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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오랜만에 보는 매서운 눈빛에 집사는 순간 나명관이 돌아온 줄 착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다시 흐리멍덩한 미친 사람으로 돌아갔다.

“가주님, 저도 제가 지은 죄가 있다는 걸 압니다. 앞으로 계속 모실 테니, 함께 살아갑시다.”

집사가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나명관의 입가로 가져다 댔다. 한때 모든 이들의 위에서 당당히 군림하던 나흐 가문의 가주의 최후가 이럴 줄이야, 사람이란 모른다고, 정말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전주님, 저 앨리스예요. 가문의 어르신들이 전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함께 식사 어떠실지 여쭈려 전화드렸어요.”

앨리스가 최대한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염구준은 그런 자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체면을 꺾고 싶지 않았기에 차마 대놓고 거절하지 못했다.

“별거 아니었어요. 굳이 저 때문에 자리 안 만드셔도 됩니다.”

염구준이 최대한 예의를 차려 돌려 말했다. 그는 정말로 가고 그런 형식적인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

“전주님, 저도 전주님께서 이런 자리 꺼려하시는 거 알고 있어요. 정말 감사 인사만 드리려고 마련한 자리예요. 저희 가문에서 대표로 저와 가장 나이 많으신 족장 어르신 한 분만 참석할 거예요.”

앨리스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지 염구준은 결국 생각 끝에 동의했다.

“알겠어요. 그럼 갈게요.”

앨리스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린 것은 그였다. 만약 끝까지 이번 식사자리를 거절한다면 가문에서 그녀의 입지가 난감해질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앨리스 씨, 조언 하나만 할게요. 앞으로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하길 바라요. 폐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은 알겠지만, 다음번에도 남들이 당신을 무시하고 공격하는데도 가만이 있다면, 저 정말 실망할 것 같아요.”

염구준은 방어적이기만 한 앨리스의 태도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직접 나선 것이었다.

“앞으로 같은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다면, 강해져야 해요. 하지만 당장은 어렵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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