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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전시장 로비 중심에 보름이나 떡하니 전시되어 있는 해당 포르쉐 HBLY—GT를 구매할 능력이 되는 고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수습 기간도 채 지나지 않은 초짜가 아니고야 농담이라도, 군복을 입은 남성과 평범한 원피스 차림의 여성에게 26억이나 되는 포르쉐를 소개할 위인은 없었다.

"업무 능력은 다소 부족하나 열정적인 태도는 보기 좋군."

데스크 쪽을 담담하게 바라본 염구준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금테로 장식된 블랙 카드 한 장을 내민 염구준이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전액 일시불로. 따로 비밀번호는 입력할 필요 없어. 이곳의 전속 서비스를 받고 싶네만, 필요한 모든 비용은 이 카드로 계산하도록. 십 분 사이에 전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군."

26억을 비밀번호 입력도 없이 일시불로 계산한다고? 블랙 카드에는 흔한 은행명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정면에 "G.J"이라는 심플한 이니셜이 적혀있을 뿐. 이게 대체 무슨 카드지?

"선생님, 저..."

여직원은 십초 동안 아무말도 못 하고 멍하니 염구준을 쳐다보기만 했다. 더없이 진지한 그의 표정으로 보아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제야 조심스레 카드를 받은 여직원이 결제를 진행할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구준 씨, 농담이 지나치잖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손가을이 펄쩍 뛰었다.

26억이라는 가격표가 안 보이는 건가? 대체 그놈의 정착금이 얼마길래. 행여 결제 실패 화면이 뜬다면 얼마나 창피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진정해."

핏기 없는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도 그는 여전히 담담했다.

"아마 곧 소식이 올 거야."

30초도 안 되는 사이, 블랙 카드를 소중하게 받아 든 직원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사무실에서 달려 나와 그들을 불렀다.

"고객님, 결...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여기 구매 영수증 받아주시고요, 어... 그리고 고객님들을 위한 자그마한 사은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유 카드, 무료 세차 카드랑... 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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