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곁에 있는 두 명의 호위병의 모습에 염구준은 한숨을 쉬었다. ‘왜 이들은 힘만 세고 머리는 쓰지 않는 걸까?’염구준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맞습니다, 이 큰아들은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이긴 합니다. 예전에 그와 맞붙었을 때 하마터면 당할 뻔했었습니다.” 청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이 일을 맡았던 그는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사람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그만 알고 있었다. “됐다, 내가 직접 만나야겠다.” 염구준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제가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염구준이 밖으로 나가려 하자, 청용이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회사의 문 앞에 도착한 염구준은 회사의 환경과 재정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모두 큰아들의 공로였다. 그는 데스크로 걸어갔다. 직원은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너무 잘생겼어.” ‘여기서도 이런 반응을 듣다니.’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렸다.“사장님 만나러 왔어요.”그는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넋을 잃은 직원을 깨웠다.“약속하셨나요?” 멍하니 대답하는 그녀는 꽤 흥미로웠다. “아니요.”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다.“그럼 안 됩니다.” 직무에 충실했던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기록 장부를 그의 앞에 놓았다. “여기에 이름을 적어 주시면, 보고하겠습니다.” 청용이 나서려 했지만, 염구준은 그를 저지했다. 그는 그저 직원일뿐이니, 그녀를 곤란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사장에게 전화 걸어.” 가볍게 손짓한 염구준은 옆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배를 피웠다. 그는 매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고개를 끄덕이던 청용은 자리를 피해 나정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희 사장이 우리를 허락했다.” 청용이 전화를 건네자, 직원은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 사장실로 향하던 염구준은 나정한이 마주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이게 누구십니까, 전주님 아니십니까. 정말 오랫동안 뵙네요.
바보가 아니었던 나정한은 눈앞의 이 거대한 인물은 그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란 것을 알고 있었다.누구는 건드려도 되지만 누구는 건드리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네 동생은 나와 함께 있으니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는 잘 알아서 처리해요.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그때는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인지 능력에 흡족해했다. 그리고 그의 행동도 칭찬할 만했다.“그리고 당신들이 운영하는 그 지하 카지노와 불법 행위들에 대해선 내가 더 말하지 않겠으니 알아서 정리해요.”눈썹을 치켜올린 염구준은 그를 더 이상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이 정도로 마무리 지었다. 또한 이 젊은 사람이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알고 있었기에 친구로 지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네, 천천히 영업을 정리하겠습니다. 전주님, 감사합니다.”상대방이 이 정도에서 그쳤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는 나정한은 몸을 굽혀 경의를 표했다.“당신은 아버지보다 낫네요. 회사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도 돼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울게요.”미소를 짓는 염구준은 매우 친절해 보였다. 그 모습에 옆에 서 있던 청용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이 많은 세월 동안 염구준이 형수님에게만 이런 모습을 보였고 다른 사람은 처음이었다.“감사드립니다, 전주님. 앞으로 주인님께서도 필요하신 일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상대가 적대감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나정한은 마음이 놓였다.“다 말했으니 이제 가봐야겠어요.”자리에서 일어선 염구준은 얼굴에 웃음을 띠고 밖으로 나갔다.“군주, 왜 그를 친절하게 대한 거예요? 그는 나흐 가문의 아들 아닙니까? 설령 회사가 인수되었더라도 그들은 친부자지간입니다. 나중에 같이 군주에게 대적할 수도 있잖습니까!”청용은 뒤따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는 염구준이 무슨 생각을
그들은 가주를 보자 매우 흥분했다. 가주를 따랐던 그들이었기에 보다 가까웠다.“그렇긴 해, 요즘 주식은 어때? 내 아들 라인을 탔다고 들었는데 주식을 조금이라도 더 나눠주지 않았어?”적극적인 그들의 모습에도 나명관은 아무런 반응 없이 냉정하게 그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저희는 결코 대표님을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대표님이 묵인하에 이루어진 것인 줄 알았습니다.”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그들은 각자 마음속으로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작은 행동은 당연히 나명관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그럼, 이제 내가 자네들의 주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자네들은 어떻게 할 건가?”그들은 곤란한 눈빛으로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에 나명관은 더욱 짜증이 났다.“할 말이 있으면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나명관의 명령에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대표님, 보다 시피 나사장이 회사를 잘 관리하고 있고 지금 상황도 나쁘지 않으니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참에 대표님은 좀 쉬시는 게 어떨까요? 우리도 그런 아들이 있으면 남 부럽지 않을 것 같아요.”그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나명관을 설득하려 하며 그가 자신의 문제를 깨닫기를 바랐다.“자네들은 내 그 불효자식이 벌어다 주는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닌가? 내가 회사를 관리할 때는 자네들에게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대한 적 있었나? 게다가 자네들의 주식도 내가 준 게 아닌가!”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나명관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을 실망스럽게 바라보았다.“내가 자네들을 여기까지 이끌어왔기에 내 편일 줄 알았어. 그런데 지금...”대표의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들은 머리를 떨굴 뿐 나명관의 진정한 속내는 읽지 못했다.“됐어. 어차피 모두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어. 난 그저 내 작은아들을 데려오고 싶을 뿐이고 자네들도 부모라 내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하는 바람이야.”말을 이어가던 중 나명관의 목소리는 점
“좋아, 이제 계획을 말하겠네. 이건 주식 양도 계약서네. 내가 회사를 되찾으면 자네들에게 돌려줄 거네. 난 회사를 통해 내 작은아들을 데려와야겠네.”“그리고 자네들도 알다시피 내 큰아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자인한 사람이라 따라간다고 해도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네.”그는 아들을 깎아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저었다.“계약서에 서명하고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면 되네. 그가 회사를 인수했더라도 내가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걸세.”탁자 위에 놓인 주식 양도 계약서를 바라보던 그들은 한숨을 쉬며 서명했다. 그들은 옛정을 생각해서, 설령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고 여겼다.“고맙네.”가주는 입으로는 감사하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이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모두 바람이 부는 대로 돛을 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만약 그가 회사를 되찾고 큰아들을 내치면, 그다음은 이들 차례였다.집사는 그들을 배웅하면서 한편으론 걱정되었다. 그는 이 일이 잘 될 리 없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하지만...“이번에야말로 그 불효자가 어떻게 할지 보겠다. 이 패를 가지고 가서 호위무사들을 소집해놔.”나명관은 집사의 손에 패를 건네주며 말했다. 집사의 눈을 희미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가 구하러 간다.”그는 장난감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이것이야말로 아버지가 보여야 할 모습이었다.같은 시각, 전화를 받은 나정한은 냉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그래도 머리는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마음껏 해보라고 해.”단 한마디로 가주의 지위를 결정지었다.며칠 뒤, 나명관이 회사에 도착했다. 회사의 모든 사람은 회사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사장의 아버지였기에 모두가 조심스러웠다.“사장을 만나야겠어.”입구의 안내 데스크 직원은 난처해하며 속으로 생각했다.‘별사람 다 보겠네, 진짜!’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차 한 잔을 따라 나명관의
나명관이 여전히 자기 멋대로 하자, 나정한의 비서는 어쩔 수 없이 강경하게 나갔다.“허, 당신은 정말 나흐 가문의 충견이네요. 그러나 당신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것 같은데요?”나명관은 비서를 쳐다보며 눈썹을 찌푸리고 그의 옆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올렸다.바로 그때 그의 손목이 누군가에게 잡히고 말았다.“여기는 회사예요,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죠.”나정한이 분노에 차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망할 자식아, 당장 놔라.”나정한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오랫동안 호의호식한 나명관은 전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급기야 손목이 부서질 것 같아 나명관은 소리쳤다.“아버지, 이 회사는 이제 당신과 상관없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도 와서 내 직원들을 괴롭히는 걸 보니 요즘 너무 편안한 모양이네요!”그를 잡았던 손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나정한은 얼굴에 혐오로 가득했다.“나정한,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오늘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하면, 너를 용서할 것이고 여전히 내 아들로 살아. 그렇지 않으면.....”자신의 손목을 쓰다듬던 그는 아들의 행동에 젊었을 때의 자신을 떠올렸다.“정말 역겹군요.”나정한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손수건을 땅에 던지며 얼굴에 혐오감을 드러냈다.“좋아, 호위무사, 이놈을 잡아!”고개를 끄덕이는 나명관은 입꼬리를 올리며 명패를 꺼내 높이 들었다. 곧이어 열 명이 넘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사무실에 나타났다. 다행히 나정한이 회사에 오기 전에 모든 직원들에게 반나절 휴가를 주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모두 놀라서 기절했을 것이다.“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다.”포위된 나정한은 전혀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했다. 마치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는 듯 보였다.“그래? 생각이 너무 단순하네.”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무기를 든 병사들이 일사불란한 발걸음으로 회사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염구준이었다.“염구준, 네가 감히 여기에 오다니. 기다려라. 이 불효자를 처리하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정한은 확신이 있는 듯 보였다. 나명관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벙졌다.“그래서 뭐? 나는 회사의 40%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나는 이미 최대 주주로서 대표가 되어야 마땅해.”나명관은 주주들의 서명이 쓰인 계약서를 내밀며 자신만만하게 나정한을 바라보았다.“어차피 회사는 빈 껍데기일 뿐이니까 당신에게 줄게요.”그는 무심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고, 동정의 눈빛으로 나명관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나명관은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이전에 네가 했던 지하 거래가 모두 중단되었고, 회사는 자금 유동이 끊겨 이미 빈 껍데기가 되었다는 뜻이야.”염구준은 옆에 서서 시가를 피우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는 불쌍한 나명관을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그럴 리가 없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 사람들은 모두 내가 직접 키운 사람들인데.”나명관은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 계약서에 쓰인 그들의 글씨를 봐.”너무 기뻤던 그는 계약서에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나명관은 서둘러 계약서를 펼쳤고,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서명은 모두 엉망이어서 전문 기관에서도 판독할 수 없었다.“너희들이 짜고 나를 속여?”계약서를 찢은 나명관은 얼굴이 시뻘게서 나정한을 손가락질하며 요설을 퍼부었다.“대표님, 이제 그만하세요. 도련님은 그래도 대표님께 최선을 다했습니다.”그때 달려온 집사가 나명관을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네가 왜 여기 있느냐? 집을 지키라고 하지 않았냐! 오히려 잘 됐어, 이 불효자를 당장 죽여라.”나명관은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는 집사의 손을 잡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대표님, 제발 그만하세요!”잠시 멈칫하던 나명관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너도 저쪽에 붙은 거야?”눈을 부라리는 나명관은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너는 나를 오랫동
“가주님, 전 예전에 당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조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닙니다. 술집 아가씨에다가 불륜… 밥 먹듯이 이런 추잡한 짓거리를 저지르고 다니는 여자입니다. 가주님을 찾아온 것도 불륜을 저지르다 임신한 거 들켜서 본처한테 쫓겨온 겁니다.”이 말을 들은 가주 나명관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그런 사람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거짓말하지 마! 그녀는 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날 배신할 리 없어!”그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집사의 멱살을 잡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제가 왜 이런 것으로 가주님을 속이겠습니까?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다고요?”하지만 집사는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도 꿋꿋이 말했다. “가주님께서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증거까지 준비했지만, 가주님께서 그 여자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것뿐입니다.”그 말을 하면서 집사는 품에서 증거로 보이는 서류 봉투를 꺼냈다. 거기엔 나명관과 그의 작은 아들이 아무런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유전자 검사 결과서가 들어있었다.“이건 제가 직접 두 분의 DNA를 검사 의뢰해 받은 겁니다. 확인해보십시오.”나명관은 그제야 잡고 있던 집사의 멱살을 놔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밀어진 서류 봉투를 열었다. 검사지엔 다양한 수치와 글자들이 적혀 있었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 문구, 혈연관계 아니라는 글뿐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말도 안 돼!”나명관이 넋을 잃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밖으로 뛰쳐나갔다.“가주님!”집사는 곧바로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랐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큰 도련님, 원하시는 대로 진실도 밝혀졌고, 전도 이제 본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가주님한테도 충분히 벌이 되었을 테니, 부디 놓아주길 부탁드립니다.”나정한이 집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그는 안
작은 소동이 있은 후, 사람들은 모두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 식사를 멈추었다. 모두들 어색하게 술을 홀짝이던 중,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어찌되었든 일이 해결됐으면 좋은 거지, 뭐 저렇게 과민 반응할 것 까지야….”하지만 그는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집사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기 때문이다.“말 조심하십시오!”남자는 집사가 끼어들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머쓱하니 코를 매만졌다. 하지만 속으로 앨리스에 대한 불만을 키워가고 있었다.“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연회장을 나서자, 뒤따라오는 인기척에 앨리스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거긴 방계 족장 중 가장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지팡이를 쥔 채 뒤따라오고 있었다.“이번 일에 대해 의문 되는 부분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또 전주님이 손쓴 거죠?”그 말에 앨리스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숙였다. 다시 한번 자신의 무능력함이 실감이 되었다.“그럴 줄 알았습니다. 나흐 가문을 그 정도로 몰아가려면 그 분 말고는 불가능 일이죠.”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요. 염 선생님은 결코 당신이 아니었다면 도와주지 않았을 겁니다. 당신은 이 가문을 대표하며 이끌어가는 족장이자 가주입니다. 그만큼 능력도 중요하지만, 인맥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노인이 위로와 격려의 의미를 담아 앨리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제야 앨리스는 조금 풀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감사합니다, 어르신.”그의 말 대로 이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염구준도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앨리스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럼 언제 한번 전주님을 초대하십시오. 이번 일에 대한 감사 인사는 전해야지 않겠습니까?”노인이 문득 떠오른 듯 앨리스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하지마 와 주실 거란 보장은 못하겠습니다.”앨리스는 염구준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