴 때부터 송본홍봉 옆에서 신무 옥패에 담긴 기이한 무학을 수련하게 되면서, 남들과 달리 매우 다양한 인술을 익힌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진목.”송본홍봉이 엄격한 표정으로 손자를 불렀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송본경목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지금 느껴지는 염구준과 청용전존의 기운을
지난번 새벽에 경상 가문을 방문했을 때도 반보천인급으로 보이는 초고수와 마주쳤었다. 게다가 최근 보게 된 경상 남매 실력도 범상치 않았었다. 그런데 경상철석이면 분명 반보천일 것이다. 만약 정면으로 맞붙게 된다면, 백 프로 승리할 거란 보장이 없었다. “걱정할 거 없어.”염구준이 전투 의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경상 가문은 상대하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워.”그 말에 천용전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이내 뭔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과거 고려국에서 반보천인 다섯명이 연합했는데도, 염구준은 승리했다. 경상 가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 이상의 전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의 상대가 될 리 만무!그렇게 약 20분쯤 달렸을까, 끼이익!염구준과 천용전존이 탄 벤츠가 석수 해안선에 멈춰 섰다. “누구냐! 멈춰라!”해안 목교 끝자락, 경상 가문 별장 입구, 경비원 두 명이 달려와 엄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여기는 사유지다. 외부인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하지만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하고 천용전존과 함께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멈추라고 했다!”그러자 두 경비원이 얼굴이 딱딱하게 굳히며 허리총에 있는 총을 꺼내 두 사람을 향해 겨누었다.“지금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천용전전이 눈을 싸늘하게 굳히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그러나 이때, 뜻밖의 존재가 나타났다.“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제가 좀 일찍 마중 나올 걸 그랬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노련한 목소리가 별장 일층 쪽에서 서서히 울려 퍼졌다.“물러나거라. 귀한 손님들이다!”그제야 두 경비는 권총을 집어넣고 별장 입구로 돌아갔다.그리고 활짝 열리는 대문!염구준은 큰 걸음으로 청용전존과 함께 일층 거실로 들어섰다. 들어서자, 코를 찌르는 향.경상철석은 청동 향로 뒤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그리고 경상지원과 경상양리 또한 그의 양 옆으로 무릎 꿇은 채 있었다. 궁본웅은 허리에 긴 칼날
지난번 김씨 가문과의 마지막 전투 후로 흑풍존주는 자취를 감췄었다. 그런데 여기서 그 소식을 듣게 될 줄이야, 그것도 모자라 송본 가문과 협력하고 있었다니!“그렇다면, 직접 확인해보도록 할게요.”잠시 뒤, 침묵하던 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용전존과 함께 거실을 떠났다. 송본 가문이 진짜 흑풍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면, 더 이상 봐줄 이유가 없었다!송본 가문, 온천 누각.온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끝자락, 목재로 된 누각 앞 처마, 송본홍봉과 송본경목이 서로 마주앉은 채 뭇을 들고 있었다. 그들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할아버지.”송본경목이 온천이 흐르는 방향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정말 결정하신 겁니까?”송본홍봉이 붓을 내려놓으며 경상 가문이 있는 방향을 향해 음산한 눈빛을 보냈다.“경상과 우린 오랜 대립관계이다. 하지만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 부딪히는 것을 피해왔다. 그런데 그 염구준이라는 작자가 우리를 적대시하니, 우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선수치지 않으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 이젠 선택지가 없어!”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이 송본홍봉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만약 염구준과 경상 가문이 손을 잡게 된다면, 송본 가문은 큰 재앙을 맞이하게 될 터!“결론이 나섰으면,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당장 움직이는 것이 어떻습니까?”송본경목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나지막이 말했다.“저희….”하지만 말을 마치기도 전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송본홍봉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 단호히 멈추라는 듯, 손을 들어올려 보였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온천너머, 저 멀리 향하고 있었다.“미리 알았다면 마중 나갔을 터인데, 염 선생이 이 누추한 곳엔 어쩐 일이십니까?”그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송본홍봉과 송본경목 앞으로 두 인영이 나타났다.바로 염구준과 천용전존이었다!“확인할 것이 있어 왔습니다.”염구준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옆에 있던 송본경목을 무시한 채, 송본홍봉과 마주보았다.“흑풍존주는 어디 출신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