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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널

이석민은 지금 사무실 책상 앞에서 서준혁을 바라보고 있다.

서준혁의 얼굴이 하도 어둡고 음침하여 그는 속으로 무척이나 떨렸다.

“대표님, 계약서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이석민은 계약서를 전해 주려고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서준혁은 조금 전에 메시지 한 통을 받고 나서 순간 안색이 변한 것이고.

어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는 이석민은 머뭇거리다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아직 마지막 단계에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화인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되는 사안입니다.”

계약서는 드리머 쪽에서 보내온 것이고 관련 담당자가 자세히 보고 난 뒤 서준혁에게 전해진 것이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바로 사인해도 되는 그런 계약서이다.

서준혁은 내내 침묵만을 유지한 채 아직도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잠시 후 그의 얼굴은 마침내 전보다 약간 부드러워졌다.

이석민이 가져온 계약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에 찾아보라고 한 자료는요?”

“빌리언즈 내부 고위층에는 여정원 외에도 전에 화인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화인의 명성으로 다른 회사와 합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서준혁은 또다시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화인의 명성을 이용했다고요?”

“네.”

이석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

“여정원이 화인에서 나간 뒤로도 줄곧 관리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부 직원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드리머에 관해서도 수출팀 양현문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석민은 갑자기 여정원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 그의 지시가 생뚱맞기만 했었다.

하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양파 껍질처럼 계속 벗겨졌다.

직장은 그만둔 사람이 화인 내부 담당자들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니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

서준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이석민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

나가기 전에 이석민 재차 망설이다가 끝내는 용기를 내어 일깨워주었다.

“대표님, 송 비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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