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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동정 따위 그녀는 필요 없다

다음날.

도정원은 송재이와 길거리 꽃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두 사람은 각각 꽃다발을 샀다.

그런 다음 도정원은 운전하고 송재이는 그가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았다.

차는 도로를 천천히 달려 교외에 있는 묘지로 향했다.

가는 길에서 두 사람은 거의 대화가 없었다.

두 사람이 제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하늘에서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남쪽의 겨울비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동반했다.

도정원은 추위에 움츠러드는 송재이를 보고 배가 고프냐고 물었다. 그런 다음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몸을 녹이자고 했다.

송재이도 그의 말에 알겠다고 답했다.

저녁이 되자 빗방울이 경주의 거리를 적셨다.

가로등은 어두운 거리를 따뜻하게 밝히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 작은 국수 가게가 있었다.

두 사람은 국수 가게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마주 보고 앉았다.

송재이와 도정원은 가끔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지만 미묘하게 잔잔하고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설씨 저택, 2층 서재.

설영준은 설한 그룹 법무팀과 재무팀이 보낸 모든 세부 정보를 모두 박윤찬에게 보냈다. 그리고 내년 그룹 감사 회의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설명했다.

설 연휴 기간에 일 얘기를 하는 것은 비매너였기에 설영준은 긴 얘기를 최대한 짧게 얘기하며 박윤찬의 휴식 시간을 많이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전화를 끊은 뒤 설영준은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그는 의자를 돌려 서재의 통유리창을 바라보았다.

이곳은 산 중턱에 있는 별장이라 대부분 아주 조용했다. 평소에는 괜찮았지만 이런 명절 때는 조금 황량하게 느껴졌다.

특히 섣달그믐날 밤을 그는 혼자 보내려니 조금 쓸쓸했다.

설영준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더 투정이 많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외로움이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무심코 메시지들을 훑어봤다.

일상적인 업무 외에는 사람들과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부하 직원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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