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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설영준은 왼손에 휴대폰을 쥐고 오른손으로는 이마를 짚은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오후 2시가 되었을 무렵 그는 주정명과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레스토랑 룸.

주정명은 설영준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나이도 그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매번 아들뻘인 설영준과 만날 때면 이상하게 불편했고 심지어는 우스갯소리로 마치 주상전하를 모시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주현아와의 약혼이 무산된 일만큼은 설씨 가문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설영준이 안으로 들어오고 주정명은 그저 고개를 살짝 까딱할 뿐 크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웨이터가 들어온 후 설영준은 주정명이 즐기는 우롱차를 주문했다.

“기억력이 좋구나. 이제는 예비 사위도 아닌데 내가 즐겨 마시던 것도 다 기억하고.”

“그럼요. 그래서 누가 언제 무슨 짓을 어떻게 했는지 같은 것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웨이터가 나간 뒤 설준영은 주정명을 바라보며 뼈 있는 말을 꺼냈다.

이에 주정명은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아무래도 설영준이 무언가를 단단히 준비하고 온 듯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오케스트라 인수 건보다 더 강력하고 날카로운 무기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최근 주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 여자가 속해 있는 오케스트라를 인수하시겠다고요? 돌려 말할 생각 없습니다. 그 인수 건 계속 진행할 생각이라면 저도 대표님께서 몇 년 전에 저질렀던 일을 그대로 경찰서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뭐야?”

설영준은 그의 여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이름을 대지 않았다.

주정명은 이미 머리가 새하얘져 입이 바짝 말라왔다.

“설영준, 너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기나 해?”

“20년 전, 대표님이 건설회사 대표직을 맡고 있었을 당시 부실공사로 다리 하나가 붕괴했었죠. 그때 3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인명피해가 있었고요. 사건이 일어난 뒤 대표님은 제일 먼저 다리 공사 총 책임자를 매수해 수치를 조작했고 가짜 증언을 하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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