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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우리 이미 계약서 썼잖아. 반년만 버티면 이혼할 수 있어. 이혼하고 나서 다른 남자 만나면 되는데, 꼭 지금 그래야겠어? 우리 아직 법적으로 부부잖아. 지금 그렇게 하는 건 날 바람 맞히는 꼴인 거 알지?”

“솔직히 내가 널 좋아하지도 않고, 널 사랑하게 될 일은 더더욱 없지만, 남자라면, 정상적인 남자라면, 바람맞는 걸 절대 좋아할 리가 없잖아?”

다시 말해 태윤은 예정이 진우와 함께 있는 게 싫었다.

그는 마치 약이라도 먹은 듯이 말을 했다.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예정이 이렇게 빠르게 다른 남자를 만나 그를 바람 맞혔기 때문이다.

김진우는 예정을 짝사랑하고 있다.

바로 태윤의 라이벌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사랑과는 상관없는 일이고, 체면이 걸린 문제다. 한 남자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 말이다.

예정은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으나 마땅한 물건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열쇠와 핸드폰이 든 손가방을 손에 쥐고 태윤의 가슴을 향해 힘껏 밀며 내리쳤다. 그녀는 킥복싱을 배운 적이 있어서 그런지 내리치는 자세도, 힘도 모두 수준급이었다.

태윤은 예정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전혀 눈치채지 못 한 체 그녀의 손가방으로 맞고 말았다.

가방 안에 열쇠와 핸드폰이 있어서 가방이 꽤 무거웠다. 가방은 하필이면 태윤의 입에 맞았다.

태윤은 매우 아파하며 시퍼레진 얼굴로 예정을 노려봤다.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감히 태윤을 이렇게 대한 사람은 없었다.

예정은 걸어서 다가와 허리를 굽혀 손가방을 주웠다. 말투도 거침없었다.

“태윤씨, 그거 알아요? 허튼소리 지껄이기 좋아하는 입은 좀 맞아야 해요!”

“이유도 안 묻고, 달린 입이라고 그렇게 맘대로 생각해도 되는 거예요? 태윤씨, 평소에도 이렇게 막무가내에요?

태윤은 아픈 입술을 만지며,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노려봤다.

“노려보긴 뭘 노려봐요? 누가 눈 큰지 내기하자는거에요? 나도 당신한테는 안 질 걸요?”

예정은 퉁명스럽게 손가방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 또… 또 때리……?”

‘이 여자 용기가 어디서 났길래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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