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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먼저 릴리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한 다음 대중들 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두 릴리가 하기에 달려 있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자기가 지금 릴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 셈이다.

‘나는 이미 할 만큼 했어...’

그래도 겉으로 드러내는 견제가 뒤에서 몰래 부리는 수작보다 나은 편이다.

고정철의 말은 듣기에 꽤나 거북했다. 하지만 릴리는 옆에 있던 고정남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자기 동생이 이 정도로 끝낼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더 이상 어떤 수도 쓰지 않을 거라고?’

‘허, 나는 안 믿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누군가가 자기 몫에 손을 댄다면 릴리는 같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겨우 독설 몇 마디로 끝낼 리가 없다.

릴리는 얌전한 척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어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 자리에 계속 있으려면 지금 여기 계시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겁니다.”

고정철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르치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터득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랫사람이 가진 그릇에 달렸다.”

“...”

‘이 늙은이가 기어코 시비를 걸겠다 이거지.’

고정철은 릴리는 그릇이 안 되어 이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다고 돌려 까는 것이다.

‘당신이 먼저 시작한 거예요. 그럼, 모두 다 불편해지자고요.’

“셋째 삼촌은 제 그릇이 작다고 생각하시나 보네요? 어쩐지. 그럼 얼마 전에 아드님이 했던 행동들은 혹시 새로운 회사를 차리기 위해서 인가요?”

릴리의 말투는 여전히 고분고분했지만 내용은 허를 찔렀다.

고정철은 안색이 약간 변하며 목소리를 깔고 야단을 쳤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고정남도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내 릴리를 제지했다. 설령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런 자리에서 말하면 안 된다.

“그만하거라! 지금이 어떤 자린지 주의해라. 더 이상 네 셋째 삼촌의 화를 돋구지 마라!”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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