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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억만장자
내 남편은 억만장자
작가: 고능비

제1화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

"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

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

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

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

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

”예정아.”

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

”전 할머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

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옛 동창인 친구와 함께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하나 열었다.

또한 여가 시간에 수공으로 만든 작은 물건들을 온라인에 판매하기도 하는데, 판매량이 꽤 괜찮아 월수입은 거의 삼백만 이상으로 되고 있다. 관성에서 월 3백만 원이면 경영진 계층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매달 언니에게 9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주었다.

예정은 미리 언니한테 60만 원은 저축하고 그 나머지만 형부한테 주라고 하여 형부는 그녀의 수입에 대하여 잘 모르는 편이다.

"예정아, 이게 바로 나의 큰 손자 태윤이야, 서른 살에도 팔리지 않는 노총각이고.... 좀 차가워도 뭐 세심하고 사람 돌볼 줄은 아니 걱정하지 마. 우리 이제 서로 알고 지낸 지 석 달이 다 되었네? 또 내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러니 할머니 믿어, 나쁜 손자를 주지는 않을 테니.”

태윤은 할머니가 자신에 대하여 묘사하는 말을 듣고 예정을 한 눈 흘겨보았다, 눈빛은 차갑지만 달리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마 할머니한테 이러한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이젠 귀에 들어가지도 않는 것 같았다.

예정은 전씨 할머니가 아들만 셋이 있고, 또 세 아들은 각각 세 명의 손자를 낳아 모두 아홉 명의 손자를 두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유독 손녀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손녀로 보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예정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그래도 당당하게 태윤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태윤 씨 안녕하세요, 저는 하예정이라고 해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또 발끝부터 머리까지 훑어 보던 태윤은 할머니의 가벼운 기침소리에 비로소 오른손을 내밀어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전태윤.”

태윤은 왼손을 들어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바쁘니 얼른 끝내."

그녀는 그에 그저 조용히 응하고 답한다.

"너희 둘은 빨리 들어가서 혼인 신고나 하여라.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전씨 할머니께서 재촉하듯 말했다.

"할머니, 차에서 기다려요, 밖이 너무 더운 것 같아요."

태윤은 말하면서 할머니를 부축하며 차 쪽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그의 이러한 행동을 보면서 비로소 전씨 할머니의 말을 믿게 되었다. 태윤은 차가워도 배려를 할 줄 아는 남자구나.

비록 아직은 서먹서먹한 관계지만, 전씨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태윤은 대출 없이 주택을 구입하였다고 한다. 결혼을 하면 언니 집에서 이사할 수 있고, 언니도 이제 안심하고 더는 형부와 싸울 일이 없겠지....

그녀에게 이 결혼은 단지 계약 결혼일 뿐이었다.

곧 태윤은 예정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자"

그녀는 그저 응하고 말없이 그를 따라 민원 부서로 들어갔다.

태윤은 예정에게 확인 시키려는 듯 말했다.

"하예정씨, 이 결혼 원하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후회해도 돼. 우리 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든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결혼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야, 장난치면 안 되는 거야."

태윤은 내심 그녀가 후회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한 번 만난 여자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Paris Koh
하예정과 전태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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