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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강유리는 그가 기분 좋은 틈을 타 더 분발했다.

“오늘 내가 약속을 어겨서 사과해야 하는데, 이렇게 불쑥 데리러 오면 아무런 준비도 못 하잖아.”

남자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내가 오는 게 싫어?”

“그런 말이 아니라 내 계획이 틀어졌다는 거야. 꽃다발을 사서 주려고 했거든.”

“…”

육시준은 그저 웃으면서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런데 강유리가 가방을 들더니 카드 한 장을 꺼내 손에 쥐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가져가서 마음대로 긁어!”

“…”

“!!!”

육시준은 물론 임강준도 경악했다.

대표님도 참 염치가 없네.

이런 돈도 받다니 양심이 아프지 않으세요?

“친구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다 그렇다나? 꽃은 물론 돈을 진탕 쓰는 것엔 더 자제력이 없다고.”

강유리가 배시시 웃으면서 은근슬쩍 친구까지 들먹였다.

그렇다고 직접 다른 남자에게 카드를 준 적은 없었다. 그저 다른 사람이 알려준 것일 뿐.

육시준은 길쭉하고 하얀 손가락으로 카드를 잡고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임강준이 참지 못하고 정정해 주었다.

“사모님, 여자들이 꽃을 좋아하고 진탕 쓰는 것을 좋아하죠.”

육시준이 의아해했다.

“다 똑같잖아? 너 설마 싫어해?”

“…”

누가 싫어하겠어요.

임강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대표님이 왜 사모님에게 정체를 알리지 않았는지.

“콜록콜록, 평소엔 이 사람이 나한테 선물 많이 사줬어요. 물질적인 것엔 전혀 신경 쓰지 않거든요.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요!”

강유리가 말머리를 돌렸다.

임천강과 지낸 몇 년간은 모두 시간 낭비였다.

적어도 남의 앞에서 남친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것은 배웠다.

옆에 선 남자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강유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다가가 소곤거렸다.

“어때? 내가 잘했지?”

육시준은 온갖 암시를 던지는 눈을 한참이나 보고서야 눈치챘다.

“잘 했어. 생각해줘서 고마워, 여보.”

강유리는 여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육시준이 진지하게 ‘여보’라고 부르는 건 드문 일이다.

낮고 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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