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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릴리는 신하균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다쳤으면 어쩌려고요? 저 대신 복수해 주실 거예요?"

신하균은 모처럼 정색하지 않고 릴리의 맞장구를 쳤다.

"네, 다 잡아넣을 거에요."

"..."

이 남자 혹시 취했나?

릴리는 신하균을 잠시 동안 쳐다보았다. 표정이 진지하고 눈이 맑은 것이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결같이 냉정하던 눈동자는 의외로 다정해졌다...

릴리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응, 내가 취한게 분명해.

릴리는 신하균을 지나쳐 잰걸음으로 길가로 가려고 했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누군가가 가져가자, 릴리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릴리의 가방뿐만 아니라 다른 한 손에 있던 하이힐도 받아들어 릴리의 앞에 쭈그리고 내려놓았다.

"신어요, 맨발로 언제까지 돌아다닐 거에요?"

"..."

릴리는 눈꼬리를 실룩거리며 신하균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아요, 하지만 당신이 계속 이렇게 평소랑 다르게 행동하면 제가 당황스러운데요."

신하균은 입을 닫고 한 손은 하이힐을 들고 다른 한 손은 릴리의 발을 잡았다.

"아!"

릴리가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삐끗해서 한 손은 신하균의 어깨를 잡았다.

신하균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다.

릴리의 두 발은 백옥처럼 희고 발톱은 둥글었고 분홍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다.

왠지 귀여워 보였다...

신하균은 2초 동안 쳐다보고는 어설프게 하이힐을 집어들어 릴리에게 신겨 주었다.

릴리는 평소에 남을 꼬실 때는 뻔뻔하게 어떤 말이든 다 내뱉지만, 사실은 입만 살아서 정말로 손이 닿으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신발 두 짝이 다 신겨졌다.

신하균은 일어서서 릴리의 손목을 가볍게 잡고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집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릴리의 시선은 갈 곳을 잃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신하균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귀신이라도 씌었나?"

신하균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신하균도 자신이 오늘 밤은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쓸데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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