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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곳에서

신유리처럼 도도한 사람이 절대 체면이 구겨지는 일을 하지 않으리라 여정원은 단언했다.

하여 저도 모르게 의기양양한 말투로 밀어 붙였다.

“조작인지 아닌지 밝혀내고 싶다면 제가 사진 몇 장 더 드릴게요. 하는 김에 같이 하시죠.”

이는 적나랄한 협박이다. 신유리는 가식적인 그의 얼굴을 보고 속이 울렁거렸다.

무릎 위에 놓인 손이 절로 그러쥐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결코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착시 현상으로 몰래 찍은 겁니까?”

이에 여정원은 눈썹을 들썩이며 여유롭게 술잔에 술을 따라 신유리에게 건네주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사실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까?”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여정원은 안경을 벗어 한쪽에 놓고 느끼하게 웃으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다시금 신유리의 손을 잡으려고 시도 했고 귀에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좀 편하게 갑시다. 화인에서부터 유리 씨를 눈여겨 봐 온 것 유리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서준혁한테 버림받고 이 무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나한테까지 미움 사게 되면 유리 씨는 앞으로 길이 뚝 끊기게 될 겁니다. 듣자 하니 서준혁하고 좋지 않게 끝냈다고 하던데.”

“이쯤에서 내 손 잡죠? 빌리언즈로 내가 꽂아 줄게요.”

여정원의 손이 거의 살에 닿으려고 하자 신유리는 바로 손을 거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여정원을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사람들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없는 거 맞아요.”

그러자 여정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칭찬했다.

“역시.”

그때 신유리는 덧붙여 말했는데, 여정원은 칭찬했던 자기가 우스웠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어리석은 건 아닙니다.”

신유리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흔들며 여정원을 내려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증언 잘 쓰겠습니다.”

여정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얼굴이 굳어졌다.

“설마 녹음?”

신유리는 핸드폰을 보며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참, 예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어리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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