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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임유진과 강지혁의 첫 만남이 어땠는지 탁유미는 일전 임유진에게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두 사람이 그렇게 만난 된 건 정말 대단한 인연이라며 감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인연이 아니라 점점 더 악연처럼 보였다.

“나 때문에 무리 안 해도 돼요!”

탁유미가 부채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였어요. 언니가 그런 표정을 짓지 않아도 돼요. 강지혁은 얼마 전부터 계속 자기 누나가 되어 달라고 했었거든요. 그냥 언니 일 때문에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에요.”

강지혁은 자신이 원하는 거라면 그게 무엇이든 반드시 손에 넣는다.

지금까지는 여차여차 거절을 해왔지만 그 거절이 언제고 먹힐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녀의 거절은 비유하자면 그가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 난이도를 조금 높여줄 장애물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대신 언니랑 윤이는 이제 이곳에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리고 나도 강지혁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긴 거고요. 이렇게 생각하면 꽤 나쁠 것 없는 거래 아니에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탁유미는 그녀가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주려고 이런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한 거래지만 임유진에게는 아니다. 잊고 싶은 옛 연인과 누나 동생이라는 이상한 관계에 발이 묶이는 게 정상일 리가 없다.

“이제 내 얘기는 여기서 그만. 그보다 어제 이경빈이 뭐래요?”

탁유미가 쓰게 웃었다.

“윤이를 이씨 집안으로 데려가겠대요. 물론 거절했어요.”

“그럼 윤이는 이경빈이 아버지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아니요. 윤이는 호텔 방에 도착하자마자 잠이 들어버려서 아무것도 몰라요. 그리고 이경빈이 윤이에게 말을 걸 틈도 없이 강지혁 씨 비서라는 분이 찾아왔거든요.”

어제는 만약 강지혁이 아니었다면 이경빈은 절대 두 사람을 풀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자는 윤이를 데리고 방에서 빠져나올 때 이경빈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있었다.

임유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소리까지 한 걸 보면 조만간 윤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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