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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릴리를 좋아하시는군요? 하지만 릴리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여자는 여자가 제일 잘 알아요. 릴리가 당신을 보는 눈빛에는 숭배와 사랑이 없어요. 당신이 저와 함께 가는 것을 보고 질투를 한다면...”

제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믿지 않았다.

릴리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감히 그렇게 확신할 수 없다.

저도 모르게 지난번 차 안에서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지금 너무 좋아요. 이제 더 이상 당신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해요!”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말하기 싫으면 됐어요. 어쨌든 김솔이 저보다 예뻐서는 아닐 테니까!”

릴리는 스스로 눈치껏 이 화제를 끝냈다.

듣기 싫은 대답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있다.

귀신이 곡할 노릇으로 신하균이 릴리를 붙잡았다.

“네가 싫다고 한 적은 없다.”

순간 공기가 다시 얼어붙었다.

구경꾼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고백인 건가?

가장 충격 받은 것은 신주리였다.

신주리는 갑자기 자신이 친오빠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부끄럼이 많은 사람이었나?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수수께끼도 아니고 저게 뭐야?’

‘정말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부모님이 자꾸 결혼을 재촉해서 변명을 만든건가?’

다들 각자 그의 뜻을 추측하며 릴리가 이‘고백’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했다.

“네, 네. 체면을 세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지 않으셔서요!”

릴리는 아무렴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도 모두 주의하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좋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어떤 말이든 연애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게 된다.

릴리가 지금 딱 그렇다.

이 말을 남기고 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을 가지러 갔다.

릴리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고 흥미도 없어 보였다.

테이블에 남은 사람들은 멍하니 서로만 쳐다봤다.

그리고 착잡한 눈빛으로 신하균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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