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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드물게 오지랖을 부리는 설영준

설영준은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도정원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비서에게 자신의 차를 운전해서 가라고 한 뒤 설영준의 차에 탔다.

오늘은 날씨가 좋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햇빛 때문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도정원은 설영준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음을 보아냈다.

그는 입을 열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골프장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은 각자 휴게실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 골프장은 경주 상류층들의 집결지라고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지위가 높고 권세가 높은 사람들이고, 1년 회원권이 무려 몇천만 원이었다.

휴게실 사물함 안에는 갈아입을 옷이 몇 벌씩 준비된다.

설영준과 도정원은 캐주얼한 차림으로 갈아입고 안에서 나왔다.

햇빛 아래 서자 그들은 평소 정장 차림 때보다 몇 살은 더 어려 보였고 청량함과 활력도 느껴졌다.

설영준은 골프채를 들고 그늘 아래 서 있었다.

잠시 뒤 도정원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섰다.

두 남자는 키가 엇비슷했고 둘 다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아우라가 남달랐다.

그들은 조금 전 회의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공을 쳤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막 지난 설날로 화제가 돌려졌다.

도정원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도씨 일가 사람들과 친분이 많지 않아서 그저 기본적인 예의만 차릴 뿐입니다. 그래서 설이면 아버지와 설을 보내는 경우가 잦죠. 예전에는 숙부들이나 친척들이 불평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안 그럽니다...”

아주 겸손한 말이었다. 그러나 설영준은 충분히 이해했다.

현재 도정원은 회사에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더는 도씨 일가에서 무시당하던 그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권력과 지분으로 인해 집안에서의 권위도 꽤 높아졌을 것이다.

원래 사람은 강해지면 괴롭힘 받는 일이 적어진다.

설영준은 엷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도정원 씨는 승승장구하고 계시니 아버님께서도 분명 아들인 도정원 씨를 자랑스럽게 여길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단둘이 설을 보낸다면 조금 쓸쓸하지 않나요? 재혼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주승아 씨도 돌아가신 지 꽤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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