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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임유진은 고개를 살짝 들고 한쪽을 바라본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강지혁을 바라보았다.

“계산을 다 했어?”

“응, 다 됐어.”

“그럼 가자.”

그녀는 자신의 가방을 들고 무언가를 피하는 것처럼 그와 함께 가게를 나갔다.

“왜, 뭘 피하는 거야?”

그가 물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추자 얼굴에 난해함이 스쳤다.

“전 동료들도 이곳에 와서 밥을 먹네. 나는……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그녀는 말하면서 또 스스로를 비웃었다.

“매우 우습지, 사실 그들은 모두 나의 처지를 알고 있어. 아마도 내가 지금 얼마나 초라한지 짐작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나는 그들을 이렇게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들의 눈에 비친 동정을 보고 싶지 않고, 그들의 안타까움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한때 변호사라는 직업은 그녀가 일생을 분투하고자 하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그 동료들이 여전히 그 직업을 하고 있고, 그녀는 이제는 손댈 수 없다.

그녀가 지금 이 자신을 향한 비웃음은 그의 마음을 갑자기 아프게 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낮게 말했다.

“그럼 피하는 것이 좋겠다. 언젠가 누나는 누구보다도 더 잘살고 있을 거야.”

“잘 산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의 그녀는 어떤 미래도 생각하지 않았다.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벅찬 현실이었다.

————

"세령이에게서 들었는데, 너 임유진을 도와 일을 찾아주려 했다면서? 경고하는데 이제는 그 여자의 일에 손을 대지 마라. 그녀가 애초에 해친 것은 세령의 언니야, 강지혁의 약혼녀라고! 우리 소씨네 집은 강지혁의 미움을 사면 안 돼!"

핸드폰 너머로 소민준의 아버지의 엄한 경고가 들려왔다. 소민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대답했다.

“알았어요.”

강지혁에게 미움을 살 수 없다는 이 말을 그는 이미 너무 많이 들었다. 그 당시 모든 사람은 왜 그가 임유진 같은 여자친구를 사귀었냐고 원망했다.

다행히도 후에 그는 유진이와 헤어지고 세령과 교제했다. 세령에 대해 집안은 자연히 매우 만족했다. 두 집안이 대등했으니 말이다. 진 씨 가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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