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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외할아버지는 정신이 그다지 좋지 않아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원장은 뒤에서 신유리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어르신이 깨어나신 후부터 쭉 유리 씨를 불렀어요."

신유리는 외할아버지의 이불을 끌어 올리고 당부했다.

"푹 쉬세요. 무슨 일이든 우리 내일 얘기해요, 외할아버지. "

하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노인의 눈가가 촉촉해지며 신유리를 잡고는 입가를 힘껏 움직였다.

"우리 유리, 불쌍해서 어쩐담. "

외할아버지는 아주 느리게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렷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다.

신유리는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의 손에는 아직도 주사가 꽂혀있었는데, 그래도 손을 내밀어 신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려고 하는 것 같았으나, 힘이 없어 허공에 손을 떨구고 말았다.

밤 11시, 병원 복도는 매우 조용했다.

신유리는 복도 밖에서 잠시 서 있다가 병동을 나왔다.

바깥의 건조하고 뜨거운 저녁 바람을 느끼면서, 그녀는 비로소 마음속에 맺혔던 그 숨결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임시로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서 원장한테도 부탁할 수 없는지라 신유리는 직접 간호에 나섰다.

다음 날 아침, 원장이 병원 간병인을 데리고 온 뒤에야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그녀는 또 의사 사무실에 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다만 외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은 데다 장기 손상까지 겹쳐 의사들의 의견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환자의 신체 기초 자체가 좋지 않고 호흡기 질환도 있어요. 이번에는 감정적으로 흥분을 일으켜 혈압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는 재차 그녀에게 강조했다.

"환자의 기분 상태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이번에는 다행히 고비를 넘겼지만, 다음에는 뇌졸중이 올 수도 있어요."

신유리는 표정이 심각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을 나선 신유리는 핸드폰을 꺼내서 양예슬에게 오전 반차 신청을 부탁하려고 메시지를 작성하려 하였다.

외할아버지 상태가 위독해져 옆에서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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