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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연회는 호텔 꼭대기 층에서 열렸다. 강유리가 도착했을 때 릴리는 지루해서 고정남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 릴리가 파격적인 행동을 보인 바람에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에게 쏠려 있다. 그들은 때때로 와서 술을 권하며 떠보듯 얘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

물론, 릴리도 아무 때나 소동을 벌이는 건 아니다.

이렇게 한가할 때는 릴리도 굳이 일을 만들지 않는다. 그저 고정남의 뒤를 따라다니며 사람을 기억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비위를 맞추고 있는데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릴리는 두 눈이 반짝했다.

“우리 언니가 왔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

고정남은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말을 듣고 슬쩍 쳐다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릴리는 달아나 버렸다.

릴리가 이 말을 한 것은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

기자회견이 끝났고 고정남은 이사회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그리고 또 어르신의 전화를 받아 혼났었다.

그는 릴리때문에 머리가 아파왔다. 고정남은 릴리가 또 사고를 칠까 봐 주변에 먼저 실례한다고 말하고 릴리를 따라갔다.

온 사람은 강유리와 육시준뿐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상냥하게 인사를 했다.

“고 아저씨.”

고정남은 허세를 부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희 둘만 왔느냐?”

육시준이 대답했다.

“외할아버님은 소란스러운 것은 좋아하지 않으셔서요.”

“...”

육시준은 그가 묻는 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고정남은 계속 물어보지 않았고 육시준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미적지근했다. 어차피 모두가 진실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연기할 것도 없었다.

“아버지, 언니랑 얘기를 좀 나누어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

릴리는 고정남이 따라온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 고정남은 릴리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아직 소개시켜 줄 분들이 더 남아있다. 그러니 맘대로 돌아다니지 말거라!”

그러자 릴리가 강유리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네, 걱정마세요. 곧 돌아올게요.”

고정남은 막았지만 소용이 없자 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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