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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탁유미 엄마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공수진과 비교하면 자신의 딸은 처지가 너무나도 기구했다.

“엄마! 윤이 듣겠어요.”

탁유미 엄마는 그제야 입을 꾹 닫았다.

다행히 윤이는 지금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두 사람의 대화는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탁유미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심지어 지금 당장 엄마와 아이를 데리고 열차에 오르고 싶은 충동도 일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마침내 안내방송이 들려오고 전광판에는 그들이 타게 될 열차 옆에 빨간색 승차 준비 등이 깜빡였다.

하지만 그때 하필이면 윤이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고 탁유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엄마, 나 윤이 데리고 화장실 갔다 올게요.”

“늦지 않게 빨리 와.”

“알겠어요.”

그녀는 윤이를 혼자 남자 화장실로 보낼 수는 없었기에 아이를 데리고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볼일을 보게 한 다음 아이의 손을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엄마, 혹시 무서워요?”

막 나가려는데 아이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나왔다.

탁유미는 윤이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해?”

“엄마 얼굴이 지금 딱 악당을 마주치기 직전의 얼굴이에요.”

윤이는 요즘 히어로물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었다

탁유미는 그 말에 웃을 수가 없었고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이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그렇게 얼굴에 티가 탔나?

“엄마, 내가 엄마 지켜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말아요!”

그녀는 눈가가 젖어오는 것을 느끼고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응, 엄마 이제 안 무서워.”

그녀에게 있어 윤이를 낳은 건 정말 최고로 잘한 일일 것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이나 했을까?

탁유미는 아마 윤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다.

그때 안내방송이 한 번 더 울리고 탁유미는 그제야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몇 걸음 채 떼기도 전에 그녀는 다시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몸은 덜덜 떨리고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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