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앨리스는 옆에서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것으로 절 엘 가문과 완전히 묶어버리려는 거군요. 참으로 대단합니다.”이 말과 함께 염구준이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마음으로 나온 자리인데, 이런 방식으로 절 엮으러 할 줄은 몰랐네요.”엘 가문의 지분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염구준은 자신의 호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을 가장 혐오했다.“진정하세요. 이건 당신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염구준의 화난 모습에도 노인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말했다.“앞으로 제가 이 가문을 지킬 날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가주님은 좋은 사람이지만, 아직 좋은 가주가 되기엔 부족해요. 마음이 너무 여려 도와줄 사람이 필요합니다.”노인이 웃으며 자신의 건강 검진 보고서를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이건 지난달 검사한 결과입니다. 의사가 저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확실하게 가주님을 지켜줄 분이 필요합니다.”보고서 위에 간암 말기라는 글자가 빨간 줄로 적혀 있었다.“어르신, 왜 이제야 말씀하시는 겁니까!”보고를 본 앨리스가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가문에서 그녀에게 조언을 해줄 사람은 이 노인밖에 없었다. 노인은 방계 족장의 대표였고, 모두가 따르는 가문의 어른이었다. 그가 없어지면, 다른 족장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슬퍼할 거 없어요. 언젠가 올 날이었고, 다행히 미리 알아 이렇게 준비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노인이 웃으며 앨리스를 달랬다. 그런 다음 다시 염구준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전주님, 가주님은 원래부터 당신 사람이었잖아요. 앞으로도 당신 사람일 테니, 나쁜 거래는 아닐 겁니다. 부디 끝까지 책임져 주세요.”노인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명의 마지막 끝까지 오직 엘 가문만 생각하는 노인의 모습에 염구준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전주님.”염구준이 동의하자
“도련님 곧 돌아올 거예요. 하지만 식사 안 하시면, 안 돌아오실 거랬어요.”집사가 밥을 나명관 앞에 가져다 놓으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알겠어. 지금 먹을게.”나명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희망찬 눈빛으로 밥을 받아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스쳐지나간 그의 눈빛엔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집사는 숟가락으로 음식을 뜨느라 보지 못했다. 밤이 깊어진 조용한 시간, 발코니에 검은 그림자가 깃들었다.“누구야!”그림자를 눈치챈 나명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낮의 흐리멍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역시 미친 척한 게 맞나보군. 그럼 어디 제대로 얘기 나눠볼까?”검은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방에 그의 소리로 가득 차,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다.“누구냐! 나랑 얘기하고 싶은 거면 모습을 드러내라!”나명관이 사방을 돌아다니며 소리쳤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 존재의 행방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너를 이 상황에서 구해낼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나흐 가주가 경계하는 모습을 본 그림자가 웃던 것을 멈추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필요한 자원은 다 대줄 테니, 염구준을 상대해줘. 자세한 얘기는 내 주인이 알려 줄 거다.”그 말에 나명관은 깊은 생각에 빠졌는지 돌아다니던 것을 멈추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때 그 영민했던 나흐 가문 가주는 어디에 갔는가? 설마 이대로 여기서 죽을 때까지 썩을 생각인가?”“아니,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마자, 나명관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그렇다면 내 조건을 받아들여라.”어둠 속에 있던 존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는 이미 승리를 예상한 것 같았다.“알겠다. 받아들이지.”잠시 고민한 뒤, 나명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모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
“그 사람이 미쳤을 리 없지. 처음엔 나도 긴가민가 했지만, 역시나 연기였네. 계속 그대로 있었으면 내버려두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군.”그처럼 굳건한 의지를 갖은 사람이 겨우 이런 일로 미쳐버렸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말이 안 됐다. 집사도 나정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모든 것이 파악되자, 집사는 도리어 마음이 평온해졌다. 나명관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이곳을 도망친 것이니, 다치진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그냥 거기에 있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나정한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그의 손엔 어느새 부러진 펜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통화가 마무리되고 집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분명 나명관은 그를 엄청 증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대표님, 여기 서류에 서명이 필요합니다.”노크소리와 함께 비서가 서류를 든 채 사무실로 들어왔다. 나정한은 고개를 끄덕이다 미간을 찌푸렸다. 손에 들고 있던 펜은 부러져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펜 하나 줘봐.”그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이 매우 복잡했다. 나정한의 상태를 눈치챈 비서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 있으셨어요?”이 질문에 나정한의 얼굴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표정을 풀고 답했다.“어젯밤에 그 사람이 머물고 있는 별장에 누가 다녀갔는지 조사해줘. 누군가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었을 텐데, 없어졌어.”나정한이 서류에 사인을 하며 비서에게 명령했다. 비서는 단번에 그 사람이 누굴 뜻하는지 알아차렸다.“뭐라고요? 그 분이 도망쳤다고요? 도대체 어떻게?”나명관이 도망쳤다니, 비서는 크게 놀랐다.“왜 두려워? 설마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그 모습에 나정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전주님께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하지만 비서는 전혀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아니, 일단 조사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나정한이 고개를 저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나명관은 가슴이 두려움으로 뛰기 시작했다. 부서진 잔해들, 가득 쌓인 먼지, 그리고 은은한 피 냄새.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반쯤 열려 있는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왔군.”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누구야?”속으로는 두려웠지만, 나명관은 애써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당당히 소리쳤다. “나? 네 주인이 될 사람. 앞으로 계속 걷다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가라.”목소리에 가소롭다는 듯 낮은 웃음기가 묻어 있었다. 나명관은 불안했지만 남자의 말 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나타난 인물, 나명관은 그의 정체를 깨닫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 어떻게….”이 남자는 그도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염구준을 조사할 때 나왔던, 그의 최대의 적, 흑풍 존주였다!“내가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눈치군. 그렇다면 내가 너를 찾은 이유도 알겠네?” 나명관의 표정을 본 흑풍 존주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었구나! 내게 염구준을 상대하게 원했던 사람!”나명관이 담담히 말하며 속으로 결심을 내렸다. “너 보고 혼자서 염구준을 상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상대할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염구준이 무너지지 않으면, 넌 절대로 회사를 장악할 수 없을 테니.”흑풍 존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오만하게 나명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명관은 왠지 모를 불안이 서렸다. “하지만 난 지금 권력도 힘도 없는데, 왜 굳이 나를 선택했지?”나명관은 탐색하듯 물었다. 역시 다년간의 경험이 길러낸 노련함은 어디에 가지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찾아온 흑풍 존주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없기는, 나흐 가문 유럽 쪽에도 큰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분명 거기에 걸맞는 탄탄한 동맹 세력이 있지 않는가? 예를 들면… 혈용사, 크리스라던가?”흑풍 존주는 이 말과 함께 나명관의 안색을 힐끗 살폈다. 용병 왕 크리스는 과거에 나명관에게 목숨을 빚진
그렇게 염구준을 겨냥한 음모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나흐 그룹 빌딩.정장에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한 채, 나흐 가문 가주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아주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나정한, 나와라!”그 기세에 리셉션 직원들은 물론 경호원들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인물, 그가 다시 돌아왔다. 이때, 어디선가 빠르지만 균일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나명관의 큰 아들, 나정한이 암위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었다. “미친 척할 거면 끝까지 하지, 이제 와서 왜 이러십니까?”부자 사이라 나정한은 누구보다도 아버지 나명관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상했었다. 나명관은 대꾸하지 않고 곧바로 정색하며 본론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내게 회사를 넘겨라.”그렇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듯이, 나명관이 말했다. “거절할게요.”나정한이 허웃음을 지으며 단호히 대답했다.“죽여라! 반항하는 자, 모두 죽여!”나명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살기가 들어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강자들이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암위, 모두 죽여라.”하지만 나정한도 얌전히 당해줄 마음이 없었다. 순식간에 두 세력의 싸움이 벌어졌고,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의 비명과 병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일반 직원들은 두려움에 사방으로 흩어지며 구석에 몸을 숨겼다. 겨우 월급 받는 회사를 위해 목숨 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크리스가 데리고 온 용병들과 흑풍 조직이 합세하자 전투는 당연히 나명관 쪽이 우세했다. 나정한이 이끌고 있던 암위는 대다수 죽거나 다쳤다. 나정한도 밧줄에 묶인 채 나명관 앞으로 끌려 나왔다.“아들아, 난 진짜로 널 다치게 하고 싶은 마음 없었어. 이 모든 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거야. 참으로 안타깝구나.”“퉤, 웃기지 마. 진작에 당신을 죽였어야 했는데.”나정한이 살기어린 표정으로 아버지 나명관을 보며 말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
공격이 휘몰아쳤고, 엘 가문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실력이 너무 앞도적이었다.“앨리스, 넌 나랑 좀 가야겠어.”크리스가 갑자기 앨리스 뒤에 나타나더니, 거친 손을 뻗었다. 적을 제압하려면 우선 그들의 우두머리부터 잡아야 한다. 과연 전투 경험이 풍부한 용병왕 다운 판단이었다.“조심해요!”하지만 이때 옆에 있던 청용이 크리스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며 저지했다. 크리스는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쾅하고 단단한 것끼리 부딪히는 굉음이 울려퍼지며 주변에 흙먼지를 일으켰다.청용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앨리스를 한손으로 들어 고성 안으로 들어섰다.“욱!”한쪽으로 사람을 보호하랴, 한쪽으로 공격을 막으랴, 청용은 결국 데미지를 입고 말았다. 결국 그녀는 울컥하고 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른 피를 밖으로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부러진 팔, 청용은 남은 손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크리스를 노려보았다. 과연 용병왕답게 크리스의 실력은 대단했다. “빨리 문 닫거라!”앨리스가 불리해진 상황을 빠르게 눈치채곤 사람들에게 서둘러 명령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소용없었다. 문이 닫히는 것보다 크리스의 행동이 더 빨랐기 때문이다. 초강자가 한 명만 있더라도 전투의 판세가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크리스가 닫히던 문을 쾅 하고 주먹으로 내리치며 다시 활짝 열리게 했다. 망했다! 거의 모두가 최악을 생각하며 절망하던 순간이었다.“멈추지 마! 계속 공격해!”앨리스가 포기하지 않고 외쳤다. 다양한 무기들이 크리스를 향해 쏘아졌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사람들은 좀 전보다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았고 패배가 거의 확정된 듯했다. “죽어라!”크리스가 앨리스를 향해 분노 어린 목소리로 돌진했다. 정말 답 없는 상황이었다. 앨리스는 죽음을 각오한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길지는 않았지만, 나름 괜찮았던 삶, 주마등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두 사람을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 덕에 주변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으나, 그 누구도 감히 끼어들어 말릴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인간의 경지를 넘은 무공의 위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이들에겐 칼과 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불과 번개가 이리저리 부딪는 듯한 모습만 볼 수 있었다.그렇게 잠시 후, 한참 서로 공격을 퍼붓던 둘이 떨어졌다.“하하, 아주 통쾌하군!”염구준은 이 상황이 너무 즐거웠다. 눈은 온통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훅, 훅!”반면 크리스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 처음에 자신만만했던 모습 따위 완전히 없어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예전에 패배했던 쓰라린 기억이 다시 트라우마처럼 되살아났다. “다시 간다!”염구준은 공격을 재기했다. 하지만 그 속도와 위력은 전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강력한 돌풍과 함께 불길이 일어났다. 크리스는 이 이상 염구준을 상대하다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전투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당장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약한 생각 때문인지, 그는 결국 허점을 보였고 염구준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먹이 번쩍하고 크리스의 등을 강타했다.“악!”그는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고수들의 대결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단 한 번의 방심이 죽음을 불러왔다. 그렇게 한시대를 누비던 용병왕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스라졌다. “흑풍 존주, 빨리 도와주지 않고 뭐해!”상황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나명관이 외쳤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흑풍 존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비로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계략에 빠져 놀아났음을 깨달았다.그는 완전히 버려진 것이다. 염구준이 나타난 이상 흑풍 존주가 모습을 드러낼 리 없었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리고 당장 20억을 보내지 않으면 용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어.”마지막 말을 마치자,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시골에서 농사나 짓던 그녀에게 20억은 도무지 구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염구준은 그녀의 아들이 정확히 동남아시아 어디로 갔는지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무리안이라는 지역명을 말했다. 그 순간 염구준은 낭패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리안, 동남아시아 북부에 있는 지역으로 각종 주술, 샤먼이 선행하는 아주 위험한 곳이었다. 심지어 동남아시아에서 유명한 패자 멘딘 제레조차 피하는 장소였다. 그런 통제 불가능한 곳에 돈 벌러 가다니,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준 씨, 상황이 많이 복잡해?”그의 진지한 표정을 본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아니야, 일단 동영상부터 보자.”상황이 복잡하긴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구출해야 하는 대상이 살아있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그렇게 그들은 용필이가 봤다는 영상들과 협박 영상 신청하기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가 자기 집을 소개하는 모습, 주변에 여자들이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는 모습, 외제차를 몰며 명품에 도배되어 있는 남자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으로 협박용으로 보내졌다는 영상까지.저 혼란한 무리안을 이토록 아름답게 포장하다니,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그러다 문득, 영상을 계속 돌려보던 염구준의 눈에 익숙한 것이 발견되었다. 바로 이들의 목에 걸려 있는 신무옥패와 유사한 옥패였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미끼를 던져 강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뭐 좀 보여?”하지만 손가을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듯 물었다.“응, 생각보다 상황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 같아.”염구준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모님, 연락 온 핸드폰 저한테 주세요. 제가 해결해드릴게요.”혼란스러운 무리안,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고마워!”이모가 안도감이 서린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