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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아빠가 이따 결혼 날짜 발표는 경빈 씨가 하는 게 좋겠대요.”

“그래.”

공수진이 원하는 거라면 다 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이따 음악이 흐르면 나랑 같이 춤춰요.”

“그래.”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고 이경빈은 발신자를 힐끗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공수진에게 전화 한 통만 하고 오겠다며 연회장 구석 쪽으로 갔다.

그에게 걸려온 발신 번호는 탁유미를 감시하려고 보낸 사람의 번호였다.

그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건 탁유미 쪽에 급한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상대방의 말을 듣던 이경빈의 얼굴색이 급속도로 변해버렸다.

“대표님, 탁유미 씨가 3시 45분 출발의 KTX 승차권을 구매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아무래도 S 시를 떠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혼자가 아닙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탁유미에게는 어머니가 있고 전에 출소했을 때도 어머니와 함께 사라졌었다.

그래서 같이 있는 건가?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말에 이경빈은 하마터면 휴대폰을 놓칠 뻔했다.

“뭐라고?”

“3, 4살 정도 되는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

아들? 탁유미에게 아들이라니?!

이경빈은 머리가 새하얘졌다.

“대표님, 이제 어떡할까요. 못 떠나게 잡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보낼까요?”

이대로 그녀가 S 시를 벗어나게 되면 다시 찾는데 또다시 시간이 걸리게 된다.

그때 연회장의 조명이 하나둘 꺼지더니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공수진은 그와 춤을 추기 위해 이경빈의 옆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오늘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사진을 위해 특별히 기자까지 섭외해 두었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그간 인터넷에서 떠돌던 그녀를 향한 동정의 시선들이 단번에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이경빈이 휴대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떠나지 못하게 당장 잡아! 그리고 내가 갈 때까지 절대 놓치지 말고!”

춤을 추기로 약속했던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회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경빈 씨!”

당황한 그녀가 자신도 얼른 따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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