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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그때 적막을 깨고 휴대폰이 울렸다.

강지혁은 전화를 받고 상대의 말을 듣더니 담담하게 알겠다는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다시 위패를 바라보았다.

“저는 역시 아버지 아들이 맞나봐요. 한 여자를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고 그 여자에게 버림받으면 살아갈 이유를 잃는 것을 보면. 하지만 저는 아버지처럼 죽을 생각은 없어요. 절대.”

말을 마치고 강지혁은 별채에서 나왔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던 고이준은 드디어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활짝 웃었다.

“대표님, 나오셨어요?”

“노인네 병원으로 갈 거니까 차 대기시켜.”

강지혁은 큰 표정 변화 없이 지시를 내렸다.

“네, 알겠습니다.”

몇 분 뒤, 강지혁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강씨 저택에서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VIP 병실.

허약한 몸의 노인은 지금 병상에 누워 의사의 말을 듣고 있다. 노인은 자신의 몸상태를 나열하는 의사를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 건지만 말해.”

의사는 조금 난감한 기색을 표하며 답했다.

“많게는 6개월 정도고...”

“적게는?”

강문철이 되물었다.

“적게는 4개월 정도로 보입니다.”

“알았어. 이 교수가 제안했던 치료 받을테니 이만 나가 봐.”

강문철은 의사와 간호사들을 전부 내보낸 후 옆에 있는 비서에게 말했다.

“이따 지혁이 오면 깨워.”

“네, 알겠습니다.”

한때는 S 시를 주름잡았던 전설의 인물이 지금은 잔뜩 쇠약해진 채로 병상에 누워 삶의 끝을 기다리고 있다.

강지혁이 병실로 들어왔을 때 강문철은 자고 있었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야윈 모습이었다. 약 때문에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고 볼은 살이 없어 푹 꺼져있었다. 누워있는 그의 주위로 죽음의 기운들이 감싸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확실히 늙으셨네.’

허약해진 강문철을 보며 강지혁은 어쩐지 복잡한 기분이었다.

강문철의 비서가 지시대로 깨우려고 하자 강지혁이 제지했다.

“좀 더 주무시게 놔둬. 깰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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