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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그들은 육 씨 세 번째 안주인의 자식들이었다.

육경민은 서울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였다. 꽃밭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는 하루가 멀다 하게 여자친구를 바꾸었다.

육미경은 학생인데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 키운 공주였다.

두 사람은 늘 잠자코 있었지만 육시준을 반대하는 일에서는 둘이 꼭 한편을 먹었다. 그리고 기회를 노리다가 트집을 잡았다.

육경서는 조용히 있는 편이었지만 그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형수는 똑똑하고 참한 사람이에요. 누구 여자친구들처럼 육 씨 가문에 들어오려고 애쓰지 않는다고요.”

육경민의 전 여자친구가 가문의 연회장에 와서 큰일을 저지른 바람에 그의 체면이 구겨졌었다. 늘 새로운 여자들 사이에서 오고 간 후과였다.

이 일은 세 번째 부인의 치욕이라 그런지 육경서의 말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너!”

육경민이 뭐라하기도 전에 룸의 문이 열리고 육시준이 들어왔다.

모두들 고개를 번쩍 들고 그의 뒤에 따라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싶어 했다.

그의 부모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육시준은 혼자였다.

“유리는 일이 있어서 못 와요. 대신 유리가 두 분께 드리는 선물 제가 집에 갖다 놓았어요.”

그는 담담하게 해석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육경민은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

“형, 우리를 속인 건 아니지? 할아버지가 손자며느리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는지 알면서! 그래서 일부로 거짓말한 거야?”

70여 살 된 육청수는 나름 신경 쓴 복장으로 테이블센터에 앉아있었다. 늘 차분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육청수는 그의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헛기침을 한 육청수는 육시준의 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하며 눈을 부릅 떴다.

“내가 뭐랬냐? 저번에 만난 그 여자애하고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해놓고 갑자기 결혼을 해? 누구랑 결혼을 해! 다른 여자하고 눈이라도 맞았다는 거냐?”

지난번 소개팅이 허무하게 끝이 난 바람에 육청수는 화가 잔뜩 치밀어 올랐지만 육시준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해하며 가족모임에 참가한 것이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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