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미쳤을 리 없지.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 했지만, 역시나 연기였네. 계속 그대로 있었으면 내버려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군.”그처럼 굳건한 의지를 갖은 사람이 겨우 이런 일로 미쳐버렸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안 됐다. 집사도 나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모든 것이 파악되자, 집사는 도리어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명관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이곳을 도망친 것이니, 다치진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그냥 거기에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부러진 펜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되고 집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분명 나명관은 그를 엄청 증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대표님, 여기 서류에 서명이 필요합니다.”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서류를 든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미간을 찌푸렸다. 손에 들고 있던 펜은 부러져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펜 하나 줘봐.”그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나정한의 상태를 눈치챈 비서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이 질문에 나정한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표정을 풀고 답했다.“어젯밤에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별장에 누가 다녀갔는지 조사해줘.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었을 텐데, 없어졌어.”나정한이 서류에 사인을 하며 비서에게 명령했다. 비서는 단번에 그 사람이 누굴 뜻하는지 알아차렸다.“뭐라고요? 그 분이 도망쳤다고요? 도대체 어떻게?”나명관이 도망쳤다니, 비서는 크게 놀랐다.“왜 두려워? 설마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그 모습에 나정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님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하지만 비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아니, 일단 조사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나정한이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나명관은 가슴이 두려움으로 뛰기 시작했다. 부서진 잔해들, 가득 쌓인 먼지, 그리고 은은한 피 냄새.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왔군.”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누구야?”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나명관은 애써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소리쳤다. “나? 네 주인이 될 사람. 앞으로 계속 걷다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라.”목소리에 가소롭다는 듯 낮은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나명관은 불안했지만 남자의 말 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나타난 인물, 나명관은 그의 정체를 깨닫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이 남자는 그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염구준을 조사할 때 나왔던, 그의 최대의 적, 흑풍 존주였다!“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군. 그렇다면 내가 너를 찾은 이유도 알겠네?” 나명관의 표정을 본 흑풍 존주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었구나! 내게 염구준을 상대하게 원했던 사람!”나명관이 담담히 말하며 속으로 결심을 내렸다. “너 보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대할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염구준이 무너지지 않으면, 넌 절대로 회사를 장악할 수 없을 테니.”흑풍 존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오만하게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명관은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렸다. “하지만 난 지금 권력도 힘도 없는데, 왜 굳이 나를 선택했지?”나명관은 탐색하듯 물었다. 역시 다년간의 경험이 길러낸 노련함은 어디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찾아온 흑풍 존주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없기는, 나흐 가문 유럽 쪽에도 큰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분명 거기에 걸맞는 탄탄한 동맹 세력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혈용사, 크리스라던가?”흑풍 존주는 이 말과 함께 나명관의 안색을 힐끗 살폈다. 용병 왕 크리스는 과거에 나명관에게 목숨을 빚진
그렇게 염구준을 겨냥한 음모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흐 그룹 빌딩.정장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한 채, 나흐 가문 가주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나정한, 나와라!”그 기세에 리셉션 직원들은 물론 경호원들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인물,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때, 어디선가 빠르지만 균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명관의 큰 아들, 나정한이 암위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미친 척할 거면 끝까지 하지,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부자 사이라 나정한은 누구보다도 아버지 나명관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했었다. 나명관은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정색하며 본론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내게 회사를 넘겨라.”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듯이, 나명관이 말했다. “거절할게요.”나정한이 허웃음을 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죽여라! 반항하는 자, 모두 죽여!”나명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살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강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암위, 모두 죽여라.”하지만 나정한도 얌전히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 순식간에 두 세력의 싸움이 벌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반 직원들은 두려움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석에 몸을 숨겼다. 겨우 월급 받는 회사를 위해 목숨 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크리스가 데리고 온 용병들과 흑풍 조직이 합세하자 전투는 당연히 나명관 쪽이 우세했다. 나정한이 이끌고 있던 암위는 대다수 죽거나 다쳤다. 나정한도 밧줄에 묶인 채 나명관 앞으로 끌려 나왔다.“아들아, 난 진짜로 널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 이 모든 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참으로 안타깝구나.”“퉤, 웃기지 마. 진작에 당신을 죽였어야 했는데.”나정한이 살기어린 표정으로 아버지 나명관을 보며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
공격이 휘몰아쳤고, 엘 가문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실력이 너무 앞도적이었다.“앨리스, 넌 나랑 좀 가야겠어.”크리스가 갑자기 앨리스 뒤에 나타나더니, 거친 손을 뻗었다. 적을 제압하려면 우선 그들의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 과연 전투 경험이 풍부한 용병왕 다운 판단이었다.“조심해요!”하지만 이때 옆에 있던 청용이 크리스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저지했다. 크리스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쾅하고 단단한 것끼리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며 주변에 흙먼지를 일으켰다.청용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앨리스를 한손으로 들어 고성 안으로 들어섰다.“욱!”한쪽으로 사람을 보호하랴, 한쪽으로 공격을 막으랴, 청용은 결국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울컥하고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피를 밖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부러진 팔, 청용은 남은 손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크리스를 노려보았다. 과연 용병왕답게 크리스의 실력은 대단했다. “빨리 문 닫거라!”앨리스가 불리해진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곤 사람들에게 서둘러 명령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소용없었다. 문이 닫히는 것보다 크리스의 행동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초강자가 한 명만 있더라도 전투의 판세가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리스가 닫히던 문을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치며 다시 활짝 열리게 했다. 망했다! 거의 모두가 최악을 생각하며 절망하던 순간이었다.“멈추지 마! 계속 공격해!”앨리스가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다양한 무기들이 크리스를 향해 쏘아졌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사람들은 좀 전보다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고 패배가 거의 확정된 듯했다. “죽어라!”크리스가 앨리스를 향해 분노 어린 목소리로 돌진했다. 정말 답 없는 상황이었다. 앨리스는 죽음을 각오한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던 삶, 주마등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을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 덕에 주변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으나,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어 말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인간의 경지를 넘은 무공의 위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에겐 칼과 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불과 번개가 이리저리 부딪는 듯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렇게 잠시 후, 한참 서로 공격을 퍼붓던 둘이 떨어졌다.“하하, 아주 통쾌하군!”염구준은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 눈은 온통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훅, 훅!”반면 크리스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모습 따위 완전히 없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예전에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이 다시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났다. “다시 간다!”염구준은 공격을 재기했다. 하지만 그 속도와 위력은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강력한 돌풍과 함께 불길이 일어났다. 크리스는 이 이상 염구준을 상대하다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투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당장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약한 생각 때문인지, 그는 결국 허점을 보였고 염구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이 번쩍하고 크리스의 등을 강타했다.“악!”그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고수들의 대결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단 한 번의 방심이 죽음을 불러왔다. 그렇게 한시대를 누비던 용병왕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흑풍 존주, 빨리 도와주지 않고 뭐해!”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나명관이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흑풍 존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비로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계략에 빠져 놀아났음을 깨달았다.그는 완전히 버려진 것이다. 염구준이 나타난 이상 흑풍 존주가 모습을 드러낼 리 없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리고 당장 20억을 보내지 않으면 용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마지막 말을 마치자,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그녀에게 20억은 도무지 구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염구준은 그녀의 아들이 정확히 동남아시아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무리안이라는 지역명을 말했다. 그 순간 염구준은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리안, 동남아시아 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각종 주술, 샤먼이 선행하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에서 유명한 패자 멘딘 제레조차 피하는 장소였다. 그런 통제 불가능한 곳에 돈 벌러 가다니,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준 씨, 상황이 많이 복잡해?”그의 진지한 표정을 본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야, 일단 동영상부터 보자.”상황이 복잡하긴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출해야 하는 대상이 살아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그렇게 그들은 용필이가 봤다는 영상들과 협박 영상 신청하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자기 집을 소개하는 모습, 주변에 여자들이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는 모습, 외제차를 몰며 명품에 도배되어 있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박용으로 보내졌다는 영상까지.저 혼란한 무리안을 이토록 아름답게 포장하다니,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영상을 계속 돌려보던 염구준의 눈에 익숙한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이들의 목에 걸려 있는 신무옥패와 유사한 옥패였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미끼를 던져 강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뭐 좀 보여?”하지만 손가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물었다.“응, 생각보다 상황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아.”염구준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님, 연락 온 핸드폰 저한테 주세요. 제가 해결해드릴게요.”혼란스러운 무리안,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고마워!”이모가 안도감이 서린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남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자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일부러 사건을 만들려고 연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연기를, 여기 카메라 있거든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았다는 증거 다 찍혔다고요.”상황을 지켜보던 진숙영이 혹시 모를 사태가 걱정돼 끼어들었다.하지만 최근에 무공 수련을 시작하게 된 손가을은 남자가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놀라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소리만으로 사람을 날리다니, 도대체 염구준의 경지는 얼마나 높은 걸까? 그녀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내일 당장 이사 가. 너 같은 이웃, 필요 없으니까.”염구준이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두려움이 가득 서린 얼굴로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의 정체는 알 수 없었으나, 남자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무는 것은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그렇게 작은 해프닝이 일단락되고 염구준은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사촌 이모의 일을 해결하려면 우선 상대가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아야 했지만, 연락되지 않아 지금 당장은 가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손님, 음료 드릴까요?”승무원 복장을 한 여자가 음료수 카트를 끌고 다가와 물었다. “아니요, 괜찮아요.”염구준이 정중한 목소리로 거절했다.하지만 승무원은 물러서지 않고 음료수가 담긴 잔을 염구준 앞으로 내려놓았다.“손님, 20만원만 결제해주시면 됩니다.”이건 분명한 강매였다. 염구준은 헛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른 승객들의 테이블 위에도 음료수 컵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같은 상황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 볼 필요 없어요. 당신은 이걸 결제해야 해요.”염구준이 거절하자 승무원은 더 무례하게 나왔다. 그는 유심히 여자의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을 살펴보았다. 거기에 소요라고 적혀 있었다.“재미있네. 내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쩔 건데?”염구준은 이런 얕은 수작에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사장님, 이 일은 이쯤 끝내는 게 어떻습니까?”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용하국 출신의 한 남자가 초록 머리에게 돈을 슬쩍 건네며 중재했다.“꺼져,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초록 머리가 남자를 째려보며 말했다.“호의 감사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혼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얼른 가보세요.”염구준이 웃으며 남자에게 말했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 일에 끼어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에휴….”그러자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가족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동향 사람이라 돕고 싶었지만, 그에겐 그럴만한 역량이 없었다.“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따라와.”초록 머리가 잭나이프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휘두르며 위협했다. 정말 허세가 가득한 모습이었다. 염구준은 조용히 손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초록 머리는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앞으로 용하국 사람한테 말할 때는 예의 있게, 알겠어?”이건 좀 전에 그를 위해 나서준 남자의 몫이었다.“쳐라….”정신 차린 초록 머리가 부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지만, 채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초록 머리는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 하지만 염구준은 아직 제대로 힘을 쓰기도 전이었다. 만약 그가 진심을 다했다면 현장은 모두 피바다가 되었을 것이다.“형님,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 주시면 안 됩니까?”초록 머리가 겁먹은 얼굴로 무릎을 꿇은 채 빌었다. 보스고 뭐고, 눈 앞에 있는 남자가 그들보다 훨씬 강해보였다. “삼십 초를 주겠다. 당장 찰채를 데리고 와라. 일초 늦을 때마다 손 한마디씩 자르겠다.”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염구준은 한번 화난 이상, 절대로 쉽게 끝낼 생각이 없었다. 같잖은 파리, 귀찮지 않으려면 단번에 죽이는 것이 답이었다. 초록 머리는 망설임없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그 시각, 공항 호텔 안.찰채는 지금 한참 포커를 치고 있엇다. 그의 옆엔 소요가 앉아 부드럽게 어깨를 마사지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