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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이경빈은 자존심이 강하고 일 처리도 칼 같은 남자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을 쉽게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놓고 면박까지 들었으니 공수진에게 화를 내든 살살 타이르든 그 방식이 뭐가 됐든 더 이상 탁유미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렇게 하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백연신에게 탁유미의 일자리를 부탁해보는 수밖에 없다.

임유진이 떠난 뒤 이경빈은 고개를 돌려 공수진을 바라보았다.

“왜 그랬어?”

공수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그냥 경빈 씨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경빈 씨가 양육권을 꼭 되찾고 싶어 하니까... 탁유미 씨한테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그러면... 양육권을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경빈은 이를 꽉 깨물고 의중을 알 수 없는 눈길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공수진은 그에게 치졸한 마음을 들킬까 봐 서둘러 시선을 피해버렸다.

사실 그녀가 이런 짓을 한 건 양육권 쟁탈 때문이 아니라 결혼 날짜 발표를 하기로 한 그날 이경빈을 파티장에서 뛰쳐나가게 만든 장본인인 탁유미와 윤이에게 분풀이를 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양육권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니까.”

이경빈의 싸늘한 말에 공수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곧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그저 도움이 되려고 했던 건데 내가 잘 못 생각했나 봐요... 앞으로 경빈 씨 말만 들을게요. 다시는 이런 일 없게 할 거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네...?”

이경빈은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화 안 났어.”

“진짜요? 나는 경빈 씨가 그 여자 때문에 나한테 화난 줄 알았어요. 혹시라도...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는 건가 해서...”

공수진은 그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내비치듯 이경빈의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런 짓을 함으로써 이경빈에게 또다시 탁유미를 떠올리게 할 빌미가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예상대로 이경빈은 공수진의 손을 잡고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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