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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자라니
내가 부자라니
작가: 만우

제1화

창양시.

화정빌딩 입구.

임운기는 영화표 두 장을 들고, 웃으면서 빌딩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빌딩에서 나왔다. 남자는 고급 양복에 손목에는 콘스탄틴 시계를 차고, 손에는 BMW 차 키를 들고 있었다. 여자는 얼굴도 예쁜데 몸매까지 좋았다. 두 사람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람아!”

임운기는 웃으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임운기를 보자, 갑자기 표정이 변했다.

“너…… 너 여기 왜 왔어! 내가 말했잖아, 우리 회사에 오지 말라고! 내 동료들한테 쪽팔린다고!”

보람은 매우 불쾌했다.

“보람아, 오늘이 우리가 사귄 지 2년째 되는 날이잖아. 내가 너한테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영화 티켓을 샀어.”

임운기는 웃으면서 티켓을 꺼냈다.

옆에 있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보람아, 너 남자친구 없다고 하지 않았어?”

“소천아……”

보람은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랐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돌려 임운기를 바라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보람이 눈이 참 낮네. 어떻게 이런 남자랑 사귀지? 옷차림을 보니 아주 거지 새끼네!”

보람은 임운기 때문에 매우 창피했다.

임운기는 양복남의 말을 듣고 표정이 약간 변했지만 뭐라고 대꾸하지 않았다. “보람아, 가자!”

“싫어!”

보람은 거절했다.

“소천이 말이 맞아! 너는 그냥 거지야. 내가 좋아하는 폰이나 가방을 사준 적이 있어? 살 돈이라도 있어? 너랑 같이 있으면 난 행복하지 않아!”

보람이의 말투는 단호하면서도 차가웠다.

“보람아, 난 지금 별 볼일 없는 거 맞아…… 하지만 내가 노력할 게!”

임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노력한다고? 참 웃기네! 흙수저 따위는 평생 노력해도 소천이랑 비교가 안 돼!”

보람은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야, 너 같은 새끼는 내 따가리를 할 자격도 없어!”

오소천도 냉소를 지었다.

“임운기, 진작 말했어야 되는데, 오늘부터 우리는 끝이야! 우리 그만 헤어져.”

보람의 말투는 단호했다.

말을 끝내자, 보람은 고개를 돌려 오소천에게 말했다.

“우리 가자.”

말을 마치자 보람은 오소천의 팔을 붙들었다.

오소천은 경멸하듯 임운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거지 새끼는 연애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아야지!”

말을 마친 후, 오소천은 보람을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BMW 안으로 들어갔다.

보람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임운기의 마음은 찢어졌다.

슬프고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가난해서 2년간의 사랑이 이렇게 끝났다고……’

고개를 숙인 임운기는 손에 피가 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임운기와 보람은 고등학교 때에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두 사람은 사귀게 되었다. 그 때 보람은 순수했다.

졸업 후 임운기는 현지의 대학에 입학했다. 보람은 자신이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자 바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자 보람은 점점 변해갔다.

임운기는 보람을 쫓아가지도 않았고, 뭐라하지도 않았다. 그는 가난하니, 무엇을 해도 오소천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임운기도 보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임운기는 가난하기 때문에 수많은 모욕과 조롱을 당했다.

“보람아, 넌 오늘 나를 무시했지만,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오늘의 치욕을 되돌려주겠어”

임운기의 눈빛이 날카롭다.

“그리고 오소천, 내가 반드시 성공해서 너에게 복수할 거야!”

……

창양시 빈민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빈민들이고, 임운기의 집도 여기에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임운기는 계속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주 평범한 대학생인 데다가 집안도 가난해서, 딱히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이 사회에서 공평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흙수저가 평생동안 노력해도 금수저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 임운기는 집 앞에 주차된 벤틀리 한 대를 보았다.

‘우리 집 앞에 왜 이런 차가 있지?’

임운기는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자 엄마와 양복을 입은 어르신 한 명이 같이 있는 것을 보았다.

“손자야! 내가 너의 외할아버지다.”

어르신이 임운기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는 한참 동안 멍했다.

“엄마,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임운기가 엄마한테 물었다.

어머니는 예전에 임운기에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임운기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래서 임운기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그 분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운기야, 너의 외할아버지는 사실 살아 계셔, 이 어르신이 바로 너의 외할아버지야.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엄마와 아빠의 결혼을 반대하셔서 엄마는 집을 나왔단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말을 들은 임운기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시고, 그리고 부모님이 사랑의도피를 하셨다니…….

“그리고 너의 외할아버지의 이름은 류충재야.”

어머니가 말했다.

“류…… 류충재?!”

임운기의 표정이 확 변해졌다. 임운기는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류충재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서남지역의 갑부다.

류충재의 화정 그룹은 서남지역의 거의 모든 도시에 진출해 있다. 그 중에는 창양시도 포함된다.

“정말 화정그룹의 류충재 회장님이세요!?”

임운기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류충재를 바라보았다.

임운기가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 운기야!”

류충재는 웃으면서, 임운기를 포옹하려고 했다.

그러나, 임운기는 한 걸음 물러섰다.

“왜 지금에야 찾아오셨어요? 외할아버지는 돈이 그렇게 많은데, 왜 우리 엄마는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해요?”

임운기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임운기 자신은 고생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는 이때까지 혼자서 임운기를 키우면서 많은 고생을 해야 했다.

“운기야, 내가 엄마에게 돈을 줬지만 네 엄마가 한사코 거절했지. 심지어 너를 만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어. 사실 나는 계속 너를 만나보고 싶었단다. 나에게 손자는 너 하나 밖에 없으니까!”

류충재가 말했다.

“엄마, 이게 다 사실인가요?”

임운기는 어머니한테 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평생 인연을 끊고 살려고 했는데, 네 미래를 위해서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

“운기야!”

류충재는 웃으며 임운기를 껴안았다.

임운기는 더 이상 피하지 않았다.

“운기야, 지금껏 고생 많았다. 걱정마라, 외할아버지가 보상해주마.”

류충재가 말했다.

류충재는 신용카드 한 장을 꺼내 임운기에게 주었다.

“운기야, 카드에 200억이 있으니 용돈으로 쓰거라, 모자라면 외할아버지가 더 줄게.”

“2…… 200억!”

임운기는 충격을 받아서 넘어질 뻔했다.

임운기에게 200억이라는 돈은 상상도 하지 못한 숫자다.

‘이게 용돈이라고?’

류충재는 임운기의 생각을 알아챘다.

“하하, 200억은 외할아버지한테는 별것도 아니야.”

류충재는 웃으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창양시에서 하는 사업도 모두 맡아서 해봐.”

“제가요? 전 아직 대학생이에요, 게다가…… 사업을 해 본 적도 없어요.”

임운기가 말했다.

“괜찮아. 창양시의 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이니 너는 그냥 지사장을 맡고, 일은 경영진한테 맡기면 돼. 공부를 계속하면서 창양시 지사에서 나온 수익은 모두 니 맘껏 하고 싶은 대로 해보거라.”

류충재가 말했다.

“좋아요!”

임운기가 대답했다.

오늘 보람이와 헤어진 후, 임운기는 돈과 지위가 얼마나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뼈져리게 느꼈었다.

게다가 보람은 화정그룹 창양지사의 카운터에서 일하고 있고 그 오소천도 창양지사에서 일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곧 이 회사의 회장이 될 것이다.

만약에 보람과 오소천이 자신이 바로 신임 지사장인 것을 알게 된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임운기는 내심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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