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진은 일어나서 지팡이를 들어 여운초의 손에 쥐여준 다음 그녀를 부축하고 갔다.덩달아 일어선 여천우는 돌아가는 누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벌리고 작은 소리로 불렀다.“누나.”여운초는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못 들은 척하는 건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돌아서지도 않았다.여운초가 커피숍을 나서려 하자 머뭇거리던 여천우가 갑자기 의자를 밀치더니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오며 큰 소리로 불렀다.“누나.”이번에 여운초는 걸음을 멈췄다.그러나 여전히 돌아서지 않았다.커피숍 안의 사람들은 모두 남매에게 시선을 돌렸다.“부족한 것 있으면 가서 사, 비행기 표도 예약하고. 출발하는 날, 운전기사를 보내 데리러 올게. 원한다면 집으로 돌아와도 돼, 거긴 언제든지 너의 집이니까.”여운초는 말을 마친 후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누나, 미안해.”여천우는 큰소리로 사과했다.방금 큰누나를 그렇게 비꼬지 말았어야 했다.여천우의 기억 속에 여운초는 덤덤했고 때로는 냉담하기도 했다. 항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하지만 그의 거듭되는 관심 하에 큰누나도 차차 그를 동생처럼 대했고, 그에 대한 사랑도 차가운 표정 속에 숨겨져 있었다.남들이 하는 몇다디에 큰누나를 의심하고 비꼬았다가 뺨을 맞은 자신이 뺨을 맞아도 싸다고 생각되었다.전이진이 그에게 큰누나가 잘못된 일을 하였냐고 물었었다.그 물음에 여천우는 당당히 큰누나가 잘못한 것이라고 답할 수 없었다.부모님과 둘째 누나가 한 일은 모두 불법적인 행동이라 큰누나가 고발하지 않았더라도 법적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테니까.어머니와 둘째 누나는 모두 하예정을 해하려다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아버지는 친동생을 해한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여천우는 자기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하지만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시고 재판날짜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다.큰누나도 그처럼 이미 저세상으로 간 아버지가 그립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큰누나의 친아버지이자 그의 둘째 삼촌은 부모
“내가 회사를 관두면 네가 관리할 수 있겠어? 학교에 다니면서 사업까지 도맡을 수 있겠어? 그건 무리잖아. 네가 회사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고모네들이 회사를 관리해 주겠다고 자진할 거야. 회사를 손에 넣은 이상 다시 돌려줄 것 같아? 돌려준다고 해도 빈 껍데기뿐일걸.”여운초는 말을 마친 뒤 다시 전이진에게 말했다.“가자.”“그래.”전이진은 약혼녀를 자상하게 부축하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둘은 호텔에서 나온 후 이내 멀리 떠나갔다.여천우는 더 이상 쫓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큰누나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한참 후 그는 시선을 거두고는 우울한 표정으로 자리에 돌아가 앉아 말없이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누나한테 맞은 얼굴을 만져보니 얼얼한 게 아마 부은 것 같았다.‘너무 화가 나서 나를 때린 걸 거야.’여천우는 뺨을 한 대 맞았지만 큰누나를 원망하기는커녕 점점 더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이 너무 나쁜 놈이라고 생각되었다. 누나에게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을 그렇게나 많이 했으니까.“천우, 천우야. 여기 있었네. 네 룸에 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응답이 없어서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한참이나 찾았어.”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천우는 즉시 가방을 메고 일어나 의자를 떠나려고 했다.“천우야.”최성욱은 여천우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어디 가? 앉아봐, 형이 커피 살게.”그는 여천우를 제자리로 돌아가 앉히려 했다.여천우는 그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형님,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밖에 나가볼 일이 있어서요.”여천우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다.최성욱은 또 그를 붙잡더니 방금 앉았던 테이블로 끌고 갔다.그는 사실 전이진이 여운초를 부축해 커피숍을 나가는 것을 보았다. 여운초가 사촌 동생을 찾아왔을 거로 짐작했다. 그는 피해 있다가 전이진과 여우초가 멀리 떠나는 걸 보고서야 다시 여천우를 찾아온 것이다.제자리로 돌아와 앉은 여천우의 애티
최성욱의 질문에 여천우도 숨기지 않고 큰누나가 때린 것이라 인정하고는 감히 여운초를 찾아갈 담이 있냐고 반문했다.최성욱은 말이 막혀 잠시 침묵하다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큰누나가 때린 거였어? 너를 찾아왔었어? 왜 찾아온 거래? 왜 널 때린 거지? 쯧쯧, 네 누나 정말 지독하네, 얼굴 반쪽이 다 부었잖아. 천우야, 이제 네 큰누나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지? 평소에는 아주 담담해 보이지만 사실 마음이 독한 사람이야. 눈이 보이지 않아도 이렇게 독한데 눈을 치료해서 시력이 회복하게 되면 얼마나 더 독해질지 몰라. 그때가 되면 너는 살길도 없게 될걸. 네 누나와 네 부모님의 사이에는 아버지를 죽인 원한이 있다는 걸 잊지 마. 네 부모님에게 원한이 있는데 너는 놔줄 거라고 장담할 수 없겠어?”“...”“지금 너에게 아주 잘해준다고 해도 그건 긴장을 늦추려는 계략일 거야. 때가 되면 너에게 손을 대서 모든 것을 잃게 할지도 몰라. 어쩌면 널 불법적인 일을 하도록 유도한 후에 신고해서 감옥에 들여보내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만약 너까지 들어간다면 여씨 집안의 모든 것은 정말 네 누나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거야.”여 대표 부부는 아직 형을 선고받지 않았지만 곧 재판일이 다가오자 최씨 집안이나 김씨 집안은 모두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여 대표 부부의 결과는 좋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이제 그들이 나서서 여운초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여운별은 형기가 만료되어 풀려난다고 해도 여운초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도 몇 년의 형을 선고받았다.그녀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여운초는 진작에 여씨 그릅을 완전히 장악했을 것이다.지금 최씨와 김씨는 더는 여씨 그룹의 비즈니스에 손을 댈 수 없게 되었다.그들은 라이벌 그룹을 이용해 여씨 그룹을 상대할 생각까지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여운초와 한동호에 의해 해결되었다. 또한 전씨 그룹까지 옆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전씨 그룹은 여씨 그룹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여씨 그룹의 라이벌을 노리고
최성욱은 더 이상 여천우를 붙잡지 않고, 그가 카페를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그가 떠난 후, 최성욱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자, 그는 말했다.“어머니, 여천우는 여전히 고집이 세요. 하지만 여천우가 여운초와 다툰 것 같아요. 여천우가 여운초에게 뺨을 맞아서 얼굴이 반쯤 부었거든요.”여미란은 이 말을 듣고 약간 자랑스러워하며 말했다.“우리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뜻이야. 너희는 여천우를 좀 더 챙기고, 그의 앞에서 여운초의 나쁜 점을 말해. 납매의 관계를 망가뜨렸는데 여천우가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지.”그녀가 여운초와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로 그들이 여운초를 항상 경시했기 때문이었다. 큰오빠와 친하게 지내며 오빠에게서 받은 이득이 더 컸기 때문에 자연히 여운초에게 잘해줄 이유가 없었으니까.여운초가 여씨 그룹의 사업을 맡자마자, 최씨와 김씨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미란은 여운초를 몹시 미워했다.여운초가 어떻게 그런 행운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장님인 그녀가 전씨 가문의 둘째 아들의 사랑을 받을 줄이야. 이전에는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전이진이 여운초와 약혼했고, 또 약혼식마저 성대하게 치른 걸 보니 실감이 났다.약혼식에 관성의 유력 인사들을 초대했지만, 유독 최씨와 김씨는 초대하지 않았다. 이는 여운초 본인도 두 가문을 미워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이는 두 가문을 관성에서 웃음거리로 만들었다.“알겠어요. 하지만 여천우도 우리가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걸 싫어해요. 아까 저랑도 말다툼했고, 지금은 떠났어요.”여미란은 말했다.“아직 사회에 발을 들이지 않은 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 그가 우리 말 듣기 싫어하면, 당분간 그런 말 하지 마. 이제 곧 개학이잖아. 여천우가 필요한 게 뭐 있는지 보고 같이 사주도록 해.”“개학 전에 그가 합격한 대학에 등록하러 데려다주면 화가 풀릴 거야. 아이 하나 달래는 거야, 엄마는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그리고 그 장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다시 잡고 걸으며 말했다.“천우는 사실 여전히 누나를 많이 생각하고 있어. 아직 어리잖아. 많은 걸 잘 모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여운초는 가볍게 대답했다.“화나지 않고,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 집에서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천우야. 겉으로는 내가 별로 잘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말 아끼고 있어.”“천우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날 누나로서 진심으로 좋아해 주고, 진심으로 나를 챙겨줬어. 엄마가 나를 때리고 욕할 때마다, 항상 엄마에게 달려가 막아줬어. 엄마가 나를 때리고 욕하지 못하게 했지.”“엄마는 내가 천우를 꼬드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나중에는 우리를 아예 만나지 못하게 했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우리 납매의 관계를 방해했지. 그래도 같은 집에 살다 보니, 천우는 계속 나를 위해 말해줬고, 아빠 앞에서도 나를 지켜줬어.”“그래서 아빠는 겉으로만 엄마에게 나를 좀 잘 대해달라고 말했어. 천우가 학교에 가고 나면, 여운별이 천우가 나를 더 좋아하는 걸 질투해서 엄마에게 천우를 기숙학교에 보내자고 했어. 독립성을 키운다는 명목으로.”“사실, 그들은 나와 천우가 깊은 정을 나누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야. 그래서 천우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기숙학교에 다녔고,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올 수 있었어. 천우가 집에 돌아오면, 그들은 연극을 하듯 나에게 잘해줬어.”“천우가 학교에 돌아가면, 나는 다시 집에서 투명 인간이 되었고, 여운별에게 자주 괴롭힘을 당했어. 내가 반항하면, 엄마에게 맞곤 했지. 그 집은 나에게 어둠과 상처만 남겨줬어. 오직 천우만이 내 유일한 빛이었어.”여운초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 말했다.“내 두 고모는 어릴 때부터 큰아버지와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어. 그들은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아빠와는 놀지 않았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빠를 더 사랑했다고 들었거든. 그래서 그들은 질투했지.”“내가 여씨 그룹을 인수할 준비를 할 때, 최씨와 김씨 사람들을 쫓아낼
전이진은 온화하게 말했다. “천우가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을 거야. 운초 씨, 천우에게 시간을 좀 줘. 점점 성장하고, 당신을 이해하게 될 거야.”여천우의 부모와 둘째 누나는 모두 감옥에 갔는데 이는 여운초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다. 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당연했다. 어쨌든 그는 겨우 열일곱 살로, 사회의 세례를 받지 않아 그만큼 강한 인내력을 가지지 못했다.여운초는 말을 잇지 않았다.전이진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며, 그늘진 길을 따라 걸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운초의 기분은 많이 나아졌다. 그녀는 그저 마음이 아팠을 뿐, 동생에게 원망은 없었다. 동생의 오해와 원망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한 사람이 당신을 의심하고 신뢰하지 않을 때, 아무리 해명해도 상대방은 믿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당신의 노력을 보고, 실천으로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천우가 대학을 졸업하면, 그녀는 그를 여씨 그룹에 취직시킬 것이다. 그가 뛰어난 인재인지 아닌지는 그때 가서 알 수 있겠지. 뛰어난 인재라면, 그녀는 기꺼이 여씨 그룹을 그에게 넘길 것이다. 그녀는 시각 장애가 있어 회사를 관리하는 데 항상 불편을 느꼈다.그녀가 원하는 건 단지 공정함과 아버지를 위한 복수,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뿐이었다.예를 들어, 여씨 가문의 대저택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려주었고,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을 남겼다. 그의 모든 재산은 그녀에게 상속된다고. 따라서 그 대저택도 그녀의 것이었다.그녀의 것을 다른 사람이 차지한 후, 그녀는 참고 견디며 그 집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었다. 앞으로 그녀가 바로 그 저택의 주인이었다.그녀의 것이 아닌, 큰아버지 명의의 몇 채의 저택은 손대지 않았다. 그것은 천우와 여운별의 것이기 때문이다....강성.한 대의 스포츠카가 고씨 그룹에 들어와 사무용 건물 앞의 작은 공원을 돌아 사무용 건물 오른쪽에 멈췄다.곧
아마도 도도한 미녀가 아닐까. 누나는 고귀하고 냉정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고빈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고현의 비서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비서가 그를 쳐다보자, 그는 웃으며 인사했다.“형 지금 사무실에 있어요?”비서는 온화하게 말했다. “고 대표님은 사무실에 계세요. 둘째 도련님, 대표님께 미리 연락하셨나요?”말하는 동안, 비서는 이미 책상에서 일어나 고빈의 옆으로 왔다. 고빈이 대표님께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비서는 그를 사무실 밖에서 막을 준비를 했다. 함부로 들어가 대표님의 일을 방해할 수는 없었으니.“형 친동생인 내가 언제든 형을 찾아오면 안 돼요? 미리 연락해야 해요?”고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가 그를 붙잡았다.“둘째 도련님, 미리 연락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은 들어가지 말아 주세요. 대표님 일을 방해하면, 화를 내실 때 도련님께서 감당 못 하실 거예요.”고빈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흔들며 비서에게 말했다. “이건 형이 나한테 조사해 달라고 한 거예요. 이제 결과가 나와서 가져왔는데, 미리 연락해야 해요?”비서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둘째 도련님, 지금 고 대표님께 연락해서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세요.”고빈은 두 손 두 발 들었다. 누나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친동생인 그도 미리 연락해야 했다. 전에 그는 늘 누나와 함께 회사에 들어가곤 했었다. 비서가 그를 막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고빈은 비서를 한 번 째려보고는, 결국 순순히 휴대폰을 꺼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가 전화를 받자 그는 물었다.“형, 나 지금 사무실 밖에 있어. 시간 있어? 형이 조사해 달라고 한 거, 다 조사해서 자료로 정리해 가져왔어.”고현은 간단히 대답했다. “들어와.”그리고 전화를 끊었다.“형이 들어오래요.”비서는 웃으며 그에게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직접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다.고빈은 들어가면서, 누나에게 불평했다.“형
고현은 고개를 들어 동생을 흘겨보고는 미소를 지우며 손을 내밀었다.“이리 줘.”고빈은 얼른 파일 가방을 누나에게 건넸다.“누나.”고빈이 낮은 목소리로 부르자, 고현은 다시 한번 동생을 흘겨보았다. 이를 본 고빈이 혀를 내밀곤 급히 말을 고쳤다.“형.”회사에서 그는 누나라고 부를 수 없었다. 누나는 남장을 한 지 20년이 넘었고, 언젠가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그가 먼저 밝히면 누나에게 혼날 게 뻔했다.두 사람은 함께 무술을 배웠지만 그는 누나만큼 뛰어나지 못했다. 겨우 10분 먼저 태어났는데도 마치 10년 먼저 태어난 것처럼 느껴졌다.“전호영은 형 속인 게 아니야. 집에서 결혼 압박을 너무 심하게 받는 바람에 출장 핑계를 대고 강성으로 도망친 거야.”고빈은 약간 고소해하며 말했다. 고현은 파일 가방에서 동생이 정리한 자료를 꺼내 꼼꼼히 본 후, 그 자료를 찢어버렸다.“형, 왜 찢어? 이거 알아내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데!”고빈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노력 결과가 누나에 의해 망가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찢어서 태우고, 재를 하수구에 버려야 전호영이 우리가 그를 조사한 걸 모를 수 있어. 그런 오해를 일으키면 안 되니까.”고현은 이렇게 말하며 라이터를 꺼내 조각으로 찢어버린 종이를 태웠다. 종이가 재가 되자 그녀는 휴지를 두 장 뽑은 후, 재를 휴지로 쌌다.고빈은 상황을 보고 얼른 도와주었다. 바닥의 재를 휴지에 싸고, 고빈이 화장실에 가서 버리겠다고 자청했다.고현은 말없이 이를 허락했다.몇 분 후, 고빈은 다시 누나 맞은편에 앉았다. 누나가 다시 문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말했다.“형, 전호영의 소식을 아직 다 말하지 않았는데, 관심 없어?”“난 그 누구의 소식에도 관심 없어.”고현은 냉담하게 말했다.“말하고 싶으면 해. 들을게.”“회사 오는 길에 들은 소식이라 자료에 정리할 시간이 없었어. 형, 들은 바로는 전씨 가문의 할머니가 결혼 적령기의 손자들에게 신붓감을 골라줬대.”고현은 반응을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