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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네가 내 남자가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다고

저녁.

송재이는 서유리와 함께 빌딩에서 걸어 나왔다.

빌딩 바로 앞 도로변에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멈춰서 있었다.

그 차가 설영준의 차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서유리는 옆에 있는 송재이에게 눈치를 주었다.

설영준은 송재이를 발견하고는 창문을 내려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타요.”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송재이는 그가 ‘네 남자’라 했던 말이 생각나 어딘가 모르게 민망하고 또 어색했다.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았다.

송재이는 머리를 뒤로 한번 쓸어넘긴 다음 운전석에 앉은 그를 향해 말했다.

“유리 씨랑 가야할 곳이 있어요. 먼저 가요.”

그녀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서유리는 처음 듣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영준은 피식 웃더니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정말 안 탈 거예요? 악단이 곧 인수되게 생겼다던데 그 인수하려는 사람이 나란 생각은 못 하나 봐요?”

그 말에 송재이와 서유리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유리는 서둘러 송재이를 차량 쪽으로 떠밀며 말했다.

“빨리 가서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요. 그리고 인수하려는 사람이 정말 대표님이라면 그때는 미인계로 어떻게 해봐요, 알겠죠?”

송재이는 어이가 없었다.

미인계라니!

그때 빌딩 안에서 사람들이 밀려 나왔고 그들을 보고는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송재이는 서유리와 인사하고 난 후 차에 올라탔다.

한동안 설영준에게서는 처음 맡아보는 여자 향수 냄새가 났었다. 그 냄새가 주현아의 향수 냄새였다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하지만 최근 그에게서 그녀의 향수 냄새는 사라졌고 지금도 설영준의 차 안에서는 은은한 우디향만 풍겼다.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 송재이는 시트에 등을 편히 기댔다.

그리고 차에 시동이 걸리고 나서야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인수된다는 거 알고 있었어?”

“응, 들었어.”

그 말은 인수하려는 사람이 설영준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아까는 그냥 하는 소리였나 보네. 설영준이 아니면 대체 누구지?’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가?”

송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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