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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옷상자들은 들어온 그대로 실려 나갔다.

사치품 로고가 찍힌 승용차들이 천천히 동네를 빠져나갔다.

옆 건물로 이사 중이던 성신영이 마침 그 모습을 보게 됐다.

마당에 서 있던 그녀는 떠나는 승용차에서 눈길을 뗄 수 없었다. 시즌마다 브랜드들을 집으로 불러 고민 없이 신상들을 모조리 사버리는 게 그녀의 꿈이었다.

고용인들을 데리고 이삿짐을 나르던 임천강은 멍하니 서 있는 성신영을 바라보다 그녀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니야, 매니저가 저 브랜드 모델을 논의 중 인데 문제없으면 다음 달에는 계약할 거 같아.”성신영은 고개를 돌려 부드러운 웃음을 보였다.

임천강은 성신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멋지네.”라고 말했다.

성신영은 몸을 기대어 임천강의 품에 안겼다. “나 저 브랜드 여름 신상은 다 가지고 싶어.”

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당연하지, 나중에 다 보내달라고 하자. 이 정도 모델 대접은 해야지.”

성신영이 달갑게 웃으며 말했다. “마침 오늘 짐 정리도 해야 하는데 오늘 보내달라고 할까?”

임천강은 사랑스러운 말투로 “네가 좋은 대로 해.”라고 답했다.

오후 내내 바빴다.

드디어 강유리의 옷방 정리가 끝났다.

꽉 찬 옷들과 가지각색의 신발, 시계대에 놓인 장신구들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귓가에는 강덕준의 말이 맴돌았다. 투자로 진 빚이 수백억...

처음에는 육시준도 얻고 싶은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육시준이라는 사람이 필요했고 육시준은 그녀의 돈이 필요 할거라고.

하지만 육시준이 돈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월급을 미리 받아서라도 그녀의 옷을 사주었고 빚을 진 상황임에도 그녀의 옷장을 채워줬다.

부자 놀이에 재미라도 들린 걸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걸까?

울리는 전화 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육시준의 문자였다. “브랜드 일은 신경 쓰지 마. 기분 나빠하지 말고,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게. 다른 옷들은 마음에 들어?”

오씨 아주머니가 아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나 보다.

오랜 해외 생활로 강유리는 독립적인 성격을 가지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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