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할게."심효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부탁은 무슨. 전에는 계속 네가 문을 닫아서 너한테 많이 미안했었는데, 이제 다시 갚아줄 수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은 편해."하예정도 친구와 더 체면을 차리지 않고, 새로 산 옷을 들고 심효진에게 인사했다. 서점을 나온 그녀는 옷 가방을 조수석에 놓은 뒤 전태윤에게 말했다. "당신 먼저 집으로 가요. 저 스쿠터 타고 시장 가서 장 좀 보고 올게요. 당신 만약 밥 할 줄 알면, 밥 좀 안쳐줘요. 할 줄 모르면 제가 집에 가서 할게요."전태윤은 그녀의 스쿠터를 보며 물었다. "당신 새 차는?""아침에 늦게 나와서 길이 막힐까 봐, 이거 탔어요."하예정은 헬멧을 쓴 뒤 인사했다. "저 갈게요."전태윤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하예정은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전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은 가끔 일 처리가 불같아서 그의 진중함과는 조금 모순이었다.그러다 다시 조수석에 놓인 옷을 본 전태윤은 가져와 안을 뒤적거렸다. 남자의 옷인 걸 발견한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대체 어느 남자에게 사준 거란 말인가?사이즈를 보자 그는 자신의 사이즈와 같은 사이즈라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죄다 검은색이니, 설마 자신에게 사준 걸까?그렇게 생각하자 전태윤은 방금 전 불쾌했던 기분을 완전히 잊어버렸다.가게에서 나온 심효진을 본 전태윤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한 뒤 시동을 걸었다.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진우가 가게에 왔다.자신의 사촌 동생을 본 심효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사촌 동생의 턱에 자란 수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진우야, 못 본 사이에 왜 털보가 되었어? 이 수염도 깎을 때가 됐네. 젊은 나이에 수염 기르지 마, 늙어 보여.""요즘 되게 바쁘고 많이 힘드니? 어째 초췌한 것 같기도 하고 피곤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 젊은 사람이 열심히 하려는 건 좋은데, 그래도 적당히 해. 건강이야말로 청춘의 근본이야. 그러니까 건강 조심해.""나 괜찮아
말을 마친 심효진은 조금 의아한 얼굴로 자신의 사촌동생을 보며 물었다. "진우야, 그건 왜 물어?"당연히 하예정에게 마음이 있어 이혼하기만 기다린다고 말을 할 수 없었던 김진우는 핑계를 대며 말했다. "난 그저 예정 누나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별 뜻은 없어. 예정 누나도 대단한 사람인데 만약 남편이 누나를 마음에 들어ㄴ 하지 않으면 일찍 이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혼하고 진짜 누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과 결혼하면 분명 잘 지낼 거니까.""하긴, 예정이는 아주 좋은 애잖아. 그래서 난 전태윤 씨가 예정이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어. 어쩌면 예정이보다 전태윤 씨가 먼저 마음이 움직일지도 몰라."심효진은 친구가 점점 더 잘 지내기를 바랐다.그런 누나를 보는 김진우는 마음이 아파왔다.사촌 누나가 자신의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까 봐 그는 하예정을 짝사랑한다고 심효진에게 말할 수도 없었다.김진우가 하예정보다 어린것은 차치하더라도 하예정이 기혼이라는 것만 해도 문제였다.설령 이혼을 한다고 해도 그의 어머니는 하예정을 바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충분한 확신이 있기 전까지, 김지우는 조심스레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아무도 알지 못하게 했다.노을이 점차 저물며 밤의 장맥이 조용히 세상을 뒤덮었다. 어두운 밤은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다.발렌시아 아파트.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하예정 덕에 이따금씩 향긋한 냄새가 풍겨져 전태윤은 저도 주방 입구 쪽으로 와 섰다.전태윤은 원래 도와주려 했었지만, 기왕 대접을 하겠다고 했으니 자신이 전부 하겠다는 하예정의 말에 그는 도와주지 못한 채 한가로이 거실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TV를 봐도 재미가 없었다. 차라리 아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나았다.하예정의 그 현모양처 같은 모습을 보자 전태윤의 눈빛은 짙게 가라앉았다가 이내 다시 부드럽게 풀렸다. 다만 그는 스스로도 이런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하예정에게는 장점이 참 많다는 생각뿐이었다."예정아."그러다 무언가 떠오른 전
전태윤은 조금 우울해졌다. 하지만 이내 둘째가 하예정의 공예품을 홍보하면 돈을 버는 것은 하예정이고, 하예정은 지금 또 자신의 아내이니 모든 이득은 다 집안사람이 봤다는 생각을 하자, 전태윤은 우울했던 기분이 크게 나아졌다.하예정은 음식을 다 한 뒤 음식을 예쁘게 담아 테이블 위에 놓았다.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함께 식사를 이어갔다.기분이 좋은 전태윤은 몹시 맛있게 식사를 즐겼다.하예정의 요리 실력은 몹시 뛰어나 칭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태윤은 자신에게 먹을 복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다 씻은 뒤 하예정은 소파에서 옷이 담긴 봉투를 가져왔다. 그런 뒤 안에 있는 옷을 꺼내 전태윤에게 건넸다. "태윤 씨, 이거 맞는지 한 번 입어 봐요.""저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식사 대접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새 옷 몇 개 좀 샀어요. 여기 넥타이도 두 개 있어요. 다 당신이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샀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옷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챘지만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며 옷을 받아 사이즈를 보며 물었다. "내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할머니에게 물었죠."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안 입어 봐요?""괜찮아, 딱 맞을 거야."하예정이 고른 것은 다 그가 좋아하는 색이었다."다음에 내 선물 고를 때 뭘 사야 할지 모르겠으면 나한테 물어봐."할머니에게 그만 물었으면 했다. 할머니가 알게 되면 뒤에서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아무도 몰랐다."당신은 일하느라 바쁠 텐데, 계속 방해하기가 미안했어요."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확실히 아주 바빴고, 확실히 아주 사소한 일을 묻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태윤 씨, 아직 시간도 이른데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래요? 그러고 보면 여기로 이사한 지 꽤 됐는데 아직 단지 구경도 못해봤어요."전태윤은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알겠다고 했다.그는 발렌시아 아파트에 대해 잘 몰랐다.당시 그를 도와 이 집을 구매한 것도 다 그의 집사 덕이었다.그러니까 이것은 부부 둘
단지 안에는 산책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대부분이었지만 간간이 젊은 부부가 손을 잡고 다정하게 걷는 모습도 보였다.하예정 부부는 다정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어깨만 나란히 한 채 누구도 손을 뻗지 않았다.하지만 선남선녀인 탓일까, 두 부부를 돌아보는 사람은 꽤 많았다.끝내, 하예정은 단지 내의 놀이터에서 걸음을 멈추고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여기 앉아요. 아이들 구경하게요."하예정은 아이를 몹시 좋아해, 조카인 주우빈도 몹시 예뻐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그녀를 따라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우빈이도 있었다면 분명 신나게 놀았을 거예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그러자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하예정의 시선을 느낀 전태윤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아 경계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는 거야?""잘생겨서요, 눈요기하려고 몇 번 더 보는 중이에요."전태윤은 그만 할 말을 잃었다."태윤 씨는 잘생긴 데다, 능력도 뛰어나니 아주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겠죠. 앞으로 아이를 낳으면 분명 똑똑하고 영리할 거예요.""나에게 아이를 낳아주려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계속 증손녀 좀 생기게 당신을 덮치라고는 하세요."그 말에 전태윤은 조용히 엉덩이를 옮겨 하예정과의 거리를 슬쩍 벌렸다.전태윤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한 하예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도 태윤 씨가 저에게 마음 없는 거 알아요. 사실, 저도 지금은 태윤 씨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에요. 서로 사랑하지 않는 부부인데 제가 정말로 당신을 덮치면 그건 부부 사이의 감정의 교류라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당신을 산 것 같잖아요. 돈만 안 줬을 뿐이지."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저희 둘에게 아이는 없을 거예요. 할머니 보고는 혁진 씨를 재촉하라고 하죠."두 사람에게 아이는 없는 걸까?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반박할 수가 없어 그저 입술만 꾹 다
전태윤은 할 말을 잃었다.확실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주변의 젊은 부부들은 하나같이 신혼이라 깨가 쏟아지고 길을 걸어도 손깍지를 꼭 잡고 걸었다. 게다가 아이가 있는 부부들은 아이를 주제로 이야기할 거리는 훨씬 더 많았다.그들과 달리, 쏟을 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도 없으니, 대화를 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말문이 턱 막힌 듯한 전태윤을 보자 하예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전태윤도 잡아당겼다. "자, 이만 돌아가요. 괜히 제가 언제든지 당신 덮치려 하는 것처럼 불편하게 있지 말고요.""예정아, 너 여자애야!""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그런 말 한다고 문제 생기는 것도 아니고."하예정은 전태윤을 끌며 걸음을 옮겼다. 다만 괜히 돌아가서 손만 수백 번 씻을까 봐, 손은 건드리지 않은 채 옷자락만 잡고 걸었다."며칠 전의 실시간 검색어 봤어요? 그 전씨 가문 도련님과 성씨 가문 아가씨 이야기 말이에요. 성씨 가문 아가씨가 그 도련님을 좋아해서 공개 고백하고 공개적으로 구애한 거예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열심히 구애를 하고, 여자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구애를 하는 건 다 진심 어린 사랑을 찾기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전 성씨 가문 아가씨가 좀 마음에 들어요, 간접적으로 저에게 도움도 됐고요. 비록 그분은 저를 모르지만 전 그녀가 사랑을 쟁취하고 전씨 가문 도련님에게 시집갈 수 있기를 묵묵히 응원하고 있어요. 지금 그 도련님에게 구애하느라 고생하고 있으니 나중에 구애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는 반대로 그 도련님이 그 아가씨를 아주 예뻐해 줬으면 해요."성소현이 간접적으로 "불효막심한 손녀" 검색어를 눌러버려, 실시간 검색어가 하예정 자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줄여 준 탓에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조금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게다가 성소현의 과감히 사랑하고 과감히 내려놓는 성격에 하예정은 이미 그녀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자기 아내가 하는 말을 들은 전태윤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하예정은 조금 실망하며 대답했다. "…당신도 회사에서 작지만 그래도 임원인데, 대표님과 만날 기회가 이렇게 적다니. 당신 대표님도 참… 네, 고고하시네요. 신비롭기도 하고."인터넷에는 전씨 가문 도련님의 사진은 아예 없었다.전씨 가문은 어디 출입할 때면 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지난번 연회에서도 경호원이 너무 많은 데다 또 덩치가 건장하고 키도 큰 탓에 그녀와 친구는 까치발을 들고 살폈지만 그래도 전씨 가문 도련님의 얼굴은 보지 못했었다.그러다 전씨 가문에서 출근하는 전태윤이, 사무직임에도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기회가 아주 적다고 하자 하예정은 마음이 편해졌다.전태윤은 그 말을 받아치지 않았다.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든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했다.전씨 가문 도련님을 주제로 부부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그들이 사는 B동으로 돌아왔다.전태윤의 경호원은 바로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비록 도련님과 사모님의 곁을 바싹 따르지는 않았지만, 두 부부가 어디로 가면 그들도 그 뒤를 따르며 두 부부가 시야 밖으로 벗어나지 않게 했다.물론, 하예정은 내내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하예정은 멀지 않은 곳에서 어슬렁거리는 경호원 한 명을 발견했다. 그러다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은 기분에 우뚝 멈춰서서는 전태윤에게 말했다. "저 남자 낯이 좀 익어요."전태윤은 깜짝 놀랐다.그 경호원은 바로 강일구였다.도련님과 사모님이 다 자신을 쳐다보자 마찬가지로 깜짝 놀란 강일구는 이내 아무 일도 없는 척 다가왔다."당신, 그때 그 대리기사죠?"하예정은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눈에 익은 남자는 바로 전태윤이 취했을 때 전태윤을 집까지 데리고 온 대리기사였다.강일구가 대답했다. "저 맞습니다."참 눈썰미도 좋은 사모님이었다."당신도 여기 살아요?""네, 하지만 전 월세예요. 평소에는 우버를 하는데 가끔은 대리운전도 해요."하예정은 알겠다는
아내가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전태윤은 도시락을 챙겨 외출했다.회사로 가는 길, 그는 차 안에서 아내가 그를 위해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맛봤다.얼마나 맛있는지 입맛에 딱 맞았다.그 모습을 본 운전기사와 경호원은 사모님이 준비한 아침은 간단하지 그지없는데 도련님같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 저렇게까지 맛있게 먹고 있으니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모님의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난 듯싶었다.전태윤이 떠난 뒤, 하예정은 평소처럼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언니에게 별일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도 외출했다.그녀가 출근했을 때는 이미 출근 시간대라 길은 막히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쯤 갔을 때 길은 점점 더 심하게 막히고 있었다.급히 출근을 하려던 사람들은 조급함에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성소현도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그녀는 오빠와 새언니가 아침을 먹으면서까지 애정행각을 벌일 때 그 틈을 타 몰래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참, 몰래 전태윤에게 줄 아침도 잊지 않고 챙겼다. 그것은 집안의 셰프에게 특별히 준비해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 뒤 집 안의 정원에서 커다란 꽃 한 묶음을 자른 뒤 잘 포장했다.꽃다발과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든 성소현은 집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전 씨 그룹으로 향했다. 그녀는 전태윤이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구식인 방법이지만 그래도 전태윤의 차를 가로막고 자신이 정성껏 준비한 사랑의 도시락을 건네줄 생각이었다.비록 새언니도 전태윤을 포기하라고 말했지만, 성소현은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태윤을 잊으려면 진작에 잊었을 텐데, 잊지 못하니 한 번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었다.3, 4년쯤 쫓아다니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그 시각, 앞쪽에서 차가 엄청나게 막히고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는 것을 본 성소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이대로 더 있다가는 그녀가 전 씨 그룹에 도착했을 때쯤 전태윤은 이미 회사 안에 들어갔을 테니 막긴 무얼 막는단 말인가?안돼, 이대로 계속 기다릴 수는 없
하예정은 스쿠터를 타고 있는 탓에 꽉 막힌 길은 그녀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그렇게 십몇 분 만에 두 사람은 전 씨 그룹에 도착했다.하예정은 스쿠터를 세운 뒤 고개를 돌려 성소현에게 말했다. "도착했어요."성소현은 헬멧을 하예정에게 돌려주며 감사 인사를 했다."큰일도 아닌데요, 인사는 됐어요."상소현은 하예정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름 알려줄 수 있어요? 어쩐지 계속 낯이 익네요. 저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저 하예정이라고 해요. 전 예쁜 사람을 몹시 좋아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 당신을 본 적이 없어요."미인은 한 번만 봐도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하예정은 눈앞의 미인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하예정이라고요? 아, 생각났어요. 얼마 전 실시간 검색어에 효도하지 않는 손녀에 대한 얘기가 있었는데, 비난받고 있는 사람 성도 하 씨였어요. 그때 사진도 같이 올라왔었는데, 보니까 사진 속에 있는 여자애랑 되게 닮았네요. 혹시 당신이에요?"상소현은 자기 화제에 대한 주의력을 나눠간 "불효막심한 손녀"에 대해 인상이 아주 깊은 탓에 하씨 집안 사람들이 올린 하예정 자매의 옛날 사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당시 그녀는 그 검색어가 네티즌의 주의를 끈 것에 욕했을 뿐만 아니라 하예정 자매가 은혜도 모른다고 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올라오면서 그녀는 하씨 집안 사람도 한바탕 욕했었다.성소현의 어머니는 스물이 다 넘어놓고 조금의 인내심과 분석 능력도 없이 한쪽 사람의 말만 듣고 따라서 하예정 자매를 욕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왜냐하면 성소현이 집에서 하예정 자매에 대해 하도 욕을 하니 그녀의 어머니는 호기심이 동해 그 검색어를 찾아보려 했지만, 반전이 올라온 뒤 하씨 집안 사람들은 네티즌의 비난에 못 이겨 게시물을 아주 깨끗하게 삭제했었다.그로 보건대 하씨 집안에도 어느 정도 인맥은 있는 듯했다.그리고, 하씨 집안 둘째의 장자는 그들 성씨 그룹 휘하의 계열사에서 고위 임원직을 맡고 있었는데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